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20(일)
DMZ평화의 길 27코스(17km) : 피의 능선 전투전적비-(4.7Km)-돌산령-(4.6Km)-도솔산지구 전적지 입구비-(2.7Km)-대암 샘터-(5.0Km)-DMZ 자생식물원
양구는 그저 하나의 지명이 아니다. 이곳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겸재 정선이, 그리고 수많은 금강산 여행객이 지나던 길목이었다. 그 발걸음 위에, 전쟁이라는 비극이 발자국처럼 겹겹이 새겨졌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양구는 더 이상 평화의 길목이 아니었다. 피의 능선, 도솔산, 펀치볼… 들려오는 이름마다 참혹한 고지전의 기억이 서려 있다. 수만 발의 포탄이 산을 할퀴고 나무를 쓰러뜨렸지만, 자연은 끝내 모든 것을 품고 다시 푸르게 되살아났다.
DMZ 평화의 길 27코스는 그 회복의 시간을 따라 걷는 여정이다. 피의 능선 전투전적비에서 시작해 DMZ자생식물원까지, 17km를 걸으며 전쟁의 상처를 품은 땅이 어떻게 치유되고 있는지를 눈과 마음으로 느낀다.


월운저수지 제방 아래 포장길을 따라 진행한다. 초입부터 어제까지 내린 폭우의 흔적이 길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걷다 보면 물이 고인 웅덩이를 마주하고, 하천 다리를 건너면서는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힘차게 길을 건넌다.

인삼밭과 소나무 쉼터, 벌통과 간이 약수터, 그리고 골짜기 쉼터를 지나며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결은 이 길이 더 이상 전쟁터가 아님을 속삭인다. 그러나 철조망과 군부대의 흔적은 이 땅이 여전히 분단의 현실 안에 있음을 잊지 않게 한다.



징검다리를 건널 때는 무릎까지 차오른 물살에 긴장을 늦출 수 없지만, 맨발로 한 걸음씩 내디딜수록 자연과의 접촉이 오히려 선명하게 느껴진다.



골짜기 쉼터를 지나자 길은 군부대 철조망에 막히고, 오른쪽으로 나무 계단을 올라서 다시 반대쪽 나무 계단으로 내려간다. 453번 지방도로와 만나 완만한 아스팔트 포장 오르막길이다.









453번 지방도를 따라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해발 500미터 표지판을 지나 돌산령 터널 갈림길에서 오른쪽 돌산령 정상 방향 펀치볼로를 따라 진행한다.




옛 돌산령 고갯길(약 12.34km)은 군작전을 위해 아주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다. 돌산령(1050m) 정상에 군부대가 있지만 군사 도로에서 일반 도로로 바뀌면서 민간인의 통행이 가능해졌다. 갓길이 없는 왕복 2차선 도로지만, 양구에서 인제로 가는 차들은 돌산령 터널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고갯길은 군인들과 어쩌다 지나는 택배 차량 그리고 관광 목적의 차들만 다니기에 차량의 이동은 거의 없다.


숲이 품은 고요 속 빈터 하나를 발견했다. 바닥에 돗자리를 펼치고, 배낭 속에서 하나둘 꺼낸 음식들로 작은 연회를 차린다. 즉석에서 만든 수제 모닝빵 샌드위치엔 정성이 스며 있고, 한입 크기의 꼬마김밥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진다. 부드럽게 익은 단호박찜은 햇살처럼 따스하고, 산속에서 만난 싱싱한 해삼은 마치 자연이 준비한 별미 같다.
맥주 한 캔을 따자 '칙'하는 소리와 함께 숲 속에 작은 파도가 일고, 시원한 막걸리는 목을 타고 내려가며 속까지 청량하게 적신다. 숲의 바람이 식탁 위를 스쳐 지나가고, 나뭇잎들이 잔잔한 박수를 보낸다.
한 끼의 식사가 이토록 따뜻한 위로가 될 줄이야. 자연 속에서 나눈 이 소박한 만찬은, 어느 근사한 식당보다도 더 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시 배낭을 메고 산의 품속을 조금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간다. 배가 부르니 마음도 넉넉해지고, 이제는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산은 여전히 가파르지만, 숨결은 평화롭다.
계속된 폭우로 계곡은 자신을 새롭게 그려낸다. 바위틈마다 물이 흘러내리며 작고 고운 폭포를 만들었다. 고요했던 계곡은 어느새 생명으로 가득한 작은 축제가 되었다. 물줄기는 하늘의 기억을 품은 듯 투명하고 힘차게 흐르고, 산은 그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도솔산 전적지는 6·25전쟁 중인 1951년 6월, 양구군 해안면 칠정리의 해발 1,148m 고지, ‘도솔산’을 중심으로 벌어진 치열한 고지전의 현장이다. 이곳은 당시에 38선 이북, 적의 보급로와 방어선 상에 자리 잡고 있어 전술적 가치가 매우 컸다.
한국 해병대 제1연대와 북한군 제5군단의 치열한 전투 끝에 북한군 2,263명 사살 및 44명 생포했지만, 해병대 약 700명이 사상되는 등 아군 손실도 컸다.

양구 10년 장생길은 양구군이 조성한 건강 걷기 길로,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따라 총 10개의 테마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름에서 '10년 장생'은 이 길을 걸으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08년, 양구군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소지섭 씨가 양구의 도솔산 전적지, DMZ 인근 생태 탐방로, 펀치볼 일대 등을 자주 방문하며 홍보에 앞장섰다. 그가 걷고 사진을 찍은 4코스(도솔산 전적지길)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자, 지역 주민들과 양구군이 '소지섭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개가 서서히 산을 타고 오르며 운무를 만들고, 그것이 나뭇가지 사이를 흐를 때면 마음은 문득 숙연해진다. 돌산령 정상의 군부대를 지나면서 느껴지는 묘한 안도감, 그리고 그 너머 해안면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마치 무겁던 마음의 짐까지 덜어주는 듯하다.





풍경은 단조로울지 몰라도 곳곳에서 피어난 야생화가 눈길을 끌고, 얼굴을 스쳐 솔솔바람은 이 여정에 충분한 위로를 건넨다.












걷다 보면 길옆 풀숲 사이, 조심스레 고개를 내민 지뢰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선명한 붉은색과 경고 문구는 분명히 위험을 알리고 있지만, 그 존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길이 평화를 염원하는 길임을 더욱 또렷하게 말해준다.
총성이 멈춘 지 오래건만, 땅속 깊이 묻힌 기억은 아직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 전쟁은 지나갔지만, 그 흔적은 지뢰처럼 보이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 이 길을 걷는 이들은 총이 아닌 평화의 발걸음으로 그 상처를 덮는다.
바람은 조용히 풀을 흔들고, 작은 들꽃은 아무 일 없던 듯 피어 있다. 지뢰 표지판 옆을 지나며 문득 멈춰 선다. 아찔함과 동시에 울컥한 마음이 밀려온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 속에 전쟁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그럼에도 이곳이 사람들의 길이 되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오유밭길은 양구군 해안면 DMZ 인근 트레킹 코스로, 펀치볼 분지 한가운데를 지나며 탁 트인 시야 덕분에 평화롭고 시원한 경관을 자랑한다. 한때 군사 작전지였던 이 땅이 이제는 걷는 사람들을 위한 평화의 길로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다.
'오유밭'이란 이름은 '오래된 유채밭' 또는 '오랜 정성이 담긴 밭'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곳 주변에는 감자, 배추, 옥수수 등 각종 작물이 재배되고 있으며, 평화롭게 가꾼 밭들이 이어진 완만한 언덕길이 특징이다.






돌산령터널 반대쪽 갈림길에서 만난다. 이 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상처 입은 땅이 치유되고, 그 위를 걷는 이들이 과거를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양구는 다시금 평화를 말하고 있다. "잊지 말되, 멈추지 말고 걸으라."
"다시는 이 땅 위에 총성이 울리지 않기를.", "이 길을 걷는 우리의 발걸음이 곧, 평화의 씨앗이 되기를."










DMZ 자생식물원은 DMZ(비무장지대)의 식물 다양성과 생명력을 보여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국내 유일의 DMZ를 주제로 한 식물원이다. 인간의 어리석음 속에서도 자연은 살아남고, 다시 피어난다는 희망의 공간이다.







<참고>
걷기 좋은 여행지 | 해발 1,050m 돌산령.. : 네이버블로그
걷기 좋은 여행지 | 해발 1,050m 돌산령 고개를 넘어 펀치볼로 향하는 길, 강원 양구 DMZ 평화의 길 2
역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평화의 길 강원도 양구군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곳곳에 펼쳐진 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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