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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백암산 상왕봉

 
산행일시 : 2007년 11월 4일 (일)

산행코스 : 매표소-가인입구-쌍계루-백양사-약사암-영천굴-백학봉-상왕봉-사자봉갈림길-운문암갈림길-약사암갈림길-백양사

 

 

11월 첫 번째 휴일. 어느덧 가을이 중턱을 넘어 끝자락으로 접어든다. 아침에는 옷속으로 파고 드는 공기가 제법 차다.

 

6시 30분 유성요금소로 들어서 호남고속도로를 달린다. 1시간 정도를 시원스럽게 달려 백양사 요금소(유성-백양사 6천원)를 나가면 백양사 이정표가 오른쪽을 가리킨다. 이정표를 따라 진행한다.  전남과 전북이 나뉘는 갈재를 넘어 급경사의 굽은 길을 내려오면 눈앞에 드넓은 장성호가 나타난다. 

 

거울 같은 호수에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른 아침의 정취를 돋운다.  장성호를 돌아 백양사로 가는 길엔 어린 단풍나무 가로수가 가을을 전한다.

장성호에 오지 말라

                     - 박 형 동 -


아무도 사랑한 적이 없는 사람은

장성호에 오지 말라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장성호에 오지 말라


여기는 파도마저 붉은 단풍 빛깔로 물들고

한줄기 바람마저 영혼의 뒤 안까지 부는 곳

억새꽃 하나라도 꺾으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단풍잎 하나라도 주우면 가슴 아린 화석이 된다.


여기는 귀먹은 사람들이 마음 소리를 듣고

애 터지는 사람들이 창을 쏟아 놓는 곳


그대여 사랑이 싫거든 장성호에 오지 말라

누구든 손을 잡고 호숫가를 거닐면 사랑이 되고

누구든 홀로서면 방부석이 되어 버리는

장성호에 다시는 오지 말라


 

내장산 국립공원지역에 포함돼 있지만, 백양사는 내장산이 아닌 백암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곳곳에 보이는 감나무는 앙상한 가지에 꽃처럼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풍요로움을 전해온다.


8시 30분 백양사 일주문 앞 주차장(문화재관람료 2500원, 주차료 5천원)에 도착한다.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은 비교적 한산하다. 초입에서부터 웅장한 바위산이 아침햇살을 받아 하얀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학바위다.

 

여기저기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백양사도 내장사의 단풍터널보다 규모는 작지만 이곳에도 단풍이 터널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예년보다 늦어진 올해의 단풍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시화전이 열리는 그늘 드리운 나무터널을 따라 15분 정도 진행하자 쌍계루에 닿는다. 쌍계루 앞에는 계곡을 막아 만든 얕은 연못이고 뒤편에는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 있다. 잉어 떼가 한가로이 헤엄쳐 다니는 연못에 투영된 백암산과 쌍계루의 모습은 한 폭의 멋진 풍경화를 그려낸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진지함이 엿보인다.


쌍계루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한 고려 말 대학자 목은 이색은 '두 시냇물이 합류하는 지점에 누각이 있어 왼쪽 물에 걸터앉아 오른쪽 물을 굽어보니 누각의 그림자와 물빛이 위아래로 서로 비치어 참으로 좋은 경치였다'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왼쪽 백양사는 하산 후에 관람하기로 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나무 군락을 지나 오른쪽 약사암으로 가는 등산로를 따라 걸어간다. 길 오른쪽에 홍살문과 국기단(國祈檀)이 있다.

 

국기단은 선조 36년(1603)과 현종 3년(1662)에 국가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특별히 임금이 친히 제문을 짓고 홍문관 교리를 파견하여 제사를 지냈던 곳이란다. 지금도 우리의 고유사상과 전통제례의식을 보전 전승하는 맥락에서 매년 제를 지낸다고 한다.

 

백학봉으로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 지그재그로 굽이굽이 돌아 올라간다. 계단을 오르다보면 약사암에 다다른다. 암자 뒤로는 수십 미터의 절벽이다. 전망대 같은 약사암에서 내려다보이는 계곡의 풍광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화려하고,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백양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숨을 고르고  2-3분 진행하자 영천굴이 보인다.  20평 남짓한 넓이의 석굴 안을 석조관세음보살상이 홀로 지키고 있다.


옛날에 이곳에 수도하는 스님이 살았는데 바위 구멍에서 항상 한 사람이 먹을 만큼의 쌀이 나왔다.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왔다. 그에게 공양을 대접하려면 더 많은 쌀이 필요했다. 스님은 쌀이 더 많이 나올까 하여 지팡이로 구멍을 쑤셨는데 그 뒤로는 쌀이 나오지 않고 물이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곳곳에 전해 내려오는 미혈(米穴) 전설이다.


영천굴 아래에 있는 샘은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다. 샘으로 깊숙이 바가지를 밀어 넣어  떠 마시던 약수에는 음용수 불가 안내문이 붙어있고 대신 수도꼭지를 통해 시원한 약수를 받을 수 있다.


영천굴을 지나면 가파른 돌계단이다. 조금 더 오르면 백양사를 한 눈에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조망터에 닿는다.  이곳에 앉으면  계곡 건너 가인봉이 유혹하고 뒤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학바위의 웅장함에 압도된다.


 

다시 숨 가쁘게 나무계단을 오르면 학바위에 닿는다. 이곳 조망도 아주 좋다. 숲에 파묻힌 백양사 전경이 한 컷에 잡힌다.


곧이어 이정표가 서 있는 백학봉(651m)이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정읍과 순창의 들판이 보이고  대가저수지 넘어 내장산 신선봉과 오른쪽으로 추령봉이 조망된다. 멀리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왕봉과 사자봉 등의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간식을 나누며 후미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휴식을 취한다. 후미 일행이 도착하고 휴식 시간은 더 지속된다. 왼쪽으로 보이는 갈림길은 운문암 아래 백양계곡으로 이어진다.



11시 50분 상왕봉 조금 못미처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언제나 산 정에서 먹는 점심 도시락은 산 아래 그 어느 유명한 식당의 음식보다 훌륭하다.

 

상왕봉 정상 바로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순창새재로 향하는 길이 갈라진다.

 

12시 30분 상왕봉 정상에 도착한다. 밋밋한 봉우리에 이정표가 서 있고 “백암산 상왕봉”이라고 쓰인 코팅된 종이가 이정표에 꽂혀있다.


백암산은 내장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해발 741.2m의 상왕봉을 최고봉으로 내장산 줄기와 맞닿아 있으며 사시사철 철 따라 변하는 산색은 금강산을 축소해 놓았다 할 정도로 아름답다. 서서히 산을 물들이는 모습은 마치 부드러운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다.


 

정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사자봉을 향해 내려선다. 여기저기 점심 식사를 하는 산행객들로 북새통이다.


 

최근에 이동통신 중계탑이 세워진 안부를 지나 능선사거리에 닿는다.  직진하여 사자봉(722m)을 거쳐  가인마을로 내려서고 싶으나  일행들은 그냥 하산하길 원한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0.5km를 내려오자 오른쪽으로 청류암(2.7km) 왼쪽으로 운문암 들어가는 사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다. 

 

 

조금 더 내려와 시멘트 포장된 임도와 만난다. 운문암 입구다. 사립문에는 "정진 중이오니 돌아가십시오." 라는 글이 적혀있다. 운문암은 수도장으로 등산객이나 관광객의 출입을 막고 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운문암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5분 정도 거슬러 오르자 커다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한껏 돋아주고 있다.

 


 

그 뒤로 상왕봉 아래 위치한 운문암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풍수지리적으로 임금과 신하가 서로 조회하는 터에 자리 잡았다는 운문암은 백양사가 창건될 즈음에 함께 세워졌다고 하는 데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나그네들이 가을을 듬뿍 가슴에 담고서 산을 내려간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다보면 왼쪽으로 백학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고 조금 더 내려오면 약사암 갈림길이다.


 


 


백양사에 들어서기 직전에 '이 뭣고'라는 화두를 새긴 비가 서 있다. 유명한 만암 대선사가 던진 '이 뭣고'라는 화두는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에 나의 참 모습은 무엇인가 라는 의제를 의심하기 위하여... 어쩌구저쩌구..어렵다.


 

백암사 또는 정토사로 불리었던 대사찰 백양사는 내장산 가인봉과 백학봉 사이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다. 백제 무왕33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숙종에 이르러 백양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다.


전설에 따르면 환양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법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법회가 3일째 되던 날 하얀 양이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었고, 7일간 계속되는 법회가 끝난 날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나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으로 변했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하여 천국으로 가게 되었다'고 절을 하였다 한다. 이튿날 영천암 아래에 흰 양이 죽어 있었으며 그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라고 고쳐 불렀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안치되어 있는 9층탑이 있고, 백양사 입구에 자리한 부도전 내에는 백양사 재건에 힘쓴 소요(逍遙)대사의 유업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석종형의 양식의 소요대사 부도(浮屠)가 있다. 


14시 정각 사천왕문(四天王門:지방유형문화재 44)을 지나 백양사 경내로 들어선다. 환양이 세웠다는 극락전(極樂殿:지방유형문화재 32)이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마침 대웅전 앞에서는 영산대제가 열리고 있어 좋은 구경을 하였다. 대웅전(지방유형문화재 43)은 1917년 백양사 중건 때 지은 것으로, 석가모니불 ·보살입상 ·16나한상(羅漢像)이 봉안되었다.

 


▼영산제 모습

 

인연

-김 명 용-

하루 짧은 여정

무슨 

미련이 남아있는 것인지

잠깐 스친 것뿐인데


향기로운 미소

살갑게 다가온 것을

그냥 접어두고 싶었는데

바람 한 점 없어도 가슴 출렁인다


아무런 이유 없이

연두빛 그리움

봄 향기처럼

마음의 문을 드나든다.



제12회 장성백양단풍축제(11.3-11.4)가 열리고 있다. 장성군의 특산품인 단감, 사과 등의 특산품 판매전과 홍길동 캐릭터 상품전, 청정농산물 판매전을 비롯, 이 지역 향토음식의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있는 축제장터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도로를 가득 메운 차는 꼼짝하지 않는다. 백양사 일주문에서 내장사로 넘어가는 갈림길까지 1시간, 다시 백양사 톨게이트 진입까지 1시간, 그리고 전주까지 또 1시간이 소요된다. 전주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17번 국도를 타고 완주를 지나 대둔산 길로 달린다. 오후 3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백양사주차장을 출발한 차는 대전에 밤 9시가 넘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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