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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11-12구간(18.5km 산림생태관리센터~수유리 오토캠핑장)

일시 : 2023년 4월 9일(일)

11구간(14.5km 산림생태관리센터 ~ 쉬미항)

 

호남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리던 버스는 여산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30분간 정차하고, 함평나비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 진도.

진돗개, 홍주, 진도아리랑으로 유명한 섬이다. 그러나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 미스트롯에서 진(眞)을 차지하면서 진돗개보다 더 유명해졌다. 송가인 공원을 스쳐 지나고 송가인의 고향인 소앵무리(小鸚鵡里)를 지나간다. 앞산이 앵무새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생가 바로 앞에 가게 간판이 눈길을 끈다. '꽈배기이어라'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산림생태관리센터앞에서 하차한다. 아직 개관하지 않은 센터 옥상에 오르자 가사군도와 신안군의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가사군도(加沙群島)는 조도면 가사도리에 딸린 주지도(손가락섬), 양덕도(발가락섬), 사자섬 등을 지칭한다.

 

가사도라는 이름은 하늘에서 본 섬의 형상이 가위를 닮았다해서 전라도 사투리로 ‘가새섬’이라 부른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로는 스님들이 입는 옷 가사(加沙)와 닮았다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주지도는 섬의 중앙에 있는 바위가 마치 상투, 손가락같이 생겼다 하여 상투섬, 손가락섬 이라고도 한다. 인근에 구멍 뚫린 혈도와 마주 보고 있으며 곁에 양덕도와 함께 두 섬은 멋있는 쌍을 이루고 있다.

양덕도 역시 가사도에 딸린 섬으로 주지도(손가락섬)와 쌍을 이루고 있다. 섬 정상부가 발가락처럼 생겨서 발가락섬이라고 한다.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걷기 시작한다. 

서해랑길은 서해안의 갯벌과 넓은 바다 위 작은 점으로 보이는 섬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선물한다. 걷지 않고는 볼 수 없던 아름다운 풍경이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지나간다포근한 햇살과 기분 좋을 만큼 부는 바람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불어오는 바람을 뚫고 묵묵히 걸음을 옮긴다.

 

하보전마을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가 반갑다. 

진도는 지금 온 들녘에 펼쳐진 유채꽃 노란 물결이 장관이다.

안치(鞍峙)마을은 쉬미항구와 지산면 소포리를 연결하는 간척지 사업 때 만들어진 소포 방조제 배수갑문 옆에서 서쪽으로 들어와 조용히 숨어있는 곳으로, 전에는 진도읍에서 가장 먼 오지마을로 통하는 길이었다.

남북으로 형성되어 뻗어 있는 마을의 산줄기가 말의 안장의 모양새를 닮아서 안치라고 불렸다고 한다.

 

명종 2(1547)에 조선조 대표적 성리학자였던 노수신이 유배 와서 초옥삼간을 지어 소재(蘇齋)라 이름을 짓고 19년간 머물며 경사를 연구하였던 곳으로 이곳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노수신의 자손들이 현재까지 거주하는 노 씨 마을 집성촌으로 농어업을 주업으로 생활 중이다. 2010년에 소재관이라는 이름으로 준공된 마을회관이 멋지다.

 

날씨 좋은 날,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 해안길과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들녘을 느리게 걸으며 마음에 여유를 찾는다.

배가 고프다. 방파제 한쪽에 오션부 자연 레스토랑(?)에 점심상을 차린다. 동행이 즉석에서 고소한 콩가루에 버무려낸 쑥버무리가 일품이다. 디저트로 커피와 맛있는 빵까지 배르게 먹고나니 걷기 싫어진다.


길은 걷는 사람의 것이다. 내가 걸어야 내 길이 된다. 누가 대신 걸어주지 않는다. 스스로 걸어야 한다. 

눈앞에 길이 나타나면 그냥 따라간다. 여럿이 동행을 한다 해도 결국 걷는 것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일이다.

 

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고 인적도 드물어 그지없이 고요하고 한적하다

멀리 유채꽃밭 너머로 내산월리마을에 파란색으로 통일한 지붕들이 눈길을 끈다.

 

▲청산님제공

△주지도(손가락섬), 양덕도(발가락섬)

▲청산님제공

△안치마을

▲청산님제공

△내산월리

12구간(4km 쉬미항 ~ 수유리 오토캠핑장)

 

쉬미는 水尾(물의 끝동)이라는 뜻으로 쓰였는데, 발음하다가 쉬미로 변했다고 한다.

쉬미항에서 가사 5군도를 운항하는 관광유람선 아일랜드 제이호가 운행중이다. 유람선 운행코스는 광대도(사자섬), ‘구멍섬’으로 불리는 혈도, 양덕도(발가락섬), 주지도(손가락섬), 해식동굴과 천년불탑이 있는 불도와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한 세방낙조 앞 해상을 둘러 쉬미항으로 귀항한다.

 

진도낙원해안로 푸른빛 해안로를 따라 걷는다.

언덕을 넘어서자 수유리마을이 보이고 트로트를 연주하는 트럼펫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푸론트 카페 개업식이다. 카페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온 일행들이 반긴다.

자리를 잡고 양반곰님이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하자 수육, 홍어회무침, 팥시루떡 등등 커피보다 먼저 개업 음식이 나온다.

출출하던 차에 생각지 못한 호사를 누린다. 개업 선물이라며 예쁜 머그잔도 선물로 준다. 

 

이번 트레킹은 수유리 오토캠핑장에서 끝을 맺는다. 

많은 중년 남성들의 로망이 주말농장, 별장, 캠핑카다. 

난 손재주도 없고 그다지 잘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며 일머리도 없다.

혼자 뭔가를 해야하는 것에 귀찮고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난 텃밭도 캠핑카도 별 관심이 없다.

 

오토캠핑장 공터에 식탁을 펼치고 개미님이 준비한 묵무침을 안주삼아 술 한잔으로 뒤풀이를 마치고 대전으로 향한다.

집까지는 꼬박 5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