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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27~28구간(21km, 장뚱어해수욕장~증도관광안내소)

2024. 4. 14(일)

27구간(4.5km)+28구간(16.5km)=21km

 

27구간(4.5km) 

장뚱어해수욕장-(4.5km)-증도면사무소

 

오늘 참가한 인원은 29명. 좌석의 여유가 거의 없다.

7시 30분. 간이 휴게소에서 정차하여 된장 국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빈 도시락에 점심으로 먹을  찰밥을 가득 채운다.

지난달 남미여행을 다녀오신 쪽빛님이 호박설기를 준비해 와 한 덩어리씩 나누어준다.

따끈한 떡에서 따뜻한 귀연의 정이 느껴진다.

 

지도읍내에서 송도교를 건너 송도로, 사옥대교를 건너 사옥도로, 증도대교를 건너 증도로 들어간다.

 

증도는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천사의 섬 신안군에 속한 하나의 섬으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서 두 번째로 꼽힌 바 있다. 

 

10시 40분. 지난번 트레킹이 멈춘 짱뚱어 해수욕장에서 하차하여 단체 기념사진을 찍는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사진 몇 장을 찍는 사이 걸음이 빠른 선두는 벌써 저 멀리 사라진다.

서둘러 뒤따라 걷기 시작한다.

 

계절이 3달이나 앞서간다. 오늘 대전 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육박하며 7월 여름 날씨라는 일기예보다.

그러나 증도는 최고기온이 23도에 구름이 햇빛을 가려주고 살랑살랑 부는 시원한 바람도 기분좋게 온몸을 스쳐 지나가며 더위를 식혀주어 걷기에 좋다.

 

우전해수욕장과 증도면 소재지를 연결해 주던 짱뚱어다리는 2004년 말 갯벌 위에 470여 m의 목교로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노후화된 기존 다리를 철거하고 새 다리를 놓고 있다. 2024년 3월 말 공사가 마무리되기로 예정되었으나, 아직도 공사 중이다.

 

증도 향기의 섬은 한반도를 닮은 해송 숲의 일부로 금목서와 은목서가 3,600그루 심겨 있어 사계절 푸른 숲길로 가을에 꽃이 필 때 향기가 멀리 퍼져 향기의 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미세먼지 차단 숲이기도 하다.

 

갯벌 해안을 빙 돌아 도착한 솔무등공원에는 짱뚱어 동상과 증도에 명품 자전거길이 있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자전거 조형물을 커다랗게 만들어 놓았다. 일명 빈폴 자전거로 불리는 서양식 자전거 모형이 이채롭다.

 

이름도 생소한 ‘순비기 전시관’도 눈길을 끈다. 순비기(herb)는 바닷가 모래땅에서 넝쿨을 뻗으면서 자라는 허브식물이라고 한다. 증도면에서는 순비기로 천연염색을 해서 스카프나 베개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단다.

 

짱뚱어는 청정 갯벌에서만 산다. 두 눈이 불룩 솟아있고 가슴과 등에 큼지막한 지느러미가 있다. 썰물 때는 펄에서 지내고 밀물 때는 구멍 속에 들어가 산다. 물속에서는 아가미 호흡을 하고 물 밖에서는 피부호흡을 하며,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갯벌 바닥을 기어다닌다. 

 

물고기인데 물보다 갯벌을 더 좋아하는 짱뚱어. 갯벌과 짱뚱어는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다. 갯벌의 고장 신안과 증도에 딱 어울리는 물고기인 셈이다.

 

영화 <자산어보>(2021년 개봉)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것이 뭐냔 말이다."(정약전, 설경구)

"짱뚱언디 저건 잡아가지고 닭이나 주지 우리들은 안 먹어라."(창대, 변요한)

 

"못 먹는 것이냐?"(정약전)

"묵어도 죽진 않것지유. 닭도 먹고 돼지도 먹응께."(창대)

 

"짱뚱어라. 이를 한자로 기록해야 하는데 어찌해야 하나."(정약전)

"눈구녕이 툭 불거졌응께 눈구녕 갖고 이름을 붙이면 되것지라."(창대)

 

"옳거니. 불룩한 철자에 눈 목자. 철목어(凸目魚) 어떠냐. 하하."(정약전)

 

영화 속에서 짱뚱어는 정약전이 최초로 한자 이름을 지어준 물고기이다.

 

짱뚱어는 11월 말이나 12월 초부터 이듬해 3월까지 1m 깊이의 구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잔다. 이렇게 잠이 많아 잠둥어라 불렀고 그것이 짱뚱어로 바뀌었다고 한다. 짱뚱어는 동면에 들어가기 전인 8~10월에 영양분을 많이 비축한다. 그래서 이때 잡은 짱뚱어가 가장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다.

증도는&nbsp; &lsquo;천사의 섬&rsquo;&nbsp; 신안군에 속한 하나의 섬으로 &nbsp;&lsquo;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rsquo;에서 두 번째로 꼽힌 바 있다.
우전해수욕장과 증도면 소재지를 연결해 주던 짱뚱어다리는 2004년 말 갯벌 위에 470여 m의 목교로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노후화된 기존 다리를 철거하고 새 다리를 놓고 있다. 2024년 3월 말 공사가 마무리되기로 예정되었으나, 아직도 공사 중이다.

 

표지기를 따라 유채꽃단지 길을 걷다보면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과 만난다. 이곳에서 500m 떨어진 곳에 문준경 순교지가 있다.

증도에는 유독 교회가 많은데 이와 관련된 슬픈 사연이 있다.

 

한국 교회의 위대한 신앙 유산 문준경전도사는 암태도에서 태어나 17세에 지도읍 정씨가문으로 시집갔다. 이때 목포 북교동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1931년에는 서울의 성서학원(현 서울신학대학교)에 입학해 사역자의 길에 들어섰으며 1933년 임자도의 진리교회 개척을 시작으로 신안군 21개 섬들을 순회하며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 

 

문 전도사는 목포에서 “인천상륙작전으로 적군이 후퇴했다고 하나 아직 정확한 사정을 모르니 더 있다가 들어가라”라는 만류를 뿌리치고 “교인들을 돌봐야 한다”라고 귀향을 서둘렀다가 순교를 당했다. 한국 최초의 기독교 여성 순교자다. 증도는 그래서 성결 교인들의 성지가 됐다.

 

증도 주민 중 80%는 이 영향으로 개신교도들이다. 이곳에는 단 한 곳의 성당도 절도 없다. 증도로 이주하려는 사람은 개종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정도다.

노오란 유채꽃밭 너머로 문준경전도사 순교기념관이 보인다.

 

태평염전에서 시작된 서해랑길 27구간은 증도면사무소에서 끝나고, 동시에 28구간이 시작된다.

 

28구간(16.4km)

증도면사무소상정봉오산마을검산마을해저유물발굴기념비방축마을구분포저수지증도관광안내소

 

증도면사무소 앞 왼편에 서해랑길 28구간안내도가 서 있다.

길은 염산재 계단을 올라 면사무소 뒷산인 상정봉으로 이어진다.

커다란 물탱크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산길은 급경사로 바뀐다. 

 

기도바위쪽으로 올라가면 증도에서 가장 뛰어난 조망을 선사하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나무 전망대에 서면 짱뚱어해수욕장과 송림 그리고 태평염전의 아름다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 앞에는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 직전의 마지막 기도가 적혀있다.

 

조망을 감상하고 평평한 능선길을 잠시 걸으면 ‘문준경 전도사(1891~1950)’의 기도바위가 나온다.

기도바위에는 ‘보혈’이라는 시(詩) 한 수가 적혀있다.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이 바위에서 문준경 전도사가 기도를 드린 모양이다. 참고로 보혈(寶血)이란 인류의 죄를 구속(救贖)하기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흘린 피를 말한다. 그녀의 순교가 그만큼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상정봉(上正峯, 127.7m)에는 정상 표지석은 없고 한가운데에 삼각점이 박혀있다.

옛날 세상이 홍수로 뒤덮였을 때 증도도 물속에 잠겼는데 오로지 상정봉 정상만이 덜 잠겼다고 한다. 그때 물 위로 드러난 정상의 모습이 상여(喪輿)를 닮았다고 해서 상정봉(喪頂夆)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상여의 뜻을 내포한 산의 이름이 좋지 않아 지금은 상정봉(上正峯)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바닷가에는 ‘오산(吾山)’마을이 있다. 법정 동리인 ‘방축리’를 구성하는 4개 자연부락(방축·검산·오산·염산) 중 하나로, 예전에는 마을 앞에 배가 드나드는 수문개가 있었다고 해서 ‘수문개’로 불리다가 집이 다섯 채인 데다 길까지 다섯 갈래로 나뉜다고 해서 ‘오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점심식사 중인 일행

 

아스팔트 포장도롤 따라 온만한 오르막을 올라 모퉁이를 돌면 ‘검산(劍山)’마을이다. 지나왔던 오산마을처럼 ‘방축리’에 속하는 마을로, 원래 이름은 ‘만들’이었다. 마을 앞바다에 고기떼가 가득하다는 뜻이란다. 그러다 해적과 도둑으로 인해 마을이 피폐해지자 시주 나온 중의 조언에 따라 ‘검산(劍山)’으로 이름을 바꾸었단다.

 

해저 유물을 최초로 발견하여 신고한 어부 최형근 씨 집 앞에는 ‘검생이의 달’이란 빗돌이 세워져 있다. ‘검생이의 달’은 1990년 KBS-2TV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로 보물 소동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인 탐욕과 애증을 그려낸 이야기. 1976년 당시 해저 유물 발굴이 이루어진 검산(일명 검생이) 마을에서 보물과 관련된 마을 사람들 사이의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검생이의 달 옆 정자에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를 끝내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신안해저유물 발굴 해역에 이른다. 바다를 향해 툭 튀어 나간 곶(串) 주변에 ‘해저 유물발굴기념비’와 ‘낙조 전망대’, ‘700년 전의 약속(해저 유물전시관)’ 등이 있다.

 

건너편 ’소단도‘에는 특이한 외모를 지닌 이 층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유물과 함께 발견된 송·원대의 무역선, 즉 보물을 실었던 선박을 본떠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건물 이름은 ‘보물섬(Treasure Island)’이다. 원래 이름은 ‘700년 전의 약속’이다.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의 빗돌의 크기가 대단하다. 신안해저유물은 1975년 도덕도 앞바다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나온 도자기를 통해중국 원나라 무역선의 실체가 알려졌다. 이후 청자·백자 등 생활용품 등 2만여 점과 동전 800만개(28톤)에 달하는 해저 유물이 1984년까지 9년 동안 발굴됐다.

 

이 신안해저유물 발굴은 우리나라 수중 고고학의 효시가 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동양문화사 연구에 길이 빛날 업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발굴된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발굴 해역도 국가사적 제274호로 지정됐다.

 

이곳에서 28구간 종점인 증도관광안내소까지 남은 거리는 11km다.

청자화병 모양의 해상 부표는 1975년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화병 6점이 올라온 곳을 표시한다.

 

자전거 라이딩 무리가 지나간다. 한적한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서 병꽃나무, 양지꽃, 제비꽃 등 다양한 들꽃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가파른 언덕을 내려와 조금 더 진행하자 멀리 증도대교가 보인다.

 

뒤편 언덕에 유채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증도 관광안내소 옆에 서해랑길 29구간 안내판에서 오늘 트레킹을 끝이난다.

15시 40분. 약 5시간 소요.

 

두부김치 안주삼아 소주와 시원한 맥주로 뒤풀이를 하고 귀가를 서두른다. 대전까지 3시간 넘게 소요된다.

병꽃나무
양지꽃
제비꽃
증도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