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8월 15일(일)
산행코스 : 한티재-길등재-깃재-새신고개-칠보산-애미랑재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약 19.5km, 7시간 50분 소요
동행 : 귀연산우회 21명
전조등으로 어둠을 밀어내며 달리던 버스는 31번 국도를 따라 영양 방면으로 접어든다. 영양읍과 일월면소재지를 지나면 태백으로 가는 31번 국도와 백암온천 · 평해 방향으로 가는 88번 지방도로가 갈라진다.
경북 봉화 춘양면에서 시작하여 강원도 영월 하동면으로 이어지는 88번 지방도로는 최고의 산길 드라이브 길이다. 넓고 깨끗한 도로에는 오가는 차가 별로 없어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
춘양면은 예로부터 '금강송', '적송'이라 불리는 소나무, 즉 '춘양목'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억지 춘양' 이라는 말도 이곳에서 유래되었다.
춘양목이 너무도 유명하여 춘양, 내성(봉화) 장날 장사꾼들이 모두 자기들이 가져온 나무가 춘양목이라고 우겼다 해서 '억지 춘양' 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갖가지 설이 난무한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가장 유력한 설로는 '영동선을 개설할 당시 직선으로 뻗어 달리게 설계된 노선을 춘양면을 소재지로 감아 돌아 지나가도록 억지로 끌어들인 데서 나온 말' 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철도 노선을 보면 춘양면 삼거리 쪽의 직진거리를 놔두고 춘양면 안쪽으로 깊게 들어와 있다.
8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한티재(해발 430m)에 도착한다.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한티재는 임진왜란시 의병과 왜군이 이 골짜기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는데, 지금도 비만 오면 핏물이 바위틈에서 흘러나오고 있으며, 통로의 반석 위에는 많은 말발굽 자국을 선명히 볼 수 있다고 한다. 한티(寒峙)재는 찬 물이 나는 고개라는 의미로, 재는 역전 앞과 같이 반복된 우리말 표기의 오류다.
모두 차멀미로 힘들었다고 한다. 한티재에는 산행 후 마땅히 땀을 씻을 곳이 없어 오늘 산행은 한티재에서 애미랑재까지 역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간단한 산행준비를 마치고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상큼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사진제공 : 청산님>
산행을 시작한지 10분 정도 지나 걸음을 멈추고 묘지 앞에 자리를 잡고 각자 준비한 행동식으로 허기를 달랜다.
산책로 같은 부드러운 길을 오르내리며 진행한다. 오지 중의 오지인 이곳은 원시 그대로의 모습이 살아 있다. 선답자들의 표지리본이 바람에 펄럭이며 정맥꾼들을 반긴다.
길등재로 내려선다. 지금은길등재라고 부르지만 옛날에는 재가 높아 재를 넘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고 해서 갈등재라고 했단다.
▲길등재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배낭커버를 하고 우의를 꺼내 입는다. 예상보다 일찍 비가 시작된다. 황장송이 쭉쭉 뻗어 하늘을 찌르고 있고, 중간 중간 거목으로 자란 금강송이 다른 나무들을 거느리며 위엄을 과시한다. 남쪽의 소나무에 비하여 뒤틀림이 거의 없이 일직선으로 솟은 이곳의 금강송은 큰 것은 두 아름 정도는 될 정도로 크다.
884.7봉에 도착하여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잠시 호흡을 고른다.
▲884.7봉
▲884.7봉 삼각점
이번 구간은 해발 1,000m 미만이지만 고산준령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태고의 신비가 묻어나는 구간이다. 지도상 깃재에 도착한다. 깃재(해발 761m)는 길이 기어 다닐 정도로 힘들고 험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일명 겟재라고도 한다. 오른쪽으로 수비초등학교 신암분교(폐교)를 이어지는 길이 열려있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틈타 깃재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깃재를 지나 칠보산 가는 길에서 만난 십지(十指) 춘양목은 굵은 가지가 나리꽃 수술처럼 10개 나있어 십지송(十指松)이라 부른다.
▲십지춘양목
새신고개(해발 720m로 내려선다. 신암리와 새신을 연결하는 고개지만 요즈음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 길이 보이지 않고 선답자들의 표지리본만 바람에 나부낀다.
▲새신고개 선답자들의 표지기
산행 막바지에 새신고개에서 칠보산 오르는 길은 장난이 아니다. 벌써 6시간의 산행을 했고 그 중 4시간은 우중 산행으로 비에 젖은 등산화는 지친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한걸음 한걸음 정상을 향해 내딛는다.
충청북도 괴산의 칠보산(778m)과 경상북도 영덕 자연휴양림이 있는 칠보산(810m)등은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하지만 이곳 낙동정맥 상에 있는 칠보산은 같은 이름의 산들 중 가장 높은 표고인 974m이지만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고 그저 정맥꾼들의 입에만 오르내린다.
경북 영양군 병곡면에 위치한 이곳 칠보산의 원래 이름은 등운산이었으나 고려 중기 이곳을 지나던 한 중국인이 샘물을 마셔 보고 "물맛이 여느 샘물과 다르니 이 산에는 귀한 물건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에 부락민들이 찾아보니 돌옷(담쟁이), 산삼, 황기, 멧돼지, 철, 더덕, 구리 등 일곱 가지 보배가 나와 그 후부터 칠보산(七寶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제공 : 한림정님>
▲칠보산 삼각점
애미랑재 절개지가 눈에 들어온다. 절개지 오른쪽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서 애미랑재에 도착하여 이번 구간 산행을 종료한다. 칠보산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과 봉화군 소천면을 잇는 고개(애미랑재)는 도로를 내면서 산을 절단 낸 모양이 다른 곳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 심하다. 30~40m에 이르는 높이로 산을 절개하여 건설된 2차선 포장도로는 왕피천 최상류이자 백두대간이 영남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의 생태축을 흉물을 만들어 놓았다. 교통량도 별로 없는 이런 곳까지 도로를 확포장하면서 산줄기를 끊어버리는 무모한 행정이 우리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애미랑재에서 산행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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