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7(수)
겨울바람이 제법 매섭다, 둔산동 '신라복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십 대의 파릇했던 시절에 만나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긴 초등학교 동창 넷이 모이는 날이다. 얼마 전 아들을 장가보낸 친구가, 바쁜 와중에도 축하해 주러 온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정성스레 마련한 자리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얼굴들이 반긴다. 60년이라는 세월이 얼굴 위에 내려앉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코흘리개 시절의 그 장난기 가득한 소년들 그대로다. 자리에 앉자마자 정갈하고 푸짐한 복 요리 한 상이 차려진다. 바삭하게 튀겨낸 고소한 복튀김과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맑은 복지리의 시원한 향이 식탁을 가득 채운다.


"자, 다들 건강하게 다시 봐서 반갑다!"
가볍게 부딪히는 술잔 속에는 보이지 않는 세월의 깊이가 담겨 있다. 뜨끈한 복지리 국물 한 모금에 속이 풀리듯, 묵혀두었던 이야기보따리도 술술 풀려나온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제는 가물가물한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부터, 최근 다녀온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에피소드,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빠지지 않는 건강이야기까지. 수다는 끝이 없다.
아들을 잘 치러낸 친구의 얼굴에는 홀가분함과 대견함이 교차했고, 우리는 그 마음을 알기에 진심 어린 덕담을 보탠다. 환갑이 지나니 이제야 비로소 인생의 참맛을 조금 알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에 식당 안은 웃음꽃이 피어난다. 배가 부른 줄도 모르고 이어진 대화는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멈춘다.

식당 문을 나서니 다시 찬 공기가 피부에 닿았지만, 마음만은 복지리의 온기만큼이나 따뜻했다. "봄꽃 필 때 다시 보자"는 기약 없는 듯 확실한 약속을 뒤로하고 각자의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 문득 생각한다. 인생의 고비마다 곁을 지켜준 이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함께 따뜻한 밥 한 끼 나눌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복(福)이 아닐까. 우리들의 우정은 다가올 봄볕처럼 여전히 포근하고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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