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신림역-삼봉사-상봉-중봉-천삼산-백련사-감악산(일출봉-월출봉)-장촌동 마을(약 5시간 30분 소요)
가는 길
경부-중부-영동고속도로 - 만종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 신림IC - 88번 지방도(주천 방향) - 신림터널 - 창촌 - 신림역
감악산(紺岳山 945m)은 치악산 동남쪽에 있는 산으로 충북 제천시 봉양읍과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의 경계를 이루며 강원도와 충북을 품고 있다. 감악산 자락은 민간신앙, 천주교, 불교가 한데 자리할 만큼 성스러운 땅이다.
산행은 원주군 신림면 창촌동의 황둔교에서 시작하려 했던 계획은 경방기간이라 출입을 할 수 없다는 산불감시요원의 제지로 날머리에서 역으로 진행하기로 급변경하고 다시 중앙선 철로가 지나는 신림역으로 이동한다.
10시 정각. 중앙선 신림역사 뒤편으로 철길을 건너가서 역 뒤 마을을 지나 중앙고속도로 밑으로 뚫린 터널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신림(神林)은 한자 뜻 그대로 신성한 숲에서 온 마을이름이다.
원주방향 철길은 쭉 뻗어 있는데, 이후 치악산을 돌아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직선구간은 이내 곡선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20여분 걷자 물맛이 좋다고 소문난 삼봉사에 닿는다. 멀리서 보면 일반 가옥으로 보이는 요사(스님들이 거처하는 집) 안쪽으로 자그마한 법당이 바로 삼봉사다.
삼봉암(三峯岩)이었는데 삼봉사로 승격한 태고종 사찰이다. 구전에 의하면 운영이 어려워 폐쇄 직전에 있을 때 1965년 병을 얻은 부인이 꿈에 현몽한 부처가 이절을 인수받아 불도에 정진하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신림역에서 삼봉사까지는 오르막길로 힘든 구간이지만 삼봉사 바로 위 철탑이 있는 안부에서부터는 간간이 육산의 모습도 보이나 천삼산 정상까지는 대부분 암릉이다.
밧줄이 설치된 오름길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으며 오히려 바위에 노송이 어우러져 멋진 길이다.
산불이 난 선터골 벌목지대를 지난다. 선터골 마을을 선대동 또는 선덕동이라고 한다. 착한 사람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선덕동이라는 설과, 신라시대 선덕여왕이 잠시 들려 쉬었다고 하여 선덕동이라는 설이 전해진다.
난코스인 절벽 내림길이다. 한 가닥 밧줄을 조심스레 잡고 내려 가야하는 위험구간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10여분 정도 진행하면 천삼산 정수리다.
천삼산(天參山 해발 819m)은 중앙선 신림역 동북쪽에 솟아 감악봉과 능선을 잇고 있으나, 정상석 대신 삼각점만이 덩그런 이 박혀있다.
용암 3리 선터골 상단부에 장마철에만 물이 흐르는 철철바위가 있는데 늦은 가을철 비가 내리면 이 바위 위로 산삼씨앗이 흘러 내려와서 하늘에서 산삼씨앗을 준다는 전설이 있어 하늘이 산삼을 내리는 산이라는 뜻의 천삼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철철 바위는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철철거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1시 40분. 36명 전원이 모두 함께 모여 점심식사를 하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산행대장이 준비한 압력밥솥에 완두콩밥이 지어지고 옆에서는 총무가 카레를 끓인다.
매실주와 얼린 쏘맥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술이 담긴 잔이 돌고 각자 싸 온 음식을 서로 먹어보라며 권한다. 음식이 아니라 정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꽃과 웃음꽃을 피운다. 마지막 숭늉에 과일 후식까지 훌륭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일어서자 이슬비가 내린다. 걸음이 빨라지고 빗방울이 점차 굵어진다.
감악재에서 넓은 도로를 따라 백련사에 닿는다. 몇 분은 이곳에서 왼쪽 계곡코스로 하산했다고 한다.
충북 봉양 땅의 북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신라 고찰 백련사(白蓮寺)는 의상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데 절 앞 연못에 흰색 연꽃(백련)이 피어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아취형 문설주에 새겨진 “우주여아동근(宇宙與我同根) 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壹體)”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우주는 나와 한 뿌리요, 만물은 나와 한 몸이다’는 뜻이다. 일체의 집착을 벗어던지고 무아ㆍ무심으로 천지만물을 바라보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은 전부 다 나와 한 몸을 이루고 있다. 그런 까닭에 '나'니 '너'니 하고 구분 지을 게 없다.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비롯해 절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젊은 스님이 차를 대접한다고 방으로 초대하는데 등산화 끈을 풀기 싫어 잠시 마루에 앉아 비만 피하고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담월당대선사 부도 아래 감로수는 물맛이 아주 좋다. 감로수 지나 동쪽 비탈로 해서 오르면 119 구조표지판(05)이 나오며 바로 위가 감악산 정상이다. 백련사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1km, 약 30분쯤 걸린다.
백련사에서 올려다보면 정상부위의 바위 두개가 보이는데 네모기둥 같은 것이 정상이다. 각각 동자바위(일명 감악바위), 선녀바위다. 이 중 동자바위는 월출봉, 선녀바위는 일출봉으로도 부르는데, 동네 이름 명암리는 바로 이 두 이름자의 ‘월(月)'자와 ‘일(日)'자를 따서 붙인 것이라 전해온다.
제천시에서 세운 정상표지석이 있는 선녀바위(일출암)을 내려와 조금 진행하면 ‘감악산 정상' ‘재사동(백련사), 계곡코스(백련사), 능선코스'라 적힌 이정표가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곧 월출암인 동자바위가 보인다. 나무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부실해 보인다.
동자바위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암릉에 밧줄 구간이 연속된다. 우회 길이 있지만 일행은 암릉길만 고집한다.
정상에서 1.5km 창촌동과 재사동 갈림길에서 장촌동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곳은 이제 봄이 시작되고 있다. 진달래가 한창이고 특히 연분홍 진달래가 화사한 자태를 뽐내며 나그네들의 마음을 흔든다. 어느덧 비가 그치고 꽃 터널을 지나는 일행들의 모습에는 행복한 웃음이 묻어난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자 아주 시리지만 피로가 싹 달아난다. 창촌동 황둔교를 지나 아침에 제지당한 만남의 광장을 날머리로 5시간 30분 동안의 우중산행은 끝이 난다.
비록 우중에 멋진 조망은 감상할 수 없었지만 강회장님 말씀대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