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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과 소소한 일상

찬 바람 끝에 만난 뚝배기, 그리고 우정의 온도

2026. 1. 8(목)

겨울의 공기는 날카롭지만, 마라톤으로 다져진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라면 그 추위마저 기분 좋은 자극이 된다. 숨 가쁘게 주로를 달리던 열정은 잠시 내려두고, 약속이라도 한 듯 따끈한 국물 생각에 이끌려 '전주콩나물국밥'집으로 향한다.


​한동안 이명으로 고생하며 모임에 뜸했던 친구도 오랜만에 함께했다. 같은 세월을 걸어오며 몸의 이곳저곳이 예전 같지 않음을 체감하는 나이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훈훈해진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뿌연 김과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빈 테이블 하나 없이 북적이는 가게 안은 이미 '가성비 갑'이라는 명성을 증명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림 끝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이 금세 식탁 위에 오른다. 서비스로 나온 날계란을 톡 까 넣고, 노란 노른자가 국물에 녹아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허기가 먼저 채워지는 기분이다.


​함께 주문한 오징어전은 이 상차림의 화룡점정이다. 노릇하게 구워진 전을 한 점 베어 물고, 무한리필되는 공기밥까지 넉넉히 챙겨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못해 뜨거워진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우리는 뚝배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식후의 여유는 근처 카페로 이어진다.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앞에 두고, 우리는 대단치 않은 사는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무겁지 않은 농담에 웃음이 터지고, 소소한 일상 고백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이다. 화려한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편하게 밥 한 끼 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운 오후다.


​겨울은 깊어가지만, 따뜻한 국밥 한 그릇과 다정한 대화가 있다면 그 어떤 추위도 거뜬히 견뎌낼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