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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백운산(원주)

산행일 : 2010년 1월 17일(일)

산행코스 : 금대1리-구암사-아흔아홉골(도삿골)-치마폭포-중재(도삿골고개)-854봉-작은백운산(984m)-금선대-구암사(원점회귀)


흑과 백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독특한 멋과 눈이 무릎까지 빠져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심설산행은 겨울 산행의 백미다.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을 조용히 걷고 싶어 강원도로 떠난다. 오늘 산행지인 원주의 백운산은 그다지 이름난 겨울 산행코스가 아니어서 참여 인원이 적다. 다행히 산행이 취소되지 않고 진행되어 버스에 오른다. 45인승 버스에 탑승 인원은 12명.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 남이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 갈아탄다. 만종분기점에서 다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남원주요금소를 빠져 나간다. 곧바로 우회전하여 19번 국도를 타고 원주방면으로 3분 정도 진행한 다음  갈림길에서 우회전하여 5번 국도를 타고 제천신림방면으로 진행한다.


년 초부터 폭설과 한파가 연이어 겹쳐 예년에 보기 드문 강추위가 2주 넘게 지속되면서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더니 주말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풀리겠다는 일기예보대로 차창으로 스미는 햇살이 따뜻하다.


 

산행들머리는 치악산국립공원 영원사계곡 입구 못미처 금대1리 아흔아홉골이다. 아흔아홉골 입구에는 '아흔아홉골가든'과 '구암사 1.2km' 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을 지나 머리 위로 아찔하게 올려다 보이는 중앙고속도로 교각 아래를 지나 10여분 들어가면 왼쪽 계류 건너로 구암사가 보인다.

 

 

 

 

구암사 삼신각 왼쪽으로 능선을 따라 투구봉을 거쳐 보름갈이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있지만 오늘은 아흔아홉골을 오름길로 택한다.

 

구암사를 지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붉은 벽돌로 지은 2층집이 보인다. 붉은 벽돌 2층집에서 왼쪽 계류를 건너면 등산로가 열려있다.

 

30분 정도 눈 덮인 계곡을 따라 진행하자 치마폭포와 만난다. 높이 10m에 폭 15m로 백운산 일원에서는 운학리 철철폭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폭포인 치마폭포는 눈에 파묻힌 채 깊은 동면중이다.

 

나뭇가지에 눈은 모두 녹았지만 지면위에 눈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겨울에는 찾는 이가 거의 없어 고요하고 적막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겨울을 밟는 느낌이 뽀드득 소리와 함께 발밑에서 전해져 온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더불어 구름사이로 내비치는 한줄기 햇살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산재당터를 지나 1시간 이상 바쁘게 오르자 빈대절터에 닿는다. 주능선 상의 중재(도삿골고개)까지 급경사 오르막이다. 낙엽 위에 수북히 쌓인 눈은 아이젠도 소용없이 미끄러워 오르기가 수월치 않다. 능선에 도착하자 바람이 차다. 보온 재킷을 꺼내 입고 잠시 숨을 고른다.

 

 

왼쪽은 보름갈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고 오른쪽은 백운산으로 이어진다. 보름갈이봉(금대봉)은 원주시 금대동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 운학리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옛날 분지를 이룬 골짜기 에서 화전민들이 귀리, 조, 팥, 옥수수 등을 심기 위해 밭을 일구는데 비탈인데다가 돌이 많아서 보름 걸렸다고 하여 보름갈이봉으로 불렸다고 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작은 백운산으로 향한다. 눈이 바람에 쓸려 많은 곳은 무릎을 넘는다.


헬기장에 서자 북으로 원주 시내가 확연하게 내려다보이고, 옷을 벗은 앙상한 나뭇가지사이로 최고봉 비로봉(毘盧峰·1288m)에서 남대봉(南臺峰·1181.5m)까지 남북으로 14㎞에 걸친 눈 덮인 치악산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흡사 거대한 장벽처럼 일어선 치악산릉의 윤곽선은 유달리 굵고 힘차다.

 

작은 백운산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고 오순도순 모여 앉아 허기를 달랜다.

 

곧바로 작은 백운산에 오른다. 정상석도 이정표 없다. 계곡 건너 중계탑이 보이고 왼쪽으로 백운산의 우람한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백운산에서 능선을 따라 5분 정도 진행하면 갈림길이다. 왼쪽 능선은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오른쪽이 금선대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백운산은 강원도 원주시와 충북 제천시 경계를 이루며 원주시 동쪽을 감싸고 있는 산이다. 치악산의 인기에 눌려 찾는 이가 적은탓에 한가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으로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심심산골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광이 잘 간직되어 있다.

 

금선대까지는 부드럽고 편안한 능선길이다. 지도상의 631.6봉이금선대다. 삼각점과 돌탑(캐언)이 있고 金仙臺라고 쓰인 화강석 표지석에는 1997년 10월 30일 법광 혜안 이라 적혀있다.

 

금선대에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서너 차례 엉덩방아를 찧고서야 붉은 벽돌집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6시간 동안 실컷 눈을 밟으며 즐긴 원점회귀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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