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2일(일)
45구간(7.8km 왕포마을~모항해수욕장)
코로나 19시대 여행의 화두는 '길'이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여행자들은 자연 속을 걷는 행복함을 비로소 알게 됐다.
돌이켜보면 여행의 트렌드는 3~4년을 주기로 달라져 왔다. 콘도미니엄의 편리함이 대세였던 적도 있었고, 동화 속 같은 이국적 펜션 여행이 주를 이뤘던 때도 있었다. 뒤이어 체험 여행이 붐을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다시 '길'이 여행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오전 7시. 마라톤과 설명절 연휴로 잠시 멈추었던 서해랑길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선다.
흐린 날씨에 미세먼지와 안개까지 짙게 끼여 시야가 없다.
10시경. 용왕님도 쉬어가는 왕포마을에서 하차한다.
전북 부안군 진서면 운호리 왕포마을은 50여 가구 정도가 사는 아주 소박한 어촌마을이다.
1970년대만 해도 칠산어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어촌’ 가운데 하나였다.
과거엔 이른 봄부터 수백 척의 어선들이 모여들어 풍어 성시를 이뤘다.
왕포(旺逋)란 이름도 칠산어장에서 고기가 제일 많이 잡히는 곳이었기에 붙여졌다.
왕포마을은 소금과 젓새우로도 아주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당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뒷산 까치봉에서 살던 암수의 까치 부부가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번성하게 되자 마을 이름을 '작당'이라 부른다고 한다. 도롯가에는 예쁜 카페들이 영업 중이다.
부안 변산마실길이기도 하다. 변산반도 해안 바닷가를 따라 펼쳐지는 부안 변산마실길은 해안 바닷가를 따라 66㎞, 8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마동을 지난다. 말이 길을 가다 쉬어가기 좋은 곳이라 마동이라 명명했다고 구전한다.
마동방조제는 마을의 가난을 몰아내기 위하여 사람들이 농경지를 마련하고자 축조한 바다 둑이다.
모항해수욕장에 이르는 구간은 부안(변산) 마실길 6코스 쌍계재 아홉구비길로 해안 바닷가를 따라 마실길이 조성돼 있다. 해안 초소길을 활용한 자연 친화적인 흙길이 이색적이다.
전라도 천년의 역사와 자연을 담은 길, 44개로 이루어진 전북 천리길과 겹친다.
46구간(10.6km 모항~격포항)
서해랑길 46구간은 모항에서 시작한다.
모항(茅亢)이라는 지명은 우리말로 띠목이라는 뜻으로, 한자 띠 모(茅)는 풀 초변에 창 모자로 풀의 생김새가 창처럼 뾰족하다 해서 띠풀이라고 하였고 목 항(亢)은 머리 혈변에 장인 공자로 머리와 몸통을 이어준다 해서 목이라 했다.
배가 드나드는 들목이란 뜻. 한마디로 군사적으로나 어업적으로 아주 중요한 요충지라는 얘기다.
부안(변산) 마실길 5코스 모항 갯벌체험길과 4코스 해넘이 솔섬길을 따라 걷는다.
서해안권 지질명소를 대표하는 부안 솔섬부터 변산산림수련관까지 이어지는 변산마실길 5코스 모항 갯벌체험길은 아름다운 해안 탐방로로 새롭게 단장했다.
절벽을 따라 설치된 데크 아래 바위에 부딪히는 잔잔한 파도 소리는 귀는 물론 눈까지도 상쾌하게 한다.
오랜 세월 모진 비바람과 폭풍우를 이겨낸 10여 그루 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솔섬 앞쪽에는 전북 학생수련원이 자리 잡고 있다. 솔섬은 적벽강과 채석강, 직소폭포, 모항 위도와 함께 전북 서해안 국가지질공원 6곳 중 한 곳이다.
썰물 때는 솔섬까지 도보로 통행할 수 있으며 특이한 지질 구조 암석을 볼 수 있다. 특히 저녁노을이 질 때 소나무에 드리우는 석양빛이 아름다워 사진 동호인들이 순간 사진 포착을 위해 1년 내내 발길이 분주한 곳이다.
걷다 보면 왼쪽으로 한옥마을이 보인다. 이순신 세트장이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하고 영화 '명량'을 촬영한 곳이라고 하는데 2023년 5월까지 정비를 위해 임시휴관을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어 안까지 못 들어가 봐서 약간 아쉽기는 하다.
상록해수욕장의 모래를 간직한 언포마을을 지나 봉화산을 오른다.
해발 177m로 낮지만, 격포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적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위치였다.
걷다 보면 궁항마을이 나타난다. 위에서 보면 마을의 모양이 활을 당기는 모양으로 되어 있다고 그래서 궁항마을이라고 한다.
서해랑길 46구간 종점은 격포항을 지나 닭이봉 입구까지이다.
채석강은 변산반도 서쪽 끝 격포항과 그 오른쪽 닭이봉 일대 1.5㎞의 층암 절벽과 바다를 총칭하는 이름이다. 바닷물의 침식을 받은 수성암층 절벽이 마치 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며 곳곳에 해식동굴이 있다. 이곳의 경치가 당나라 이태백이 배 타고 술 마시다가 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비슷하다고 해서 채석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변산반도의 최서단으로 옛 수운(水運)의 근거지였으며 조선 시대에는 전라우수영 관하의 격포진이 있던 곳이다.
채석강과 연이은 격포해수욕장을 지나 후박나무 군락이 있는 연안을 거쳐 수성당이 있는 용두산을 돌아 대마골여우골을 감도는 2㎞ 가량의 해안선은 적벽강이라 불린다. 이 역시 중국의 적벽강만큼 경치가 좋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말 그대로 붉은색을 띠는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져서 특히 석양 무렵의 경관이 볼 만하다.
1976년 4월 2일 전라북도 기념물 제29호로 지정이 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1971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8년 6월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그 아름다운 절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인생은 경험한 만큼 보이고, 여행은 걸은 만큼 보인다. 걸은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걸은 만큼 행복해지기도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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