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9년 12월6일(일)
산행코스 : 신원리(송호가든)~ 복호산~지룡산~823봉(삼계봉)~사리암입구~운문사~주차장(약 6시간 소요)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서 칠곡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하고 청도톨게이트를 빠져나와 20번 국도를 타고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로 향한다. 톨게이트에서 약 1시간. 차멀미가 날 즈음 산행들머리에 도착한다.
날씨가 매우 차다. 등산화 끈을 조이고 산행준비를 하는 사이 모두들 산길로 들어선다.
'통정대부밀성손씨묘' 앞쪽으로 넓은 산길이 열려 있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커다란 봉우리가 당당한 위용을 뽐내며 길을 가로 막고 있다. 20여분 올라서 전망바위에 서면 신원리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다시 한 차례 더 된비알 길을 힘겹게 올라서면 밀성손씨묘가 자리하고 있는 안부에 닿는다. 잠시호흡을 고르고 길을 이어간다.
곧바로 암봉길로 접어든다. 지룡산 산행의 백미인 암봉구간은 의외로 험하다. 그러나 밧줄이 있고 암벽에 층이 있어 오를 만하다.
이곳을 조심조심 힘겹게 오르면 확 트인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건너편 인공암벽장 위로 호거대(등선바위)가 보이고 그 뒤로 억산 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호거대(虎距臺)는 호랑이가 거쳐할 만한 바위라는 뜻으로 운문산의 요새자리에 범처럼 앉아 있다. 일명 등심바위라고 부르지만 이곳 주민들은 등선(登仙)바위가 맞는다고 한다. 그 생김새가 당당하여 일명 장군봉으로 불리기도 하며, 거대한 바위로 되어 있어 쇠사슬을 잡고 올라설 수 있는 암벽이다. 암벽 꼭대기에는 20여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밧줄을 붙잡고 또 한 번 힘겹게 오르면 정면 억산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7분쯤 급경사길을 치고 오르면 삼각점과 돌탑이 있는 복호산에 도착한다. 옛 신선봉 자리다. 신원리에서 보면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이라고 하여 복호산(伏虎山)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지룡산의 정상표지석이 잘못 세워져 있어 약 1.5km 떨어진 지룡산으로 옮겼다고 한다.
과메기 안주삼아 복분자주가 돌아가고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지룡산으로 가는 길은 부드러운 낙엽길이다. 낙엽 위로 햇살이 포근히 내려앉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하늘이 싱그럽다. 동행하는 산우들이 있지만 한편으론 혼자 걷는다는 생각에 느긋하다.
한번 내려섰다 올라오면 다시 삼각점이 박힌 지룡산이다. 지룡산은 산이라기보다 산성으로 오랫동안 불리어 왔는데 산성의 규모는 작지만 사방이 절벽과 급경사로 둘러져 있고 동쪽 능선에 샘이 있어서 산성으로서의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룡산성이란 이름은 후백제왕 견훤이 이 산에 살던 지렁이의 아들이라는 야설로 인해 지용산이라 부르게 되었고, 여기에 있는 산성을 지룡산성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지룡산성은 신라가 망하고 고려가 삼국을 통일하게 된 계기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 산성을 축조한 후백제왕 견훤이 신라의 수도였던 금성을 공략하게 되자, 신라왕이 나라를 들어 고려에 항복하게 되고 그 뒤 고려에 의해 후삼국이 통일되었던 것이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뒤쪽이 새로이 원래 지명을 찾은 복호산이고 오른쪽 앞쪽이 지룡산이다.
바로 오른쪽 산 중턱에 자리한 내원암에서 불경소리가 들리고 멀리 운문사 전경이 보기 좋다. 곧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문복산과 계살피계곡이 보이고 이어 돌탑이 있는 봉우리 인근에선 지룡산성 흔적이 역력하다.
힘겹게 올라서면 823봉 헬기장이다. 한쪽에 누군가 작은 돌로 삼계봉 정상석을 만들어 놓았다.
먼저 도착한 선두 일행이 점심식사를 끝내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상운산까지 가기 위해서 바쁘게 서두른다. 배넘이재에서 운문사로 산행을 하는 일행들은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느긋하게 휴식을 즐긴다. 오리훈제를 굽고 김치찌개와 라면을 끓이고 푸짐하다. 산정에서의 파티는 커피로 마무리하고 산행을 이어간다.
가지산 북봉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끝없이 이어지는 알프스의 산너울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헬기장에 삼계봉2 라고 적은 앙증맞은 표지석이 웃음을 자아낸다. 삼계리(三溪里) 마을을 품고 있는 산봉우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된다. 삼계리는 배내미, 생금비리, 계살피의 세 계곡이 합치는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왼쪽 나선폭포 방향이다. 오른쪽 사리암 방향으로 간다. 곰을 닮은 벼락 맞은 나무를 지나면 돌탑이 서있는 갈림길이다. 왼쪽은 삼계리,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배넘이재 방향이다. 일부는 왼쪽 배넘이재로 향하고 일부는 오른쪽 사리암입구로 직접 내려서는 가파른 내리막기로 접어든다.
'나반존자'가 사업하는 이들에게 영험이 있다하여 많이 찾고 있는 사리암은 향일암 보리암과 더불어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기도도량이다. 사리암 주차장은 많은 차량들이 주차해 있다.
운문사 산내 암자인 사리암 주차장까지는 부드러운 산책로다.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이곳이 자연휴식년제 구간이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띤다. 원래 사리암 쪽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주등산로였지만 오래 전부터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운문사까지는 지루한 시멘트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운문사쪽에서 이곳으로 들어올 때는 신도차량만 출입이 허용된다. 사리암 주차장에서 운문사까지 20분 정도 걸리고 운문사에서 주차장까지는 10여분쯤 걸린다.
우리나라의 산에는 거의 절집이 있다. 4세기 불교가 유입될 때만 해도 절집은 도심 한복판에 있었다. 그러다 7세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교화와 회유를 위해 화엄10찰을 변방에 세웠고, 이후 9세기 선종의 유행으로 구산선문(九山禪門)이 개창돼 산사의 전통이 점차 확립,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고 한다.
까치산 남동쪽에 솟아오른 '지룡산, 가지산, 운문산, 억산'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운문사는 1400년 전 신라시대때 창건된 고찰이다, 신라 '세속오계'를 전수한 <삼국유사>를 쓴 일연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운문사 현판을 보면 운문산이 아닌 '호거산운문사'로 되어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운문사액을 내리기 전에는 호거산으로 불렸던 것 같다. 원래 대작갑사이던 절을 고려 태조가 운문선사로 사액한 뒤 운문산이란 이름이 자연스럽게 명명되지 않았나 싶다. 이는 17세기 이중경의 '유운문산록'에서 보듯 이 일대 전체가 운문산으로 불렸음을 방증한다.
운문사는 비구니 스님들이 불법을 닦는 곳으로 계곡이 맑고 수려하며,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로 유명하다.
△천연기념물 제180호 처진소나무
△운문사 경내
△보물 제 835호 운문사 대웅보전
△보물 제678호 운문사 삼층석탑
△운문사에서 주차장 가는 길
△주차장 앞 소나무 숲길
▲주차장에서 바라 본 지룡산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