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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9-10구간(10km 윤고산사당~진도항)

일시 : 2023년 3월 12일(일)

9구간(8.2km 윤고산사당 ~ 서망항)

 

630분 집을 나선다.

여행의 출발은 언제나 흥분과 떨림의 연속이지만 오늘은 걱정이 앞선다.

버스는 여느 때처럼 진잠체육관에서 마지막으로 일행을 태우고 호남고속도로로 들어선다.

비 예보에 다시 진도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인지 지난주의 절반도 안되는 인원이 참석했다.

 

여산휴게소 정자에서 아침을 먹는다. 메뉴는 된장국에 찰밥 그리고 김이지만 꿀맛이다.

출발할 때 조금씩 흩날리던 빗방울은 금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차게 차창을 때린다.

함평을 지나면서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목포를 지날 즈음에 비가 그쳤다.

비가 북상 중인가보다.

 

3시간 넘게 달려왔지만, 아직도 1시간 이상 더 가야 한다.

진도는 멀다. 차 타는 시간이 길어 지친다. 아직도 3번이나 더 이곳을 와야한다.

목포 신항과 삼호 현대중공업을 차례로 지나 신이교를 건넌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윤고산 사당에 도착한다.

5개월 만이다.

비는 그쳤지만 옷 속을 파고드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서둘러 단체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길을 재촉한다.

오늘은 일기 여건상 트레킹 거리를 단축하여 팽목항(진도항)까지 약 10km만 진행하기로 한다.

되돌아보니 운영진의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9구간 종점인 서망항까지는 미르길 4코스 ~ 6코스다.  미르길은 총 길이가 19㎞가 넘는다.

1코스는 헌복동~죽림 시앙골(1.5k㎞)까지, 2코스는 죽림 시앙골~탑립~귀성(4.6㎞), 3코스 귀성~중만(2.1㎞),

4코스 굴포~동령개(6㎞), 5코스 동령개~남동(3㎞), 6코스 남동~서망(2.5㎞)까지 이어진다.

 

해안길이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오솔길로 이어져 있는데 마치 용이 승천을 준비하고 있는 형상 같다고 해서 미르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한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2021년 걷고 싶은 전남 숲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령개삼거리 지나고 동령개소공원을 지나 청둥산 임도로 들어선다.

가을 흔적이 남아있는 호젓한 임도에는 소리 없이 부슬비가 내리고 나뭇가지를 휘 갈리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앙칼지다.

 

임도를 벗어나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내려서지 멀리 남동 한옥마을이 눈에 들어오고 남도 진성이 지척이다.

진도 남도 진성은 고려 원종 때 배중손이 삼별초를 이끌고 진도로 남하하여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으면서 쌓은 성이라고 전해지는데 삼별초가 제주도로 향하기 직전 마지막까지 여몽 연합군과 항전을 벌였던 유적지로 배중손 장군이 최후를 마친 곳이라고 한다.

 

남도석성 앞에 쌍운교와 단운교 등 두 개의 홍예교(무지개다리)가 있다.

편마암 판석을 겹쳐 세워 질박한 아름다움이 일품이다.

진성 안으로 들어간다.

성곽 안쪽은 그 옛날 마을이나 관청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은 그저 황량한 들판만 남아있을 뿐이다.

남도 진성은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다.

 

18번 국도를 따라 걷는다. 길가에 동백이 붉은 자태를 뽐내며 나그네를 유혹한다.

서해랑길 9구간은 꽃게로 유명한 서망항에서 끝이 난다.

 

 

10구간(1.7km 서망항 ~ 진도항)

진도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있는 서망항은 198631일 국가 어항으로 지정되었으며,

전국 꽃게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전국 꽃게 주산지다.

 

팽목항에서 1km 떨어진 곳에 국민해양안전관이라는 이름의 세월호 추모 시설이 들어섰다.

팽목항에 있는 세월호 관련 시설들은 물론 기억의 숲까지 이곳으로 모인다고 한다.

 

서망항부터 팽목항까지 걷는데 태풍급 비바람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이며 힘겨운 걸음을 옮긴다.

 

우산살이 부러지고 온몸은 비로 흠뻑 젖으며 팽목항에 도착한다.

모두에게 팽목항으로 기억되는 이곳의 지명은 진도항이다.

팽목항에서 진도항으로 개명된 시점은 세월호 비극이 벌어지기 일 년 전인 2013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매스컴에서 예전 이름인 팽목항으로 소개되면서 사람들은 이곳을 여전히 진도항이 아닌 팽목항으로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람 누구에게나 가슴 한편에 상흔처럼 새겨졌을 지명이다.

 

팽목항에는 여전히 노란색 리본과 리본 모양의 스티커, 메시지, 그리고 팽목기억관 등 컨테이너 건물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임시여객선 터미널 길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을 사서 찰밥을 말아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진도항 여객선터미널에서는 진도항에서 제주까지 90이면 도달하는 쾌속 카페리 산타모니카가 운항 중이다.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는 날씨였지만 멈추지 않고 그저 묵묵히 걷고, 결국 목적지에 다다른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야속하기도 했고 가던 길을 포기하게 할 뻔도 했지만 참 잘 걸어왔다. 돌아보니 그렇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