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8년 10월 5일(일) -17명
산행코스 : 차동고개-장학산-서반봉-국사봉-금자봉-645지방도로 효제고개 (17.7km 약 8시간 소요)
강화도 창후선착장에서 강릉 경포대해수욕장까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초장거리(311km) 써바이벌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여 완주한 백종수님의 모습이 보이고, 귀연의 젊은 피 코코와 사철나무 그리고 오른손을 다친 청산님도 붕대를 감은 채 동참하였으며, 오랜만에 계백장군과 새벽안개님도 다시 합류하여 정맥 길이 활기가 넘친다.
8시. 차동휴게소에 들려 볼일을 보고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곧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약간 서늘하다. 차동휴게소 입간판 뒤쪽으로 정맥 길이 열려있다. 백종수님의 울트라마라톤 종주 경험담에 이어 미국발 금융위기와 주식 폭락 그리고 최모 탤런트의 자살이야기 등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평소보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진행한다.
산길을 걸으면서는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지 시간에 쫓기는 노예가 되어서는 진정한 산행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
대전-당진간 고속도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허리를 잘린 채 신음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재동 마을로 이어지는 안부사거리(고재고개)를 지나 해발 300m대의 봉우리를 몇 개 지난다.
가치 있는 삶이란 욕망을 채우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다. 내게 허락된 인생이 내 삶의 잔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스스로 확인 하는 삶이다.
장학산(長鶴山,381m)은 정맥 길에서 왼쪽으로 살짝 비켜 있어 무심코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장학산 정상부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빼곡히 어우러진 평평한 구릉이다.
천천히 오르막을 오르면 산불지역으로 불이 난 곳에는 오동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장학산을 내려서면 성황당고개다. 왼쪽으로 유구읍 노동리의 마을들이 보인다. 노씨가 살았던 마을이라 통틀어 노동(盧洞)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호랑이가 턱을 괴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유래된 버미터골이며, 마을에 불당이 있다고 해서 불당골, 씀바귀가 많이 나는 골짜기라 하여 유래된 씀배나무골, 안개가 많이 낀다 하여 유래된 작은 앵개골과 큰 앵개골이 있으며, 발아래 보이는 마을이 옛날 노씨 중에서 천석꾼이 이 마을에 살았다 하여 부른다는 천석동이다.
천봉산(千鳳山)이라고도 부르는 천봉은 봉우리가 수없이 많은 산이라 천봉이라 부른다고 한다. 전해 오는 말로는 옛날에 홍길동이 무예를 익혔던 산이라 하는데, 조선시대 때의 도적 안수(安壽)가 여기에서 은거하였던 것이 그리 전해오는 것이라는 설이 있다.
공주시 신풍면 조평리 구분실마을에서 시작되어 예산군 신양면 추광리로 넘어가는 야광고개는 길이 희미하다.
서반봉으로 오르면서 약간 숨이 거칠어진다. 서반봉(392m)에서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숨을 고른다.
절개지를 미끄러지듯이 내려서면 청양군 운곡면 광암리와 공주시 신풍면 조평리를 잇는 임도다. 인적이 드물어 잡초가 우거져 있다. 서반봉에서 40분소요. 사점미재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도시락을 펼쳐 조금 이른 점심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한다. 오랜만에 동행한 일행들로 웃음이 넘치고 화기애애하다.
12시. 40분간의 점심식사와 휴식을 끝내고 국사봉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헬기장과 삼각점(예산 319 / 79.8. 재설)을 지나면 국사봉(國師峰, 489m)이다. 나뭇가지에 표지판이 걸려있다.
청계님을 선두로 전원이 일렬횡대로 줄지어 진행하는 모습이 빨치산 보급부대원들 같아 혼자 미소 짓는다.
국사봉에서 10분을 진행하면 대형 십자가가 있는 봉우리다. 이 봉우리 오른쪽 아래로 수리치골이 있는데 140여 년 전 프랑스 요한 페리오 천주교 신부가 박해를 피해서 이곳에 은거하면서 포교 활동을 펼치다가 순교하였다고 한다. 페리오를 발음이 편하도록 이곳에서는 페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신풍면 봉갑리에는 가파른 길을 올라서면 그 위에 또 마을이 있다 해서 상가파 또는 상가패라 부르는 마을 위쪽으로 천주교기도원이 있다.
이번 구간은 오름 내림이 비교적 수월하며 수림이 울창하여 조망이 거의 없다.
청양군 대치면, 운곡면과 공주시 신풍면 경계지점인 헬기장이 있는 415봉에는 "자주쓴풀" 이 자리를 잡고 나그네들을 반긴다.
△자주쓴풀
능선분기점인 400봉을 지나면 산불지역이다. 좁은 능선을 따르던 길은 끝난 줄 알았던 산불지역에 잡목들이 다시 정맥꾼들을 괴롭힌다.
떡갈나무 숲으로 둘러 쌓여있는 424.4봉에 오른다. 기초대 없는 삼각점은 훼손되어 있다.
운곡고개 당산나무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숨을 고른다.
백두대간 종주할 때의 추억담을 이야기하며 금자봉으로 향한다. 금자봉(金子峰, 325m)은 편안한 등로에서 오른쪽으로 2분 정도 올라서야 한다. 가지가 많은 소나무 한 그루뿐, 내세울만한 것이 없는 좁은 봉우리다.
점점 고도를 낮춘다. 잘 보살핀 묘지를 지나면 밤나무 밭이다. 송전철탑(345kV 서청T/L No.18)과 염소우리를 지나자 시야가 트이면서 위라리 방축골 마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다시 밤나무 밭을 지난다.
벌레가 먹어 땅에 떨어진 밤이 지천이다. 밤을 줍던 주인아주머니가 일손이 부족하여 제때에 수확하지 못해서 그렇다며 주워가란다. 모두들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에 밤을 주워 담는다.
시멘트도로(96지방도)가 지나가는 분골고개로 내려서 반대쪽으로 치고 올라 조림지를 지난다. 산부추가 꽃을 피우려고 몸부림을 하고 있다.
645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효제고개로 내려서면서 약 8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금북정맥의 한 구간을 마무리한다.
뒤풀이는 청계님의 고향 청양군 목면 안심리 생가에서 돼지고기 수육에 묵은지 그리고 구기주로 간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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