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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누리길+DMZ평화의길

DMZ평화의 길 31-1코스(진부령미술관~소똥령마을)

2025. 8. 3(일)

DMZ평화의 길 31-1코스(10.7km) : 진부령미술관-소똥령숲길입구-소똥령1봉, 2봉, 3봉-칡소폭포-소똥령마을회관

 

강원 고성은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군이자, 분단의 축소판이다. 광복 직후 38선으로 남북이 분단되면서 고성군은 전 지역이 북한에 속했다가 한국전쟁으로 일부를 수복해 대한민국 고성군이 됐고 군청은 간성읍에 있다. 미수복 지역은 북한의 강원도 고성군이다.

 

진부령 정상에서 하차한다. 해발 520m 진부령은 옛날 추가령ㆍ대관령과 함께 강원 영동과 영서를 잇는 3대 고갯길이었다. 보부상이 넘던 오솔길을 1631년 간성현감 이식이 우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넓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930년에는 차량이 넘을 수 있는 비포장 도로로 보수했고, 1987년 왕복 2차선 도로로 확장 포장됐다. 

미술관 뒷편은 군부대다군사시설이므로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은 금지다초병들이 제지한다.

진부령 정상에는 진부령 미술관이 있다. 이중섭 상설전시관이 있고, 다양한 기획전들이 이어가며 전시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미술관에 들어서자, "돌아오지 않는 해병", "꼬마신랑" 등 한국 근대 영화의 대표작들 포스터와 유명 배우들 사진이 눈길을 끈다.

미술관과 이어지는 오른쪽으로 진부령 전망대가 있다. 명칭은 전망대지만 실제는 이곳이 625전쟁의 격전지였음을 알리는 소공원이다. 향로봉 지구 전투전적비에는 맹호 수도사단 용사들은 단기 4284 5 7일부터 동년 6 9일까지’ 89회에 달하는 괴뢰 제5군단의 반격을 격퇴하고 설악산과 향로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단기 4284년은 1951년이다. 원래는 진부령 아래 마을쪽에 있었는데 진부령이 새로 정비되면서 여기로 옮겼다고 한다.

진부령 도로변에 백두대간 진부령 표석과 '진부령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진부령은 남한 백두대간의 시작점과 종점이라는 상징성 있다. 남한의 백두대간 종주는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이어지는 684km다.

 

강원 인제군 북면에서 고성군 간성읍으로 넘어가는 46번 국도 진부령은 한때 금강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목이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오가는 차량이 줄었다. 2006년 진부령 바로 아래에 왕복 4차선 미시령터널이 뚫리고,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되면서 진부령을 왕래하는 차량은 더욱 줄었다.

진부령미술관에서 소똥령 숲길 입구까지는 인도가 없는 찻길이라 두루누비에서도 버스 이용을 권고하고 있어 다시 버스에 올라 5분 정도 이동하여 진부리마을에서 하차한다.

 

동서를 잇는 다른 고갯길에 비하면 진부령은 순한 편이다. 간성 읍내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 급회전 구간이 있지만 경사는 대체로 완만하다. 계곡 주변에는 진부리와 장신리 두 개 산골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캠핑장을 갖춘 유원지다. 계곡은 넓지 않아도 진부령 골짜기를 흘러내린 물이 맑고 청량하다.

제추골 쉼터 정류장을 지나면 소똥령 숲길입구다. 소똥령 숲길은 DMZ평화의길 31-1 코스이기도 하다. 소똥령 옛길은 약 4.5km이고, DMZ 평화의길 31-1구간은 약 10.7km다.

소똥령은 한양으로 물건을 사러 가거나 선비들이 괴나리봇짐을 메고 과거를 보러 가던 길이라고 한다.

'소똥령'이란 이름의 유래에는 2가지 설이 있다.

옛날 마을 주민들이 원통 장날 소를 팔기 위해 능선을 넘다가 쉬어가던 주막에서 소들이 똥을 하도 많이 눠서 그렇다는 설과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넘어 다니면서 봉우리 자리가 패여 소똥 모양을 닮아서 그렇다는 설이다.

소나무와 활엽수가 섞여 어둑한 길을 조금 걸으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난다. 이름하여 ‘소똥령 구름다리’다.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상하좌우로 제법 흔들림이 큰 출렁다리다. 다리가 계곡 건너 숲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 완전히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소똥령하늘다리를 넘어 본격적으로 소똥령 등산로가 이어진다. 지난 겨울 습설에 쓰러진 나무들로 등로와 주변이 어지럽다.

울창한 숲과 부드러운 흙길, 한 사람 다닐 정도의 옛길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계곡이 좁고 경사가 급해 생각보다 오르막이 길다. 바람도 없고 습도가 높아 땀이 비오듯 한다.

소똥령 제1봉을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달래며 재충전한다. 숲 그늘 아래의 휴식은 말할 수 없이 평화롭다.

제1봉을 지나자 제2봉에는 멋진 노송이 자리하고 있다. 소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곧바로 제3봉을 지나 칡소폭포 방향으로 내려선다.

소똥봉우리를 지나면 등산로에 작은 키에 수수한 표정의 석상(문인석)이 하나 조용히 서 있다. 한때 이곳에 누군가의 무덤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지표다. 잊힌 이름, 그러나 그 자리를 지키는 돌 하나가 묘하게 마음을 붙든다.

소똥령 숲길을 다 내려가니 진부령 자연휴양림을 공사중으로 어수선하다. 왼쪽으로 40M지점에 있는 칡소폭포로 걸음을 옮긴다.

칡소폭포는 높이 3m로 크지 않은 폭포지만, 거친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웅장하다. 칡넝쿨로 그물을 짜서 바위에 걸쳐 놓으면 송어, 연어 등이 산란을 위하여 폭포를 뛰어넘다가 그물에 걸려 손쉽게 물고기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유아숲체험시설을 지나 소똥령 쉼터까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31-1코스 종점이자 32코스 시점인 소똥령마을 휴선정에 도착하며 DMZ평화의길 31-1 구간은 종료한다.

계곡 주변으로 밭이 길쭉하게 형성된 마을이라는 의미의 '장신리' 마을은 행정 지명보다 '소똥령마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깊숙한 산간지대에 자리 잡은 '소똥령마을'은 해발 약 700m 고지대의 분지형 지형으로, 여름철에도 선풍기조차 필요없는 '대한민국의 냉장고'로 불린다.

 

장신유원지로 이동한다. 샤워장 옆에는 소똥령쉼터 식당과 매점이 있다.

길을 걷고, 산을 오르면서 땀을 흘린 지친 몸을 샤워장에서 찬물로 씻어내리니, 달궈졌던 피부가 서서히 식는다. 하루를 씻어낸다는 말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아, 개운하다…" 감탄사가 새어 나온다.

 

그리고 이어진 뒤풀이. 테이블 위엔 빨갛게 잘 익은 수박이 한입 크기로 썰려 있고, 쏘맥 잔을 부딪치며 웃는 얼굴들과 냉국수의 시원한 육수가 더위를 말끔히 밀어낸다.

 

누군가 말없이 챙기고 준비한 손길 덕분에 모두의 입과 마음이 함께 즐겁다. 그 정성이 고맙고, 또 미안하다. 그 마음을 숟가락으로, 웃음으로, 잔을 들며 나눈다. 오늘 하루, 우리 곁을 채워준 수고로운 이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귀가를 서두른다. 대전까지는 4시간이 넘는 거리다. 남쪽은 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