2026. 2. 20(일) 서해랑길 90구간 (19.5km) : 고랫부리 입구 버스정류장-(4.4km)-흘곶 갯벌 체험장-(4.7km)-홍성리 마을회관-(3.2km)-홍성리 선착장-(3.4km)-독도 바다 낚시터 입구

전곡항 입구에서 동행 한 명을 태우고 탄도방조제를 건너 대부도로 들어간다. 서해랑길 90코스 시작점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문득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할 만큼 세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뜻. 그런데 대부도의 변화는 그 반대에 가깝다. 푸른 바다가 뭍이 되어버린 셈이니 말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대부도는 배를 타야만 드나들 수 있는 섬이었다. 그러나 남쪽으로는 전곡항에서 탄도·불도·선감도까지 방조제가 놓이고, 북쪽으로는 오이도에서 방아머리까지 시화방조제가 조성되면서 더 이상 ‘섬’이라 부르기 어려운 땅이 되었다. 상전이 벽해가 된 것이 아니라, 벽해가 상전이 된 시간의 기록이 바로 이 길 위에 남아 있다.

대부도 이찬 자선비에서 내려 출발전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대남초등학교를 지나 200m 떨어진 90코스 안내 표지판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긴다. 이제 본격적인 걸음의 시작이다.






서해랑길 안산 90코스는 경기둘레길 50코스에 속한 대부해솔길 4코스와 3코스와도 길을 공유 한다.




행낭곡마을 입구에는 ‘섬마을 선생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가수 이미자의 대표곡 ‘섬마을 선생님’은 대남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노래다. 이경재 작사, 박춘석 작곡으로 탄생한 이 곡은 큰 사랑을 받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노래 속 총각 선생님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서상훈 선생님은 개교 당시 이 학교에 부임해 근무했다. 서울 집을 다녀오려면 배를 타야 했기에 한 번 나가면 며칠씩 걸리곤 했다는 이야기가, 이곳이 진짜 섬이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바닷가에는 이제 관광객을 위한 풀빌라 숙소가 줄지어 서 있다.



행낭곡마을 앞바다는 대부도 고랫부리 갯벌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다.




한때는 물때에 따라 바닷물이 드나들던 넓은 갯벌이었지만, 지금은 갯벌 위로 타운하우스형 숙소와 각종 펜션이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일반 가정주택을 찾기 어려울 만큼 숙박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일대의 갯벌은 생태적 가치 또한 높다. 람사르습지란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협약에 따라 지정·등록된 곳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우포늪을 비롯해 현재 24곳이 등록되어 있다. 그중 경기도 안산에는 고랫부리 람사르습지와 상동 람사르습지가 포함된다.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다양한 저서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이다.




고랫부리 마을을 지나면서 길은 잠시 바다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해안을 향해 이어진다. 갯벌 위에 들어선 대규모 관광시설과 리조트, 골프장이 눈에 띈다.

세련된 전원주택과 개성 있는 펜션들이 이어지고,


고래숲 캠핑장을 지나 해바라기 펜션에서 좌회전하자 다시 바다가 펼쳐진다. 3.5km를 걸었고, 아직 12km가 남았다.





바다를 왼편에 두고 걷는 길은 시야가 탁 트여 한결 가볍다.

관광지로 변모한 풍경과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습지가 공존하는 이 길 위에서, 상전벽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연과 개발,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는 대부도의 해안길은 그렇게 또 한 번의 변화를 품은 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메추리섬 방향으로 향한다.


대부동 흘곶항 인근에 위치한 흘곶어촌공유센터는 안산시와 지역 어촌계가 협력해 조성한 지역 기반 해양·어촌 체험 및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 센터는 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주민 참여형 관광을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오른쪽 대부도 오캠핑장은 계절 탓인지 한산하고 휑한 기운마저 감돈다.

우리나라 해안 지명에는 ‘곶(串)’이 붙은 곳이 많은데, 이는 대개 바다로 튀어나온 지형을 가리킨다. 흘곶(屹串) 역시 "바다로 길게 뻗은 높다란 지형"을 뜻하는 지명으로, 넓은 갯벌과 완만한 해안선을 따라 작은 어선들이 드나드는 포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형적인 서해안 어촌 마을이다.

썰물 때면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고, 밀물 때면 잔잔한 바다가 포구를 채운다.

굴과 바지락 등 패류 채취가 활발해 흘곶해변에는 하얗게 쌓인 굴껍데기가 보인다. 방조제 길은 바다와 갯벌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코스로, 메추리섬과 작은 무인도들이 시야에 들어와 서정적인 풍경을 만든다.

파도에 씻긴 껍데기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발걸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멀리 쪽박섬이 시야에 들어오고, 좁은 방조제 길 위에서는 좌우로 펼쳐진 바다와 해변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전방에 쪽박섬이 가깝게 다가온다.


쪽박섬은 대부 해솔길 3코스의 종점이자 4코스의 시점이다.




한옥팬션, 정연재와 연우채가 자리잡은 정겨운 주민이 함께 사는 3399마을을 지난다. 작은 어촌 마을로, 이름은 선재도의 옛 지번(3·3·9·9)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숫자 이름 덕분에 한 번 들으면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이곳은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 소박한 바닷마을의 정취가 살아 있다. 낮은 집들과 갯벌, 잔잔한 포구가 어우러져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썰물 때면 넓게 드러나는 갯벌과 그 위를 오가는 어민들의 모습에서 섬마을의 일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젤리캠핑장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은 “만조 시 우회”라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지만 다행히 지금은 썰물이다.


드러난 갯벌 위로 길이 이어진다.


젤리캠핑장을 지나 방조제 너머로는 선재대교가 아련하게 보인다.

젤리캠핑장은 가족형 오토캠핑장으로,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깔끔한 시설과 다양한 편의서비스로 초보 캠퍼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정상골 방조제 위를 걷는다.


정상골방조제를 따라 걷다가 카페 ‘la mer’ 앞 쉼터에 자리를 잡고, 매서운 바람을 피해 조금 이른 점심상을 펼친다. 배낭 속에서 꺼낸 컵라면과 찰떡, 막걸리와 모둠전 그리고 과일과 따뜻한 커피까지 소박하지만 넉넉한 음식들이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했다. 식사를 마칠 즈음, 잠잠하던 바람이 갑자기 변덕을 부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다시 길 위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예전 아일랜드CC에서 이름을 바꾼 더 헤븐 CC의 리조트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홍성리 버스 정류장을 스쳐 지나간다. 잠깐 동안 대선로를 따라 걷는다.








핀란드 팬션을 비롯하여 예쁜 숙소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 일대는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항로 아래에 있어 여객기들이 자주 머리 위를 지난다. 푸른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와 바다 위를 잇는 선재대교, 그리고 그 너머 선재도의 풍경이 겹쳐진다. 선재도는 행정구역상 인천시에 속해 있다.

선재대교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과 선재도를 연결하는 교량으로, 경기만의 도서 지역 접근성을 높이는 주요 해상 교통 인프라이다. 2001년 개통 이후 영흥도·선재도·십리포 해수욕장 등 관광지로 향하는 관광객과 주민의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선재대교 아래에 서서 잠시 건너편 선재도를 바라본다.

잔잔히 흐르는 바다 위로 다리의 곡선이 길게 드리워지고, 그 너머로는 낮은 산과 어촌 마을이 포근하게 안겨 있는 선재도는 고요한 숨결처럼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선재대교 건설 전, 대부도와 선재도를 오가던 홍성리선착장은 이제 흔적조차 희미한 ㅍ케혀 수준이다. 배를 타고 건너던 시절의 기억은 바람 속에만 남아 있는 듯하다.

그 길을 지나 이름만큼은 웅장한 ‘큰산’으로 오른다. 해발 100m 남짓, 정확히는 105.9m에 불과한 아담한 산이지만, 오솔숲길의 분위기는 제법 깊다. 소나무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숲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고, 길은 폭신한 흙내음을 품고 이어진다.

큰산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간다.


이곳 안산시는 대부해솔길 표시에 유난히 정성을 들였다. 숲속 깊은 구간까지 표식이 촘촘히 이어져 있어 길을 잃을 걱정이 없다.

큰산을 내려오면 넓은 임도와 만난다.



숲길이 끝날 즈음, 더 헤븐 CC의 넓은 페어웨이와 리조트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더 헤븐 CC(The Heaven Country Club)는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프리미엄 회원제 골프장으로, 수도권 서남부 지역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코스로 알려져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 다양한 난이도의 코스를 제공하며, 쾌적한 시설과 서비스로 골프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는 명문 클럽으로 평가받는다.
골프장을 바로 옆에 끼고 걷는다.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하다.

한 사람 겨우 지날 법한 좁은 길을 따라 내려서 작은 잘푸리방조제를 지나면 어심 낚시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민물 낚시터로, 수도권 낚시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자연 경관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과 낚시 동호인들이 자주 찾는다.


이름이 참 기발하다. 고기를 잘 낚으려면 ‘어심(魚心)’을 알아야 한다는 뜻일까.

물결 위로 잔잔히 흔들리는 낚싯대들이 고요한 풍경을 만든다.



‘대부 명소’와 ‘대부해솔길’ 안내판을 지나, 독도바다낚시터 앞에서 서해랑길 90코스는 마침표를 찍는다.






종점 안내판을 지키듯 서 있는 장승 커플 뒤로, 갯벌과 골프장 리조트가 멋진 풍경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바다와 숲, 갯벌과 리조트, 옛 나루터와 현대식 다리가 한 길 위에서 이어진 서해랑길 90코스는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보여주며 조용히 막을 내린다.





서해랑길 9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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