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3년 4월 23일(일)
12구간(18.5km 수유리오토캠핑장 ~ 우수영관광지 아리랑 전수관)
구름이 덮인 흐린 하늘이지만 오히려 트레킹하기엔 딱이다.
소박한 포구의 해안선과 고즈넉하게 펼쳐진 바다, 그리고 마을 앞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기분 좋을 정도의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진도는 지금 곳곳마다 노오란 유채꽃 물결이 장관이다.
약 1시간 정도 걸어 나리방조제 초입에 도착한다.
백조호수공원에는 이름도 예쁜 금영화와 개양귀비 화단을 조성해 놓아 나그네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101호 진도 고니류 도래지에 이용시설을 설치하여 생태체험 관찰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조성되었다.
나리방조제는 군내면 나리의 북서쪽 끝의 바다를 막아 간척하기 위해 1991년에 착공하여 2008년에 완공된 방조제이다.
총길이 3.5km로 진도읍 수유리(전두리)에서 나리까지 남북으로 연결된 방조제로 오른쪽에는 군내호가 만들어졌다.
나리방조제 위로는 서부해안로로 불리는 803번 지방도가 지나간다.
방조제 위를 걸으며 왼쪽 서해바다와 오른쪽 군내호에 번갈아 눈길을 주면서 삼삼오오 담소를 나눈다.
걷기의 즐거움을 안다는 그것만으로도 나는 아주 행복하다.
나리방조제에서 바라보는 서해 바다는 역시 섬들의 고장답게 점점이 박힌 섬들이 베트남 하롱베이를 연상케 한다.
나리방조제 끝자락 오션뷰에 자리를 잡고 점심 식탁이 뚝딱 차려진다. 바람도 없어 포근하다.
고추장떡에 전라도 명품 포기김치와 갓김치까지 육류는 없어도 채식 뷔페를 방불케 할 정도로 풍성하다.
동행들과 행복한 한끼를 생각하며 이른 아침 나눔을 준비하느라 얼마나 분주했을까? 감동이다.
향긋한 커피와 달콤한 카스테라 후식까지 부러울 것 없는 늦은 점심을 마치고 길을 이어간다.
길은 범바위 둘레길로 이어진다. 서해랑길 이정표가 쓰러져 수풀속에 방치되어 있다. 건배산을 오른다.
건배산 능선을 따라 숨이 거칠어질만 하면 벤치와 전설 등을 적어놓아 쉼과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건배바위에 오르자 진도타워와 진도대교가 손에 잡힐 듯하고 사방으로 시야가 막힘없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건배산을 내려서 죽전마을 회관을 지나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녹진관광지로 걸음을 이어간다.
작은 호미 한 자루 들고 너른 밭과 씨름하는 아낙들의 모습에서 하염없음이 느껴진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들판에서 보냈을까? 그들이 흙에 뿌린 땀방울은 또 얼마일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판에서 보내야할까?
녹진관광지에는 바다를 호령하는 이순신장군 동상이 반긴다.
진도의 관문 녹진 앞 바다 명량해협은 바닷 물살이 빠르고 소리가 요란하여 바닷목이 우는 것 같다고 하여 "울둘목"이다.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300여 척의 왜선을 물리친 세계의 해전사에서도 기록을 찾기 힘든 대첩지이다.
지형이 사슴의 뿔처럼 생겼다 해서 녹진(鹿津)이라 한다.
울둘목 주말장터를 지나 진도대교를 건너 우수영 관광지로 향한다.
드디어 진도 구간을 벗어나며 서해랑길 12구간은 우수영 관광지 옆 아리랑 전수관 앞에서 끝이 난다.
마지막 일행들이 도착하고 오늘도 개미님이 준비한 두부김치를 안주삼아 술 한잔으로 뒤풀이를 마치고 귀가를 서두른다.
진도를 빠져나오니 대전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30분 정도 줄었다.
▲반디지치-길가에 피어난 들꽃이 길손에게 길 위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
▲금영화-양귀비과의 한해살이풀. 캘리포니아양귀비라고도 한다.
끝.
'서해랑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16구간(21km 별암선착장~세한대학교) (0) | 2023.06.12 |
---|---|
14-15구간(23.9km 초동마을~별암선착장) (0) | 2023.05.30 |
11-12구간(18.5km 산림생태관리센터~수유리 오토캠핑장) (0) | 2023.04.10 |
9-10구간(10km 윤고산사당~진도항) (0) | 2023.03.13 |
48-47구간(18.1km 새만금홍보관~격포항) (0) | 2023.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