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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55-56구간(19.8km 금강하구둑관광지 ~ 송석리눈들노인회관)

2023. 6. 25(일)

금강하굿둑 관광지-장항 도선장 입구(장항항)-송림산림욕장-장항 스카이워크-캠핑장-옥남1리 노인회관-하소버스정류장-다사항-송석리 눈들노인회관(19.8km)

 

55구간(5.6km 금강하구둑 관광지 ~ 장항도선장입구)

 

두 팔의 어긋남과

두 발의 어긋남의 연속이 걷는 모습이다.

그래,

어긋남의 반복이 삶이었구나...

흔들리면서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구나

-신광철의 [걸으면서 눈치 챈 것]에서-

 

남부지방 장맛비 소식에 17-18구간으로 예정되었던 서해랑길 여행은 일기예보상 비가 오지 않는다는 장항 서천 55-56구간으로 변경하여 진행한다는 운영진의 카페 공지를 버스에 승차한 후에 알게 되었다.

 

벌곡휴게소에서 근대 국에 찰밥을 말아서 아침 식사를 하고 버스는 국도를 타고 금강하굿둑으로 향한다.

9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금강하굿둑 관광지 주차장에 도착한다. 버스 타는 시간이 짧아서 좋다.

 

출발전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임시정부 4대의장을 역임한  독립운동가 김인전선생의 흉상과 추모비가 있는 김인전공원을 둘러보고 금강변을 따라 서천음식특화거리를 지나 장항읍 방향을 향해 걷는다.

금강하굿둑은 농업기반공사가 8년동안 1천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1990년도에 완공한 하굿둑이다.

군산과 장항을 잇는 교통로로도 이용되어 관광지로서 큰 몫을 하고 있으며, 장항선의 일부인 신장항-군산 대야 철도가 놓여 있다. 강 건너편은 군산시다.

 

장맛비를 피해 왔지만 목덜미에 와 닿는 바람이 후덥지근하다.

어느새 여름의 한복판, 어깨에 내리꽂히는 햇살이 따갑다.

장맛비를 대비해 준비한 우산이 햇살을 가리는 양산이 되어 그늘을 만들어주니 걷기가 훨씬 수월하다.

↓ 임시정부 4대의장을 역임한 독립운동가 김인전선생 추모비 

↑ 금강 갑문교

 

서천음식특화거리에 많은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다. 군산 경제의 몰락이 이곳까지 영향을 미친 듯하다.

군산은 1990년대 들어 한국지엠(구 대우자동차) 군산공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소, 각종 협력업체들의 유입에 제조업 도시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7년 현대중공업이 군산 조선소의 가동을 중단했고, 이듬해엔 한국지엠도 군산공장의 문을 닫았다.

군산 경제를 뒤흔든 두 개의 핵탄두였다.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한국지엠 공장의 폐쇄는 협력업체 포함 수천 명의 실직자를 만들었다.

작년 10월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는 재가동을 했지만, 조선업계 불황기에 숙련공들이 아예 업계를 떠나버린 경우가 많아 숙련공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월남참전기념탑이 서 있는 평화공원을 지나 장항 미곡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서천미술창작공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등록문화재 591호로 지정된 미곡창고는일제강점기 수탈한 곡식을 장항항을 통해 일본 오사카로 반출하기 위해 임시로 곡식을 저장하던 창고로 일제강점기 가슴아픈 사연을 가진 근대문화유산이다.

 

한쪽 벽면에 '늙은노동자의 노래' 가사말이 적혀있어 옛날 생각에 흥얼거린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노동자 되어 ♬~

 

서해랑길 군산 55구간은 장항 도선장입구에서 끝이나고 서해랑길 서천 56구간이 시작된다.

56구간(14.2km 장항도선장입구 ~ 송석리 눈들노인회관)

 

예전에 호남 사람들은 군산 바로 앞에 있는 장항제련소에 가려면 군산에서 배를 타고 장항 도선장에서 내려 걸어갔다.

이 군산 장항간 배가 드나들던 곳이 장항 도선장이다. 지금은 도심속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신해 있다.

장항 도선장 공원을 한바퀴 둘러본다.

 

공원 옆 버려진 녹슨철길에 애기메꽃이 군락을 이루고 가시상추 등 효능좋은 약나물들이 지천이다.

동행한 쪽빛님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에게는 그저 야생화와 잡초에 불과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 애기메꽃

 

장항(長項)이란 지명은 서천군의 옛 남부면 지역에 있었던 장암리와 항리를 합쳐 만든 장항리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장항항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전북 군산과 마주 보고 있어 한때는 장항과 군산을 오가는 배가 있었으나 2010년 금강하굿둑이 완공되면서 현재는 고기잡이 어선만이 장항항을 오가고 있다. 

장항항 물양장 일원에서는 매년 5-6월에 꼴·갑축제가 열린다. 꼴갑은 꼴뚜기와 갑오징어를 줄인 말.

↑ 장항제련소와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 경제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충남 서천 장항항

 

징힝제련소는 1936년 전쟁물자 수달을 위해 조선제련주식회사로 창설되어 아시아 최대 높이의 산업시설로 일본의 구리제련 주생산시설로 사용되었다. 이후 우리나라 산업화의 한 축을 이루던 곳이다. 1937년 전망산 위에 90미터 높이의 굴뚝이 완성되어 해발 210m로 한때 항해와 항공의 목표물로 쓰이기도 했고 해방 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우리나라 산업을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9.28서울 수복 후 군산 비행장에 주둔한 미군이 활주로가 짧아 비행기가 이륙할 때 걸릴 우려가 있다며 철거될 위기해 처했다가 1979년 일제가 건립한 굴뚝을 철거하고 높이 120m로 재건축한 것이다.

↑ 옛 장항제련소 굴뚝모습. 지금은 LS메탈 장항공장이다. 

 

장항 송리산림욕장(장항 솔숲)은 바닷바람과 모래 날림을 막기 위해 조성된 70년생 해송들이 하늘을 가린 울창한 소나무숲이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사랑하는 가족들과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2년 전 코로나가 맹위를 떨칠때 가족여행을 했던 추억이 있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향기와 맥분동은 전국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높이 15m, 길이 250m의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보는 서천갯벌은 세계유네스코 자연유산이다.

한낮 햇살을 난반사하는 서해와 싱그러운 향내를 뿜어내는 장항 송림. 몇 번을 바라보아도 닳지 않을 아름다움이다.
높이 15미터의 공중 산책로 장항 스카이워크는 서천의 펄과 바다와 녹음을 한데 아우르는 전망대다.

 

서해바다는 밀물과 썰물의 해수면 차이가 크게 나고 그곳에는 너른 갯벌이 발달해있다.

갯벌은 지구의 청소부, 생명의 땅이다.

서천갯벌과 장항 송림 사이에 펼쳐진 백사장은 자동차가 오가도 꺼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지반을 이루는 데다, 염분과 철분이 풍부해 몸에 좋은 모래로 오랜 세월 사랑받았다.

 

금빛 물결의 노오란 기생초가 바람에 흔들리며 아름다운 자태로 나그네들을 반긴다.

루드베키아, 접시꽃, 해바라기, 갯쑥부쟁이, 자귀나무 꽃 등등

걷지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들이 서해랑길 걷기여행에 즐거움을 더한다.

↑ 루드베키아

↑ 접시꽃

하소 버스 정류장에서 매바위방향으로 향한다.

 

매바위 공원은 공원 한 가운데 집채만한 바위가 매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매를 닮은 이 바위는 어느해 태풍으로 목과 머리 부분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매바위 해변공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송석해변방향으로 걷는다.

↑ 매바위 앞 갯벌에는 칼바위, 먹섬, 한목 등의 갯바위가 눈길을 끈다.

↑ 매바위와 자귀나무꽃

자귀나무 : 밤이 되면 작은 잎이 닫히는데 남녀가 사이좋게 안고 잠자는 모습을 연상시켜 옛사람들은 이 나무를 야합수(夜合樹)라고 부렀다고 한다.

 

앗!  서해랑길 리본이 사라졌다. 당연한 길이어서 인가? 잠시 당황하다가 지도를 확인하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우리의 인생도 서해랑길의 리본처럼 중간중간 방향을 알려주면 길을 잃지 않고 좋으련만...

그래도 방향을 잃지 않고 잘 살아온 것에 그저 감사하다.

그동안 바쁘게 살면서 보지 못한 것들을 걸으면서 즐기는 법을 배운다.

 

코스 변경 사실을 알지 못하여 넉넉하게 준비하지 못한 식수가 무더위에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타는 목마름을 견디며 그늘 한 점 없는 송석리 들판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는다.  

 

송석리 눈들노인회관앞에서 드디어 서해랑길 서천 57구간은 드디어 끝이난다.

노인회관 앞 수돗가에서 수돗물로 세수를 하고 양말을 벗고 오늘 가장 고생한 발을 씻으니 개운하다.

휴식을 취하며 후미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후미가 도착하고 버스를 타고 갈목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한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준비한 활어회와 쭈꾸미를 안주삼아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달래고 대전으로 귀가를 서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