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6(월)
마라톤이라는 공통의 취미로 이어진 동갑내기 친구들이 유성온천에서 만났다. 기록을 재촉하는 만남이 아니라, 오늘은 그저 숨을 고르고 웃음을 나누는 날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전주콩나물국밥 앞에 둘러앉아 숟가락을 든다. 뜨끈한 국물 한 숟갈에 혹한의 추위가 풀리고, 땀 흘리며 달리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화제로 오른다. 누가 더 빠르냐는 이야기는 없고, 다치지 않고 오래 달리자는 다짐만이 테이블 위에 놓인다.
식사를 마치고 차에 올라 도안신도시로 향한다. 도로는 넓고 하늘은 높다. 파스쿠찌 센트로 DT점은 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넉넉하게 들어와, 바쁜 도심 속에서도 한 박자 느린 시간을 허락한다. 매장은 깔끔하고 차분하다. 커피 머신의 규칙적인 소리와 낮게 깔린 음악이 공간을 부드럽게 채운다.
아메리카노를 받아 3층으로 올라가 창가 자리에 앉는다. 첫 모금은 씁쓸하지만, 곧 고소한 향이 입안에 남는다. 달리기처럼 커피도 서두르지 않는다. 최근 대회 이야기, 몸의 변화, 가족과 일상—말들은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웃음이 터질 때마다 잔 위의 김이 흔들리고, 창밖으로는 느릿한 오후가 흘러간다.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더 좋다. 목표 기록도, 다음 일정도 잠시 내려놓고, 같은 속도로 늙어가는 친구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가까이 사는 친구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췌장암 말기 항암 치료중인데, 정작 친구는 담담하다. 그 차분한 얼굴이 오히려 더 마음을 저민다.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자꾸만 망설이게 된다. 결국 말은 자주 길을 잃고, 침묵만이 남는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나누는 것. 어쩌면 그것이 친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위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거창한 말 대신, 곁에 머무는 시간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 오늘 우리가 함께 보낸 평범한 하루가,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오래 남는 온기가 되기를 조용히 바란다.
달리는 날도, 멈춰 서는 날도 이렇게 함께라면 좋겠다. 커피가 식어갈 즈음, 마음은 오히려 따뜻해진다. 즐거운 하루는 그렇게 조용히 완주된다.













'마라톤과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눈물의 시인’ 박용래 특별전, 대전 오룡역에서 만난다. (0) | 2026.02.02 |
|---|---|
| 차가운 계절, 따뜻한 일상 (0) | 2026.02.02 |
| 봄을 기약하며 나눈 뜨끈한 우정, 둔산동에서의 신년회 (0) | 2026.01.26 |
| 찬 바람 끝에 만난 뚝배기, 그리고 우정의 온도 (0) | 2026.01.26 |
| 새해 첫날 온양나들이 (1) | 2026.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