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7년 11월 18일 (일)
산행코스 : 간월산장-신불공룡-신불산-간월재-간월공룡-간월산장
가을이 닫히는 틈 사이로 겨울이 비집고 들어오던 날. 영남알프스 두 마리 공룡을 잡으러 집을 나선다.
6시를 조금 지나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한 버스는 약 1시간 후 칠곡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하고 다시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서울산(삼남, 언양)톨게이트를 빠져나가자 오른쪽은 석남사 가지산, 왼쪽은 작천정 신불산으로 길이 갈라진다. 신불산 군립공원까지는 약 6km거리. 왼쪽 작천정 신불산 방향으로 들어서 진행하다가 교동리 작천정입구 이정표에서 우회전하여 등억리로 향한다.
오늘 산행은 등억온천단지에서 시작하지 않고 간월산장에서 시작한다. 대전톨게이트에서 간월산장 주차장까지는 약 3시간 소요.
간월산장에서 홍류폭포를 거쳐 공룡능선의 백미인 칼바위 구간을 지나 신불산 정상에 올랐다가 간월공룡을 타고 다시 간월산장으로 내려서는 원점회귀형 코스를 택했다. 구체적 산행경로는 간월산장~홍류폭포~1010봉~공룡능선(칼바위구간)~신불산~간월재~전망덱-간월공룡능선~간월산장 순이다. 휴식과 점심식사를 포함해 5시간이 소요.
9시 10분. 주차장에서 간월재를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간월산장으로 향한다. 간월산장까지는 5분 정도 소요. 신불산-간월재-간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흘러내린 단풍이 문 닫는 늦가을의 정취를 선사한다.
간월산장에서 양 쪽으로 등로가 열려 있다. 신불산 쪽 입구엔 항공사진에 지명을 표기한 아주 훌륭한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간월산장 담벼락으로 나 있는 오른쪽 길은 날머리다. 안내도 왼쪽으로 접어들어 신불산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15분 정도 걷다보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간월산 정상으로, 왼쪽은 홍류폭포를 거쳐 신불산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홍류폭포까지는 약 3분 거리.
구름에 덮인 단조봉 높은 절벽위에서 한줄기의 청수가 떨어지고 있다. 폭포수가 햇빛을 받아 무지개가 서린다 하여 홍류폭포라 부른다. 109자(尺)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봄에는 무지개가 서리며 겨울에는 고드름이 매달려 장관을 연출하지만 지금은 갈수기여서 폭포다운 위용을 자랑하지 못한다.
홍류폭포를 지나면 거의 급경사로 솟구쳐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40분쯤 오르면 만나게 되는 바위쉼터에 서면 오른쪽으로 가을과 겨울이 섞인 간월산의 모습과 등억온천단지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서너 번 밧줄을 잡고 암반을 올라 전망 좋은 바위에서 뒤돌아보면 그때마다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이 눈을 즐겁게 하며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다. 힘든 사람은 왼쪽으로 나 있는 우회길을 이용해도 된다.
암봉(1010m)에 오르면 자수정동굴나라 또는 스카이호텔에서 시작되는 길과 만난다. 이곳에는 이정표가 서 있다.
하루사이에 갑자기 겨울로 들어선 날씨에 사정없이 옷 속을 파고드는 칼바람은 몸을 잔뜩 웅크리게 하며 여유로운 산행을 방해한다.
신불평전이 눈에 들어오고 신불재 아래 신불산장도 그 모습을 나타낸다. 눈앞에는 공룡능선의 핵심인 칼바위 능선이 펼쳐진다. 격렬한 용틀임을 하던 공룡이 그대로 굳어버린 듯, 거대한 삼각 바위들이 때로는 좌우로 때로는 위아래로 요동을 치며 이어진다. 양쪽으로 수십~수백m의 낭떠러지로 이어지는 바위 한가운데를 걷다보면 마치 작두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바람이 몸을 흔든다. 정상까지 내내 바위지대가 이어지니 디딤발은 분명히 딛고 진행해야 한다.
혹 바위의 경사면으로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지난다.
공룡을 30분쯤 타다보면 신불산 정상에 닿는다. 왼쪽으로 신불평전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신불산에서 영축산 사이 60여 만평 신불 평전은 가을에 솜털처럼 하얀 억새꽃 천국을 이루는 곳이다. 두어 달 전 영남알프스 환종주(배내고개-능동산-천황산-재약산-영축산-신불산-간월산-배내봉-배내고개) 할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자연은 어느 새 겨울의 편지를 쓰고 있다.
오르는 길에 제각각 섰던 봉우리들이 능선길로 죽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신불산(1208m)에 도착한다. 영남알프스의 9개 산 가운데 가지산(1240m)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돌탑과 태극 문양의 정상석이 박혀있다.
신불산은 신령님이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으며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산이란다. 이 산줄기의 동쪽은 깎아지른 바위절벽을 이뤄 산세가 험하지만 반대인 서쪽은 경사가 완만하여 마치 고원지대를 이루고 있다. 가을이면 남쪽의 취서산에서 서쪽의 간월산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주능선은 억새의 천국이다.
정상에서 신불평전을 왼쪽에 두고 10분 정도 진행하면 파래소 폭포로 이어지는 이정표 삼거리에서 오른쪽 간월재로 내려선다. 거침없는 조망이 멀리 간월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난여름 운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하루 종일 걷던 기억이 스친다. 억새밭 주변으로 나무계단이 놓여 있다.
간월재 주변에 주차된 긴 차량행렬을 보면서 이 높은 곳까지 차가 올라올 수 있게 길을 만들어 놓은 지자체의 행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간월재까지는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간월재 바로 아래에는 차고 물맛이 좋은 샘터가 있다.
간월재 어디선가 자리를 잡고 점심 식사를 하고 있을 일행을 만나지 못했다. 명색이 오늘 산행 대장인데 왕따를 당한 것이다.
그린님과 둘이 이동 간이 휴게소에서 라면(3000원, 김치제공)을 주문하여 차가워진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간월산을 향해 오르다가 계단에서 일행과 다시 만난다.
앞서 간 서너 분만 간월산 정상으로 향하고 나머지 일행은 모두 간월공룡능선으로 이어지는 전망덱 아래 돌탑에서 조망을 감상하며 여유를 부린다.
가파른 내리막길에 오래된 밧줄은 삭아 매우 위험하다. 나뭇가지를 잡고 조심조심 내려선다. 간월공룡은 이웃한 신불공룡에 비하면 해발이나 규모 면에서 한 수 아래지만 거칠기는 한 수 위다. 계곡 건너 신불공룡의 실루엣이 조망되고 발밑에는 간월재에서 간월산 휴양림으로 연결되는 지그재그 임도가 동시에 펼쳐진다.
몇 번의 밧줄 구간을 통과하면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서자 햇빛을 받은 단풍나무 한그루가 고운 자태를 뽐내며 나그네들을 즐겁게 한다.
낙엽 쌓인 부드러운 능선길을 30분 정도 내려서면 홍류폭포에서 내려오는 계류를 만난다. 계류로 얼굴의 땀과 옷에 묻은 먼지를 씻어내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아침에 텅 비었던 주차장은 가까운 대구와 부산에서 등산객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가 가득하다.
이미 하산한 일행은 가까운 자수정온천으로 온천욕을 하러 가고 꼬모님과 둘이 자수정온천장 뒤편에 위치한 간월사지를 찾았다. 이곳은 옛 간월사(澗月寺)의 터이다.
간월사의 창건시기 신라 선덕여왕 5년(636년)에 자장율사의 주도로 창건되었다고 한다.
1592년 임진왜란(壬辰倭亂) 때에 폐사(廢寺)되었고, 그 후 조선시대인 1634년(인조 12년)에 명언(明彦)이 다시 지었으나 1836년(헌종 2) 큰 흉작이 들어 다시 폐사되었다.
폐사된 뒤 노천에 방치되어 있던 석조여래좌상(石造如來坐像)을 이 지방 사람들이 암자를 세워 봉안하였다.
보물 제370호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과 두 기(基)의 석탑(石塔)이 남아 있는데, 이들은 통일신라(統一新羅) 말기 불교미술(佛敎美術)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안내문을 옮기면
이 불상은 울산지역에서 보물로 지정된 유일한 불상이다.
받침인 대좌(臺座)의 일부와 불상 뒤 원광인 광배(光背)가 없어졌으나, 전체의 형태는 잘 남아 있는 편이다. 목 윗부분은 떨어져 나간 것을 복원한 것이고, 불당(佛堂)은 1979년에 세운 것이다.
옷은 U자 모양의 계단식 법의(法衣)이다. 손은 왼손을 무릎 위에 놓고 오른손을 내리어 땅을 가리키고 있는데, 이런 손모양을 항마촉지인이라고 한다. 불상을 모셔둔 대좌(臺座)는 3단으로 되어 있는데,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고 화려한 편이다.
어깨 부분이 약간 좁고, 몸은 풍만하나 양감(量感)이 부족한 통일신라 말기 불상 조각의 양식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높이는 1.35m이다.
가을 /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
가을은
내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