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11(일)
15구간(4.8km 별암선착장~달도교차로)
6월도 두 자리 숫자로 넘어간다.
젊을 때는 하루가 엄청나게 길었던 것 같은데….
50대는 시속 50으로, 60대는 시속 60으로, 70대는 시속 70으로 시간이 흐른다는 옛날 어르신들의 말이 실감 난다.
그래도 오늘이 내 남은 인생 제일 젊은 날이 아닌가.
6시 30분. 새벽잠에서 깬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선다.
내 좋아서 하는 일에 휴일 새벽 단잠을 깨워 미안한 마음이다.
7시 30분. 여산휴게소에서의 아침 식사는 서해랑길 트레킹에서 언제나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뜨끈한 미역국에 말은 잡곡이 섞인 찰밥은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은 꿀맛이다.
기사님과 여성 회원님들의 수고로 매번 즐거운 호사를 누리는 행복한 시간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준비해 간 빈 도시락에 점심으로 먹을 찰밥까지 꾹꾹 눌러 담고 마른김까지 챙기면 마음마저 든든하다.
500번 광주 외곽고속도로를 타고 서광산에서 12번 무안광주고속도로로 진입하여 함평나비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후 함평 분기점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목포까지 내달린다.
10시 30분. 지난번 걸음을 멈춘 별암 선착장에서 간단한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하여 금호 방조제를 지난다.
왼쪽은 서해바다. 오른쪽은 금호호다. 멀리 현대삼호중공업의 크레인이 시야에 들어온다.
△ 10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구하려다 숨진 정재수 군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동상.
효자 정재수(孝子 鄭在洙) 군은 1974년 1월 22일 아버지 정태희 씨와 함께 경상북도 상주군(현 상주시) 화서면 소곡리의 집에서 약 12km 떨어진 충청북도 옥천군 청산면 법화리에 있는 큰집으로 설을 지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큰집으로 가려면 보은군 마로면에 있는 험준한 고갯길인 마루목재를 건너야 했는데 당시 이 고갯길에는 이틀 전부터 내린 눈이 33cm가량 쌓여 있었고, 기온도 영하 20℃까지 내려갔다 한다.
그다음 날 사람들은 고갯길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였다. 부자가 동사한 상태로 땅에 움츠리고 누워 있는데 아버지의 몸에는 아이의 외투가 덮여 있었고, 아이는 아버지를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술기운이 있었던 아버지가 눈길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아이가 옷을 덮어 주고 몸을 일으키려 애를 쓰다가 지쳐 잠들어 결국 동사하고 말았다.
이 눈물겨운 이야기는 당시 여러 신문 기사에 실려 전국으로 알려졌고, 후에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실렸으며,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16구간(16.2km 달도교차로~세한대학교 영암캠퍼스)
임시노선으로 개통했던 서해랑길 15~16코스는 현재 솔라시도 기업도시로 진입하는 영암호 다리가 작년 10월 개통하고, 목포구등대~양화간 지방도 확포장 공사가 올해 5월 준공됨으로, 정식노선으로 개통되었다.
서해랑길 16코스 안내판이 있는 달도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솔라시도 사무실 울타리 밖으로 길이 이어진다. 영암호와 만난다.
영암호는 영암, 금호 방조제가 준공되면서 만들어진 대규모 호수이다. 영암, 금호 방조제는 전남 영암군 삼호면과 해남군 화원면, 산이면을 잇는 방조제로 1985년에 공사를 시작해 1996년에 준공되었다. 영암군 삼호면 삼포리에서 해남군 화원면 별암리 간 4.3km의 바다를 막는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여의도 면적의 약 24배에 이르는 간척지가 농경지와 공업용지로 활용되고, 약 3억1,700톤의 농.공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영암호를 따라 걷는다. 호수 건너편 영암 F1 경기장에서 굉음이 귓전에 전해진다.
영암과 해남을 아울러 새롭게 조성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솔라시도'라고 부른다.
지난 2005년 관광형 기업도시로 지정된 솔라시도는 태양, 바다 등 자연환경을 이용한 '신(新)환경 미래도시'로의 개발에 접어든 모습이다.
대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은 솔라시도 개발 콘셉트중 하나인 '에너지' 그 자체다.
솔라시도 태양광발전단지(48만 평·98㎽)는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 규모인 만큼 끝도 없이 펼쳐져 늘어선 태양광 패널들은 멀리서 보면 활주로처럼 보인다.
솔라시도 대교까지 지루한 길을 동행들과 도란도란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또 걷는다. 나무 한 그루 없는 길이다. 다행히 먹구름이 햇빛을 가려주고 솔솔 부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스쳐 지나간다. 양산을 펼쳐드니 생각보다 훨씬 시원하다.
↓솔라시도 사무실
↑ 영암호 남단에서 본 산이교
↓ 소리쟁이 : 약용식물로 열매가 익으면 바람에 소리를 낸다고 한다.
소리쟁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지만 옛날에는 서민에서 사대부 식탁에까지 즐겨 올랐던 나물이고, 약용으로도 일반대중에서 최고의 권력자까지 두루 사용했던 보물 같은 식물이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패독채(敗毒菜)라 하여 민간에서 긴히 쓰이는 약초로 나와 있으며 항염작용이 뛰어나 무좀, 습진, 피부염 환자들에게 소리쟁이로 만든 연고를 사용했다고 한다.
↑ 솔라시도 대교가 금방 닿을 듯이 지척에 보이지만 서해랑길은 영암호를 따라 크게 빙 돌아간다.
작년 12월 영암호를 가로지르며 영암 삼호와 해남 산이를 잇는 연장 2.2km의 솔라시도 대교가 생겨 목포에서 해남까지 거리가 30분으로 단축되었다.
다리 아래로 걷거나 자전거로 통과할 수 있는 보행자전용도로가 있어 서해 바다를 조망하며 천천히 걷기에 좋다.
다리 아래 나무데크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시원한 맥주 한 잔씩을 나누는 사이 다른 일행들이 도착한다.
↓ 멀리 영암 월출산 모습과 17구간 종점인 새한대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 솔라시도는 '태양(Solar)과 바다(Sea)가 조화롭게 어울려 여유로운 삶이 만들어진 도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공도1교
↓ 공도2교와 상하로 움직이는 배수갑문이 아니라 두개의 갑문이 좌우로 회전하면서 열리는 배수갑문이 특이하다.
↓ 새한대학교 영암캠퍼스 전경
15시 50분. 예정보다 20분 늦게 17구간 종점에 도착한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새한대학교 주차장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뒤풀이 준비를 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기사님이 후원한 만두와 임시 대장을 맡은 양반곰님의 후원한 수박, 새콤한 오징어무침, 시원한 맥주 등 뒤풀이가 푸짐하다.
허겁지겁 허기와 갈증을 달래고 새한대학교 정보관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상쾌하고 뿌듯하다.
16시 30분. 대전으로 출발~
잠시 쉬어가기 위해 함평휴게소에 들어서면서 버스에 팬 펠트가 끊어지는 고장이 있었지만, 맥가이버 기사님이 뚝딱 정비를 끝내고 다시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한다. 여산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19시 30분 서대 전 요금소로 빠져나온다.
아직도 밖은 훤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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