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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박달산(괴산)

  

산행일 : 2009년 8월 17일(월)

산행코스 : 느룹재-봉수대터-헬기장-박달산정상-방곡마을


개학 이틀 전이다. 늦게 찾아온 폭염 때문인지, 중국 스촨성 여행의 피로감 때문인지 무기력하다. 새벽기도회를 다녀와서 물 한 병과 약간의 간식을 주섬주섬 배낭에 챙긴다. 점심은 제과점에 들려 샌드위치를 샀다.


집 앞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에 오르자 졸음이 밀려온다. 황실-롯데-서대전네거리-원두막을 순회하면서 산꾼들을 태운다. 누군가 "왜 자" 하면서 건네는 인사에 눈을 뜬다. 오랫동안 못 만났던 반가운 얼굴, 산찾사님이다.


버스는 대전요금소로 들어서 신탄진휴게소에서 마지막 산꾼을 태우고 중부고속도로 증평IC 로 나가 괴산으로 향한다. 옆 자리에 앉은 산찾사님과 해외트레킹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여러 가지 좋은 정보를 얻는다.   


괴산으로 진입하여 칠성 방면 괴강다리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하여 19번 국도를 계속 따라간다. 감물을 경유하여 충주 시내에서 수안보 온천 방향으로 나가다 괴산쪽으로 19번 도로를 넘어가자 약 20분 후 느릅재(해발 370m)에 도달한다. 길이 좋아 이제는 2시간도 안 걸린다.


11시. 괴산군 장연면 방곡마을에서 하차하여 산행 들머리를 찾아 들어간다. 어린시절 추억을 연상시키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농촌마을의 풍광들과 작은 연못에 비친 산 그림자가 잠시 걸음을 멈춘다. 선두가 들머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한 무리는 능선을 치고 오르고 또 한 무리는 계곡을 따라 진행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방댐이 있는 계곡길이 등산로인데 표지기는 전혀 없다.


 

 

 

 

 

 

다른 두 분과 하차지점으로 되돌아 나와 버스를 타고 확실한 들머리인 느릅재로 향한다. 커다란 산행안내판이 있고 길이 뚜렷하며 수많은 표지리본이 펄럭인다. 8월의 야생화가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미소 지으며 인사한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선이질풀

 ▲뚝갈

▲닭의 장풀

 ▲짚신나물

▲누리장나무

 

봉수대터에 도착한다. 산 아래 조망이 좋은 곳이다. "박달산 정상 70분"이라는 이정표를 누군가 10분으로 고쳐놓았다. 부드러운 능선 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헬기장에 닿는다. "박달산 정상(40분)" 이정표가 마중 나와 먼저 반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거친 숨을 고르고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반대쪽에서 진행하던 일행들이 스쳐 지나가며 인사를 건넨다.

 

 

 

 

 

정상 조금 못 미친 봉우리 공터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잡는다. 제과점에서 산 빵과 파인애플 통조림으로 허기를 채운다. 무더운 여름날 산행이라 굳이 긴 산행 욕심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긴다.  나뭇가지위에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여름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 마타리

 ▲수염며느리밥풀

며느리 밥풀꽃

옛날 어느 가난한 집에 갓 시집 온 새악시가 있었단다. 어느 날 저녁밥을 하다가 불이 시원치 않아 밥이 잘 익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솥뚜껑을 열고 밥알 하나를 집어 입에 막 넣으려는 순간, 하필이면 그때 독살스러운 시어머니가 그걸 보아버렸단다. 아니, 밥을 하다 밥을 다 혼자 돌라(훔쳐) 먹다니,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그 길로 쫓아내버렸단다. 며느리는 죽어 길가에 꽃이 되어 밥풀을 물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 꽃을 며느리밥풀 꽃이라는 슬픈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단다. - 김용택 산문집 《섬진강 이야기》 중에서-


 ▲가는장구채

  ▲원추리

통신시설이 자리 잡은 정상에는 삼각점과 정상 표지석 그리고 특이하게 국기게양대가 설치되어 있다.


'대한민국국기게양대(大韓民國國旗揭揚臺)'라는 이름을 가진 이 게양대는 한국고대사연구회와 괴산향토사연구회 등 4개 단체가 함께 1997년에 세운 것이다. 표석에는 이들 단체명이 열거되어 있었는데, 대표자명 등 일부 글자들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그리고 표석 맨 아랫부분에는 다른 부분에 비해 작은 글씨로 "이 산은 제 33대 단군 감물 왕국의 진산이었음을 전한다"는 정보가 적혀 있다.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하산 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20여분 내려서자 삼거리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무심사, 증자마을로 내려가는 길이고, 계속 직진하면 괴산군 장연면 추점리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마을 앞에 가래나무와 옹기점이 있다 하여 추점리라 불리는 이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형 마을로 장수마을로 유명하다.


"물질적인 것에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주어지는 대로 마음 편하게 생활하는 게 오래 사는 비결인 것 같다"며, '낙천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최고의 장수 비결로 꼽는 주민들의 말은 우리네가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진범(진교)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장연면 방곡리로 내려선다. 박 달산(朴達山 825m)은 괴산군 감물면과 장연면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충북 제천에 있는 박달산과 산 이름이 같아 자칫 박달도령과 금봉이의 이야기를 지닌 산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이 산은 타 지역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괴산의 청정수림이다.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해 멧돼지와 노루가 뛰어놀 만큼 자연림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뻐꾹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뻐꾹나리

 ▲으아리

 ▲물봉선

  ▲며느리밑씻개

태곳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원시림 숲속에 등산로가 이어진다. 계곡을 건너 사방댐이 날머리로 시멘트 포장길이 마을로 이어진다. 느룹재에서 약 3시간 반 정도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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