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7년 11월 11일 (일)
산행코스 : 강천산 주차장-광덕교-매표소-금강교-강천사-삼인대-현수교-삼선대(전망대)-신성봉-광덕산(선녀봉)-전망암-시루봉-동문-북바위-운대봉-산성산(연대봉)-송낙바위-강천제2호수-사방댐-갈우방죽삼거리-강천산(왕자봉)-깃대봉(495봉)-병풍바위-매표소-주차장(7시간)
가는길
호남고속도로→벌곡휴게소-태인IC→30번 국도 회문 방면→55번 지방도→쌍치고개→21번 국도 순창 방면→792번 지방도→강천저수지→강천산
푸른 숲 맑은 물, 아름답고 시원한 계곡, 계절마다 산의 경관이 변하고 그 경관이 수려하여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강천산은 우리나라 제 1호 군립공원으로 전북 순창과 전남 담양 접경에 위치하며 호남정맥에 놓였다.
원래 강천산은 생김새가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용천산(龍天山)’이라 불렸으나, 조선중기 학자 송익필(1534~1599) 선생의 ‘숙(宿) 강천사’라는 시가 널리 알려지면서 강천산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강천산 입구 상가단지를 지나 신선교를 건너면 곧 매표소가 나오고, 널찍한 비포장 탐방로를 따라 100여m 진행하면 도선교를 건넌다. 다리를 건널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암벽이 병풍바위다. 병풍처럼 둘러친 바위에서 쏟아내는 폭포수가 장쾌하다. 2002년에 만들어진 인공폭포로 높이 40m, 물 폭이 15m, 낙수량이 분당 5톤이며, 작은 폭포는 높이 30m, 물 폭이 5m에 달한다.
병풍바위는 호랑이가 새끼를 낳으면 절벽 위에서 떨어뜨려 살아남는 놈만 키웠다는 이야기와, 절벽 아래 널찍한 암반에서 신선이 노닐었다는 옛이야기가 전하는 곳이다. 절벽 아래 커다란 바위는 신선이 깜박 놓아둔 갓이 바위로 변했다 하여 갓바위, 또는 선관(仙冠)이라 불린다.
병풍바위를 지나 길 좌측에는 산책로 덱이 조성돼 있다. 금강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깃대봉 오르는 등로가 열려있다. 오늘 산행의 날머리다. 이정표가 꼼꼼하게 정비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강천산은 울긋불긋한 단풍 옷으로 갈아입었다. 강천문(剛泉門)을 들어서면 산사는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이 어우러져 파스텔 톤의 선경을 이루고 있다.
강천사의 '강(剛)'은 금강산(金剛山)에서 따오고, 시원한 계곡물을 상징하듯 '천(泉)' 자를 붙였다. 계곡을 따라 곳곳에 자리한 폭포와 소는 거울처럼 투명하고 맑은 물이 고여 있고 옥빛 물 위에는 낙엽과 단풍잎이 함께 떠다니며 절정의 가을을 맞고 있다.
가을의 아름다움이란 때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쓸쓸해서 ‘가을을 타지 않는다.’고 해도 자칫 우울해지기 쉽다.
산책로의 끝에 강천사가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건너편 산에 사천왕 형상의 바위가 버티고 있다 하여 강천사는 굳이 사천왕상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흔한 사천왕문도 없고 돌담조차 낮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담한 사찰이다. 신라말 풍수지리에 능통했던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전하는 말로는 한때 승려 천 명을 거느릴 정도로 대단한 거찰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한국 전쟁의 큰 난리를 겪으면서 경내의 모든 건물이 불타고 1961년에 지은 것이다.
그러나 험난한 여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봤을 옛것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 대웅전 앞에 버티고 선 5층 석탑은 고려 충숙왕(1316년)때에 덕현 스님이 강천사를 다시 지을 대 세운 것이다. 일명 다보탑으로도 부르며 덮개돌에는 6.25때 총탄을 맞은 흔적이 남아 있다. 원형을 알 수 없이 바스러져 있는 석등과 괘불대가 경내 한쪽에 비켜 서 있다.
절의 한가운데 하얀 돌난간을 두른 '망배단'은 신라 말 도선 스님이 관음불을 알현한 자리에 세웠다는 강천사의 창건 설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관음불의 현신이라는, 산 중턱에 곧추선 바위를 올려다보며 절할 수 있도록 했다.
소담한 절집 강천사의 감나무는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오래 묵은 절집 건물을 배경으로 선 감나무 가지마다 치렁치렁 감이 열려 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절의탑(돌탑)을 지나 왼편의 하얀색 아치교를 건너면 삼인대라는 큰 바위가 있다. 조선 중종 10년에 순창군수와 무안현감, 담양부사가 각각의 직인을 소나무 가지에 걸고 관직에서 물러날 것과 죽음을 각오하고, 중종의 폐비 단경황후 신씨 복위 상소를 올리기 위해 모인 장소다. 삼인이란 세 개의 인장이란 뜻이다. 다리를 건너기 전 모과나무 한 그루가 300년째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천사와 삼인대 사이를 지나 흥화정 옆길로 5분 정도 오르면 강천산의 최고 명물인 빨간색의 철제 현수교인 구름다리를 만날 수 있다. 구름다리 덕에 국내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50여m 높이에 길이 75m, 폭 1m의 현수교는 제법 그럴 듯 한 운치와 아찔한 스릴을 한꺼번에 느끼게 한다.
몹시 흔들림이 심한 현수교를 지나 전망대(0.5㎞)로 향한다. 강천산의 본격적인 산행길이 펼쳐진다. 가파른 바윗길을 따라 20여 분 오른다. 도중에 왼쪽으로 내려다보면 방금 지나온 현수교와 주변 전경이 보인다.
철난간과 밧줄을 잡고 오르면 신선봉(425m) 삼선대(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잘 꾸며놓은 가을 정원 같다. 추월산에서부터 깊숙이 뻗어 들어간 골짜기와 능선, 강천호의 아스라한 물길과 산 아래의 현수교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왔던 길로 50m쯤 되돌아가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에서 광덕산(1.2km) 방향으로 진행한다.
군립공원인 강천산(571.9m)은 남으로 광덕산(廣德山 565m) 서쪽으로 산성산(山城山 603m)을 포함하며 능선으로 이어진다. 부드러운 능선길이지만 간혹 심하게 오르내린다. 신선봉고개와 신성봉 정상을 잇따라 지나면 광덕산 정상에 닿는다.
왼쪽 북바위(2.8km) 방향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30분쯤 정신없이 내려서면 뜻밖의 임도와 만난다. 이웃한 헬기장 오른쪽으로 선녀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열려있고 헬기장을 지나 직진하면 송락바위(3.2km) 방향이다.
20분쯤 진행하면 정면으로 암봉인 시루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시루봉은 이름 그대로 시루를 뒤집어 놓은 듯 한 형세의 웅장한 바위 봉우리다. 시루봉 오르막길은 약간 위험하다.
시루봉에서 금성산성 동문(터)까지는 불과 5분거리다. 산성산에 접어든다. 삼한시대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성은 조그만 돌로 야무지게 쌓여있다. 능선을 따라 축성된 성벽 위로 걷는다. 커다란 암봉이 길을 막아선다. 북을 닮았다 하여 일명 북바위라 부르는 암봉이다. 그러나 이정표에는 '운대봉 앞'이라 적혀 있다. 오른쪽은 구장군 폭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왼쪽 북문 방향으로 향하다보면 뒤쪽으로 운대봉 오르는 길이 있어 운대봉정상에 설 수 있다. 운대봉에서 내려다보는 강천산은 온화한 산세가 빚어내는 고운 자태가 돋보인다. 내장산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겹고 포근하다. 깊은 계곡과 그 계곡을 감싸 안은 풍성한 나무들은 강천산의 멋을 더해준다.
산성산 정상인 연대봉까지는 매끈한 준마의 허리처럼 뻗어 있다. 이 능선을 따라 넓적한 돌을 켜켜이 쌓아 놓은 것이 금성산성이다.
담양군 금성면과 순창군에 걸쳐 있는 금성산성은 사적 제353호로 지정돼 있다. 장성 입암산성, 무주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 3대 산성`으로 꼽히는 금성산성 길이는 외성과 내성을 합해 7352m에 이른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보존 상태가 훌륭해 성문과 성벽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성벽은 연대봉을 주봉으로 노적봉 철마봉 등 봉우리가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북바위에서 연대봉까지는 10여 분 거리다. 삼각점을 지나면서 왼쪽 담양호와 바로 뒤 추월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와 있다. 산성산(연대봉) 정상은 솟은 봉우리가 아니라 그저 능선상의 한 지점이다. 여기서 1시 방향으로 멀리 현수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연대봉 정상 서쪽에는 아름다운 담양호가 자리하고 있다. 5분 뒤 지도상의 송낙바위 위에 닿는다. 딛고 있는 발아래가 하나의 커다란 암봉인 까닭이다. 송낙(松蘿)바위는 소나무에 사는 겨우살이로 만든 여승들의 모자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전하는 곳이다. 왼쪽은 북문 방향이고 오른쪽은 제2강천호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송낙바위 정상은 점심 도시락 먹기 딱 좋은 너른 공터다. 많은 산행객들이 점심식사를 하느라 북새통이다. 간단하게 점식식사를 하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예전에는 밧줄 한 가닥 매달려 있었는데 지금은 잇따라 철계단이 설치돼 있다. 10분 뒤 삼거리에선 강천사 방향으로 직진하여 제2강천호수를 막은 사방댐으로 내려선다.
댐 끝지점 갈림길에서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서면 구장군 폭포로 이어진다. 높이 120m에서 쏟아져 내리는 시원한 물줄기가 여느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장관이다.
구장군 폭포는 마한시대 아홉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전설이 담긴 명소다. 깎아지른 듯 한 절벽을 타고 쏟아내는 폭포수는 가슴까지 후련하게 한다. 좌우측 두개의 폭포는 각각 남성과 여성을 상징, 사랑의 설화를 품고 있다. 구장군폭포 앞 넓다란 부지에 순창군이 성테마공원을 조성한 연유도 구장군폭포 중 하나(왼쪽)는 남자, 오른쪽은 여자의 은밀한 부위를 닮았다는 전설에 따른 것이다. 직진하여 계단을 오른다. 호수를 왼쪽에 끼고 편안한 등로가 이어진다. 산길은 이미 늦가을로 접어들었다. 낙엽 소복이 쌓인 산길은 한 발 옮길 적마다 사각 소리 내며 가을 소리를 낸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제2형제봉(505m)에 올라선다.
용대암골을 감싼 호남정맥을 따라 걷는다. 능선을 따라 제1형제봉(565m)을 지나 갈우방죽삼거리(왕자봉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왕자봉은 강천산 최고봉으로 해발 571.9m다. 왕자봉이라 쓰인 정상석 너머 광덕산과 산성산 등이 조망된다. 왕복 10분 소요.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산죽길을 지나면 삼각점이 박혀있는 깃대봉(572m)정상에 닿는다.
계속 직진하여 깃대봉삼거리(천지봉삼거리)에서 오른쪽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병풍폭포 이정표가 서 있는 날머리다. 병풍바위를 지나 매표소를 나와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산행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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