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9년 8월 23일(일)
산행코스 : 죽연마을-사성암-오산-매봉-선바위전망대-솔봉고개-배바위-둥주리봉-용서마을
나의 애마는 산악회 버스의 마지막 탑승 장소로 향한다. 한 번도 속 썩임 없이 벌써 10년 동안 출퇴근 시 나의 발 노릇을 해온 애마가 고맙다. 계족산 너머로 솟아오른 아침 햇살이 구름에 퍼지며 도시를 깨운다. 한 낮에는 30도를 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마지막 탑승 장소인 원두막. 알음알음 알게 된 산우들과 3주전 중국트레킹을 함께 한 송알이님 부부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곧이어 도착한 귀연산우회 버스에 오른다. 친절한 배기사님과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산우들의 얼굴이 보인다. 한북정맥 졸업 후 발목부상과 중국트레킹으로 두어 달 만이다. 왠지 낯설다.
버스는 덕유산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하였다가 장수나들목으로 빠져나가 구례로 향한다. 국도변 휴게소에서 한 번 더 정차한다. 19번 국도에서 살짝 비킨 냉천삼거리에서 구례 읍내로 들어선 후 사성암 이정표를 따라 진행한다.
오늘 산행은 구례에서 섬진강 벚꽃 길을 진행하다 까끔팜스테이 농촌상설체험장 표지판이 보이는 죽연마을(구례군 문척면)에서 시작한다.
개념도 : 인터넷사진
주차장에서 하차하여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남쪽으로 20m 정도 올라가면 '오산 등산로' 커다란 산행안내판이 보인다.
길 양쪽으로 밤나무밭을 끼고 10분쯤 걸으면 본격적인 등로가 시작되고 너덜지대를 만난다. 산 아래 구례쪽 섬진강 조망이 시원스럽고, 누가 쌓았는지 크고 작은 돌탑들이 반긴다. 사성암까지는 약 50분. 지그재그 식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 않다.
▲청산님 사진
풍수에선 오산이 '섬진강 물을 마시는 자라 형국' 이라 한다. 그래서 자라 오(鰲) 자를 쓴 오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성암의 기록에 의하면 이 산이 금자라 형국이라 해서 금오산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갈림길에서 오산 정상까지는 500m. 10여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사성암은 들렀다 가야 한다. 갈림길에서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50m 정도 오르면 사성암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까지 구례에서 마을버스가 운행된다.
깎아지른 벼랑에 제비 집처럼 붙여 지은 사성암(四聖庵)은 연기조사가 544년(백제 성왕 22)에 화엄사를 창건하고, 그 이듬해 건립한 암자라 전한다. 이곳은 원래 오산암이라 불렀는데, 《사성암 사적(四聖庵史蹟)》에 4명의 고승 즉 원효(元曉)·도선(道詵)·진각(眞覺)·의상(義湘)등 4대 성인이 수도한 암자라 하여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1984년 2월 29일 전라남도문화재자료 제33호로 지정되었다.
오산 사성암 전망바위에서 내려다보면 구례들판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문척면 나들목인 신·구 문척교와 그 아래로 넉넉하게 굽이치는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약사전에 오르면 작은 불상들 뒤로 선명한 마애약사여래불이 눈길을 끈다. 약 25m의 기암절벽에 음각으로 새겨졌으며 왼손에는 애민중생을 위해 약사발을 들고 서 있는 마애약사여래불에는 원효스님이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그렸다는 불가사의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사성암 주위의 기암괴석을 특별히 '오산 12대' 라고 부른다. 사람이 쉬어갈 수 있도록 평평한 쉬열대, 거센 바람 불어대는 풍월대, 화엄사를 향하여 절하는 자리의 배석대, 향을 피워 놓은 향로대, 진각국사가 참선했다는 좌선대와 우선대, 석양을 감상하기 좋은 낙조대,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병풍대, 선녀가 비단을 짠 신선대, 하늘을 향하는 양천대, 연기조사가 마애불로 화했다는 아미타불 닮은 관음대, 크고 붉은 색을 띤 괘불대가 그것이다.
수령 800년 귀목나무와 지장전, 소원바위, 그리고 산신각과 그 옆 도선굴 등을 돌아보고 활공장으로 향한다. 사성암 해우소 앞 소로는 활공장으로 직접 이어진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나가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까지 시원한 툭 트인 조망이 오랫동안 발걸음을 잡는다. 동쪽으로 굽이치는 섬진강과 남북으로 내달리는 17번국도, 그리고 공사가 한창인 전주-순천간 고속도로의 높은 교각이 멋진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활공장에서 정상을 향한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의 내리막길은 구름재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는 오르막길은 사성암 뒤쪽의 소원바위(뜀바위)를 지나 정상으로 이어진다.
사성암 소원바위(뜀바위) 위에서 다시 조망을 감상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사성암 덕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구례 오산(鰲山 : 531m)은 비록 높이가 해발 500m 조금 넘지만, 구례 들판을 휘돌아가는 섬진강과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 조망이 아주 빼어난 산이다.
정상엔 산불감시 초소와 정상 표지석이 서 있다. 몇 걸음 더 진행하면 지리산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산에 들면 산을 모르고 산을 벗어나면 그 산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오산에 오르면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동쪽으론 노고단, 반야봉, 삼도봉이 뚜렷하고 멀리 명선봉, 촛대봉이 아련하게 어림된다. 삼도봉 오른쪽으로 왕시루봉과 황장산이 우뚝하고 오른쪽 멀리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살짝 머리만 내밀고 있다. 한마디로 지리산 최고의 조망대이다.
조망을 감상하고 조금 더 진행하여 매봉 못 미친 곳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잡는다. 산정에서의 점심식사는 그 어떤 보약보다도 몸에 좋다. 산우가 힘들게 가져온 국수 한 그릇을 권한다. 나눔이 정겹고 고맙다.
매봉부터는 부드러운 산책로 길이다. 자래봉에서 선바위전망대로 가려면 오른쪽 아래로 250m를 내려 가야한다. 중국 장가계를 연상시키는 우뚝 솟은 선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당당한 모습은 멀리서 봐도 장관이지만 가까이 보면 더욱 멋지다. 멀리 사성암도 시야에 들어온다. 바위벼랑에 지은 암자가 아슬아슬하다.
▲층꽃나무
등로는 아기자기한 암릉 길로 바뀐다. 특히 이곳은 섬진강 조망이 아주 좋다. 왼쪽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한결 또렷해지고 오른쪽으로 섬진강도 굽이굽이 속살을 드러낸다. 하늘색이 참 아름답다.
솔봉고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임도를 따라 내려서다 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왼쪽 숲길로 들어선다. 둥주리봉으로 이어지는 종주길이다.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완벽하게 현 위치를 표기한 이정표는 산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산길이 지그재그로 잘 나있고 위험하거나 길 잃을 구간이 없다.
조금씩 경사를 더해가는 오르막길이다. 능선의 왼쪽은 깎아지른 벼랑바위인데 배바위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섬진강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시원한 바람과 논다.
봉우리 하나를 올라서자 또 다른 봉우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둥주리봉이다. 10여분 후 둥주리봉(690m)에 도착한다. 멀리서 보면 광주리(둥주리)를 엎어 놓은 듯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둥주리봉 정상에는 이정표가 서 있고 자그마한 정상표지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산은 동해마을 이정표 방향으로 내려선다. 장골능선을 지나 용서마을로 갈라지는 능괭이 갈림길에서 용서마을 쪽으로 내려선다. 이곳부터는 순천시다. 쏟아지듯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외딴 민가 한 채가 보인다.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하다.
용서마을(전남 순천시 황전면 금평리)까지는 약 1km 거리다. 편안한 산길을 걸어가면 시멘트 포장길과 만난다. 햇볕을 머리에 이고 터벅터벅 10분 정도 내려서면 용서폭포로 가는 길이 갈라지고 그대로 내려서면 용서마을 용서정 쉼터에 닿으면서 약 5시간 30분 간의 여유로운 산행은 끝이 난다. 용서( 龍棲 )마을 이름은 용의 보금자리였던 용서폭포에서 유래된 듯하다.
용서폭포 : 인터넷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