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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서해랑길87-88구간(화성방조제 이동통신안테나~전곡항)

 

2026. 1. 25(일) 서해랑길 87~88구간 (21.4km) : 화성방조제 중간 지점 이동통신 안테나-(3.8km)-궁평항 버스 정류장-(4km)-백미항-(3.8km)-공생염전-(5.3km)-제부교차로-(4.5km)-전곡항 

 

서해랑길 87구간(3.8km)  : 화성방조제 중간 지점 이동통신 안테나-(3km)-궁평항 버스 정류장

 

계속된 혹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해랑길로 향한 회원들로 버스는 거의 만석이다. 늘 함께하던 몇몇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그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자연스레 채워졌다. 두툼한 외투 속에 감춘 설렘이, 버스 안에 작은 온기를 퍼뜨린다.

 

화성방조제 중간 지점 이동통신 안테나가 서 있는 곳에서 하차하여 화성방조제를 따라 궁평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겨울 바람은 노골적이다. 옷깃을 비집고 들어와 목덜미를 파고들고, 얼굴을 스치는 공기는 칼날처럼 차갑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늘 그렇듯 작아진다. 일행들은 본능처럼 어깨를 웅크리고, 손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은 채 한 걸음씩 내디딘다.

 

바람에 몸은 흔들려도, 시선은 앞으로 있다. 서로 말을 아끼며 걷는 모습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하다. 이 추위 앞에서는 불필요한 말보다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

바다는 잔뜩 숨을 고른 채 낮은 파동만을 남긴다. 겨울은 여전히 이 길의 주인처럼 느껴진다. 방조제 위를 걷는 시간은 길고 느리다.

백미리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 도리도다. 섬 정상부에 도리도등대가 서 있다.

도리도

매향리와 궁평리 사이를 연결하는 9.81km의 화성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만들어진 화성호는 계속된 혹한의 추위로  깊은 동면에 들어갔다. 물결은 사라지고, 대신 얼음 위에 바람의 흔적만 남아 있다. 

살아 있던 호수는 잠시 숨을 고른 채, 겨울이라는 이름의 침묵에 들어갔다. 한국농어촌공사 화성 태양광발전소가 보이면 화성방조제는 거의 다 온 것이다.

하얀색 등대는 바다에서 항구 쪽을 바라볼 때, 등대의 왼쪽이 위험하니 오른쪽으로 들어오라는 의미란다.

궁평항 입구 근린공원, 화성방조제 준공 기념탑이 나그네를 맞이한다.

궁평항은 국화도와 입파도를 오가는 여객선터미널이다.

우정교를 건너서 평택 해양경찰서, 궁평 어촌 체험마을 안내소를 지나 서해랑길 87코스 종점에 도착한다.

궁평항(宮坪港)은 궁평낙조, 낙조가 아름다운 항구로 유명하고 유독 맑고 깨끗하여 궁에서 직접 관리하던 땅이라 하여 '궁평' 혹은 '궁들'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화성특례시의 '화성(華城)’은 1794년(정조 18년) 정조가 수원부 읍치와 현륭원을 위호할 성곽의 터를 둘러보면서 장자(莊子)의 ‘화인축성(華人祝聖)’이라는 고사를 생각하며 붙임 이름으로, 이 땅을 풍요의 고을로 만들어 여민동락(與民同樂)하겠다는 정조의 의지가 담긴 고을이다.

 

 

서해랑길 88구간(17.6km)  : 궁평항 버스 정류장-(4km)-백미항-(3.8km)-공생염전-(5.3km)-제부교차로-(4.5km)-전곡항  

 

서해랑길 88코스는 노을이 아름다운 '궁평항'을 출발하여 궁평해변(궁평해송군락지)궁평유원지백미리 어촌체험마을공생염전살고지제부교차로를 거쳐 전곡항까지 17.6km. 경기둘레길 48코스이며, 화성실크로드 2코스에 해당한다. 

 

하루 두 번 바다가 갈라져 바닷길이 열리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체험하고, 서해 바다의 갯벌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도보 여행길이다.

화성 실크로드는 당항성길, 황금해안길, 제비꼬리길, 홍랑길까지 총 4개의 코스가 있다. 궁평항에서 전곡항까지 이어지는 2코스 황금해안길은 해양수산부 선정 걷기 좋은 바닷길 52곳 중 하나다. 

 

황금해안길은 총 465억여 원을 들여 제부 마리나에서 백미리, 궁평항을 잇는 해안 둘레길이다. 제방데크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황금해안길 1구간 낙조경관길(5km)은 아름다운 낙조를 바라보며, 변화하는 해안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고, ​황금해안길 2구간 소금바다길(4.5km)은 바다와 염전의 수평적 경관을 누리는 길이다.

 

황금해안길 3구간 궁평관광길(7.5km)은 해안관광 데크길 조성으로 풍부한 관광자원의 연계 및 확장으로 포토존이 마련되어, 걷는 재미는 물론 사진 찍는 재미까지 두 배가 된다.

궁평항(宮坪港)은 궁평낙조, 낙조가 아름다운 항구로 유명하고 유독 맑고 깨끗하여 궁에서 직접 관리하던 땅이라 하여 '궁평' 혹은 '궁들'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낙조경관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나무 데크길로 되어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갯벌과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바다가 시원하게 다가온다.

길 한편으론 절벽을 비롯한 독특한 지형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로 규암과 편암 등 변성암이 분포하며 오래전에 마그마가 분출되면서 독특한 경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2km의 길쭉한 백사장을 자랑하는 궁평리 해수욕장을 지나면 궁평항이 자랑하는 또 다른 명물인 해송 숲이 펼쳐진다. 방풍림으로 조성한 소나무 숲으로, 족히 100년이 넘은 5천여 그루의 곰솔궁평 해수욕장 해안선을 따라 길쭉한 숲을 이루고 있어, 바다와 갯벌을 마주 보며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88코스를 걷다 보면 마을로 들어서는 길과 바다 쪽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이 갈라진다. 해안길은 서해랑길의 이름에 가장 충실한 선택지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파도 소리와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데크길과 흙길이 이어지고, 드러난 갯벌과 수평선이 시야를 넓힌다. 데크길 공사가 한창 중이라 서해마루 유스호스텔로 우회한다. 황금향길이다.

 

​'서해마루 유스호스텔'은 궁평 관광지 일대에 조성된 총 103개의 객실을 갖춘 숙박 시설이다. 대부분 객실에서 서해 바다, 갯벌, 일몰 풍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1999년 6월 30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소재 청소년 수련원 '씨랜드'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유치원생 19명과 교사·강사 4명 등 총 23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서해마루 유스호스텔 인근에 그 희생자들을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추모비와 추모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야자수정원'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야자수와 다양한 식물을 배치해 놓은 정원으로, 카페와 연계해 방문객들이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입장료는 5천원.

야자수 정원을 나오면 마을안길에서 흘러나온 길과 해안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다시 같은 서해랑길 88코스로 돌아온다. 이 합류 지점에서는 다시 바다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뒤돌아보니 서해마루 유스호스텔 앞 해안가로 황금해안길 테크 공사중이다.(우회한 곳)

황금해안길 2구간 소금바닷길 조감도(화성시청 제공)

학승루를 지나간다

백미리 바다에 감투섬은 섬의 모양이 모자 형태인 '감투'와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미리항이 가까워진다.

해산물의 종류가 많고 그 맛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뜻에서 백미리(百味里)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백 가지 맛백 가지 즐거움"이 있는 백미항​은 일몰이 아름답고 눈부신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갯벌이 인상적인 항구로 소문난 곳이다.

겨울 바다 앞, 백미리 캠핑촌에는 혹한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야영 텐트들은 서로 어깨를 맞댄 채 작은 마을처럼 줄지어 서 있다. 추위 속에서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불편함보다 바다와 함께하는 시간을 선택했을 테고, 혹한은 오히려 이 계절만의 특권처럼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한맥중공업 주식회사 앞을 지나 백사포삼거리에서 염전해안로로 접어든다.

함께 걷는 이들의 발소리가 리듬처럼 이어진다. 

누군가는 앞서고, 누군가는 잠시 멈춘다. 같은 방향을 향하지만, 각자의 속도로 걷는 모습이 이 길과 닮았다. 서해랑길은 재촉하지 않는다. 뒤처짐도, 앞섬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냥 걷기만 하면 된다.

염전을 보려면 해안길이 아닌 해안염전로로 가야한다. 광평교 옆으로 남양만 바다에 880m의 제방을 쌓아 간척하여 만들어진 공생염전(共生鹽田)은 6.25 전쟁으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이 모여 조성한 염전으로, 3~4월부터 준비해서 가을이 되기까지 천일염을 생산한다. 공생염전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피난 내려온 사람끼리 서로 공생(共生) 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해안길과 해안염전로와 만나는 주차장에서 해안길로 들어간다.

방갈로가 있는 좌대 낙시터와 옹기타일 파편과 허물어진 소금창고 만이 염전이었음 짐작케 하는 황폐화 된 염전흔적을 지나 제방으로 올라선다.

 

송교리 마을을 지나 살곶이 길을 걷는다. 서해랑 편의점 그리고 카페는 문이 굳게 닫혀있어 잠시 당황스럽다. 편의점 앞 야외 나무테이블에 점심상을 펼친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길에는 차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그 위로 케이블카가 움직인다.

살곶이 해변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송교리의 옛 이름이 "살곶이"라고 한다. 그물을 맬 때 쓰는 살이 많아서 '살고지'라고 부른다는 설과, 난이 났을 때 이곳으로 피난을 오면 목숨을 구할 수 있어 '살 곳'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소개되고 있다.

서해랑편의점 그리고 카페

추위에 맞서 걷는 것이 아니라, 추위를 받아들이며 걷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움츠린 몸 안쪽에서 묘하게 단단해지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바닷바람에 잔뜩 언 몸을 이끌고 맛있는 빵을 만든다는 제부도 제빵소 문을 밀고 들어선다. 

문이 닫히는 순간, 바깥의 거친 바람은 차단되고 고요한 온기가 안으로 스며든다.

공기에는 막 구워낸 빵 냄새가 가득하다. 고소하고도 구수한 향이 먼저 마음을 풀어놓는다.

뜨끈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는다. 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손끝을 감싸 쥐고, 창으로 스며든 겨울 햇살이 무릎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천천히 한 모금, 커피의 온기가 식도를 따라 내려가며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을 풀어준다.

밖에서는 여전히 바다가 숨을 몰아쉬고 있을 테지만, 이 자리만큼은 잠시 멈춘 시간 같다. 빵 냄새와 햇살, 따뜻한 커피가 어우러진 이 작은 공간에서 언 몸은 서서히 제 온기를 되찾는다. 다시 걸을 힘을 조용히 충전한다. 

바다모텔 앞 풍차조형물

하루에 두 번씩 바다가 갈라져 길이 생기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환상의 섬길이다.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목적지인 전곡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겨울 바다 사이로 바닷물이 물러난 자리 위로 길을 따라 차들이 한 대씩, 두 대씩 섬을 향해 움직인다. 마치 바다가 잠시 허락한 시간으로 들어가는 행렬 같다.

바다와 바다 사이, 겨울의 숨결 위를 지나며 사람들은 각자의 기대와 설렘을 싣고 제부도로 들어간다. 바다가 갈라진 그 짧은 시간, 풍경은 여행이 되고 일상은 잠시 멈춘다.

길 위의 차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속도를 낮춘 채, 바다 위를 건너는 이 특별한 순간을 음미하듯 줄을 맞춘다.

길은 송교리 화장실 사이로 제부로와 이어진다. 제부로 길이 열리기 전 잠시 쉬워가는 어촌 마을로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배로와' 베이커리 카페는, 배 모양 외관이 인상적인  독특한 건물 디자인 자체가 포토 스폿 역할을 해 준다.

제부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감성 카페 중 하나라고 한다.

제부교차로에서 해양공단로로 접어들어 전곡항을 향해 걷는다.

송교삼거리를 지난다.

베이커리 카페 해솔제빵소의 유혹을 뿌리치고 전곡공원으로 들어선다.

남경루 쉼터에 올라서면 갯벌과 전곡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서해랑길 88코스의 종점인 전곡항 탄도방조제 앞에 서해랑길 89코스 안내판이 반긴다.

갯벌이 드러난 전곡 해안은 물찬 바다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뒤풀이를 위해 전곡항으로 향한다. 

전곡항(前谷港)이라는 이름은 글자 그대로 ‘앞 전(前) + 골 곡(谷)’,  “마을 앞쪽에 있던 골짜기와 포구”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예전, 이 일대는 바다 쪽으로 완만하게 열려 있으면서도 육지에서는 골짜기처럼 지형이 들어간 곳이었고, 자연스럽게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포구가 형성되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곡식이 모이던 곳’이라는 의미에서 농산물과 수산물이 함께 오가던 생활 항구의 성격을 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전곡항은 볼거리가 많다. 마리나 시설이 있어 경기국제보트쇼, 코리아매치컵 세계 요트대회와 같은 국제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요트, 보트가 정박되어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요트가 정박한 마리나 풍경과 어선, 항구 식당, 낚시꾼들이 한 화면에 들어오면서 현대적인 바다와 옛 포구의 시간이 겹쳐 보이는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

2014년 경기 건축문화상 은상에 빛나는 전곡항 마리나 클럽하우스의 앞에 정박해 있는 수십 대가 넘는 요트가 이국적인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과 빨간 등대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의 풍경까지 전곡항은 화려한 귀족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서해 바다 위에 잔잔하게 떠 있는 요트 뒤로 넘어가는 석양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낭만적이다.

전곡항 바로 앞에 자리한 '서해바다' 식당의 해물부추전과 바지락칼국수는 트레킹의 끝에 만나는 가장 든든한 보상이다. 

큼직한 해물이 아낌없이 들어간 부추전은 팬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져 나오고, 한 입 베어 물면 바다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바삭함과 촉촉함이 동시에 살아 있어 술 한 잔과 어울린다.

바지락칼국수는 그릇부터 푸짐하다. 국물에는 바지락의 시원한 맛이 깊게 우러나 있고, 쫄깃한 면발 사이사이로 바다의 기운이 배어 있다. 겨울 바람과 사투하며 길 위에서 쌓인 피로가 뜨거운 국물 한 숟갈에 서서히 풀린다.

전곡항의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이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하루 종일 걸어온 발걸음을 조용히 다독여 주는 마무리이자, 다시 길을 떠날 힘을 채워주는 따뜻한 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