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8년 9월 21일(일)
산행코스 : 각흘고개(213m)-봉수산(534m)-천방산(479m)-극정봉(424m)-차동고개(215m)( 16.2km 약 7시간 30분 소요)
전날 자정까지도 비가 내렸지만 비 그친 새벽이 열렸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선다. 정맥꾼들이 탄 버스에 오르니 자리가 텅 비었다. 오늘 정맥 길에 나선 사람은 12명으로 단출하다.
봉곡사 주차장에서 하차한다. 주차장에서 절 마당까지는 약 1.5km로 아스팔트 포장길이다. 700m에 걸쳐 아름다운 송림이 조성되어 있는데 “천년의 숲”으로 불린다. 아침 안개가 송림을 더욱 운치 있게 한다.
봉곡사는 신라 진성여왕 원년(887)에 도선국사가 처음지어 "모연고찰(貌然古刹)"이라 하였고, 고려 의왕 4년에 보조국사가 다시 지었다. 봉수산 위에 배틀 바위의 전설로 유명한 바위가 있어 석암사(石庵寺)라 칭했으나, 조선 정조 18년(1794)에 산의 모양이 봉황이 양쪽 날개를 떨치고 나는 것과 같다하여 봉곡사(鳳谷寺)라 개칭하였다.
고즈넉한 산사에 들면 종교를 떠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절 마당 왼쪽에 있는 약수는 수량이 풍부하고 맛이 시원하다.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를 모신 전각이다. 임진왜란 때 페허된 것을 인조24년에 고쳐지었다.
일행 중 4분은 이곳에서 봉수산으로 향하고 나머지 일행은 버스를 타고 각흘고개로 향한다.
▲닭의장풀
이번 구간의 마루금은 충남 아산시, 공주시, 예산군, 청양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나의 고향 온양이 엎어지면 코가 닿는다.
8시 50분 각흘고개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아산시와 공주시의 경계인 각흘고개는 39번국도가 지나간다.
'각흘고개(213m)' 표지석이 세워진 곳 바로 뒤로 올라선다. 이곳에는 봉수산까지는 약 4km 거리다.
1.
등산로 주변에 어제 내린 비로 떨어진 밤이 지천이다. 10여 분간 밤을 주워 배낭에 담으니 배낭이 묵직하다. 10여 분간 오르막길을 오르고 순탄한 길이 이어지자 밤을 줍느라 지체된 시간을 보충하려는지 내달리듯 걸음이 아주 빠르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중턱에서 돌로 만든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에는 오른쪽이 길상사로 내려가는 길임을 표시하고 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도 흐르는 땀을 식히지 못한다. 돌로 만든 이정표가 있는 봉수산 갈림봉에 닿는다. 각흘고개에서 봉수산과 천방산이 갈라지는 이곳까지 4km를 한 번도 쉬지 않고 1시간 만에 진행했다.
'각홀고개 1km, 천방산 3.1km 봉수산 0.1km'로 적혀있는 이정표는 산꾼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올바른 것이 하나도 없다.
마루금은 직진이고, 봉수산은 마루금에서 벗어난 오른쪽으로 약 150m 거리다. 봉곡사에서 출발하여 봉수산를 지나온 일행들과 만난다. 배낭을 벗어놓고 봉수산을 다녀온다.
충남 예산군 대술면과 공주시 유규면 아산시 송악면에 걸쳐있는 봉수산(鳳首山·535.2m)은 남북으로 날개를 펼친 채 동쪽에 있는 광덕산을 향해 날아가는 형상을 취하고 있는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에 있는 이정표에는 ‘극정봉 0.6km’라고 적혀있는데 엉터리다. 이곳에서 극정봉은 7.4km 거리에 있다. 나그네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나무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잠시 앉자 쉬었다가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호흡을 고르고 천방산으로 향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은 누군가 흙을 깎아 계단을 만들어 놓아 내려서는 것을 돕는다. 나뭇가지에 핀 목이버섯과 수정란풀이 잠시 걸음을 늦춘다.
▲목이버섯
2.
▲수정란풀
일행 모두가 길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느라 진행이 더디다.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지다가 탑신마을로 내려서는 안부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숨이 거칠어진다. 봉수산 3.6km 극정봉 3.7km 이정표가 서 있는 천방산 갈림길에 닿는다.
마루금은 오른쪽인데, 왼쪽 능선 나무 등걸에 천방산 50m라고 쓰인 팻말이 보인다. 배낭을 벗어놓고 천방산 정상을 다녀온다.
준.희님의 정상표지판 외에는 삼각점이나 정상석도 없는 평범한 봉우리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봉수산이 보일뿐 조망도 별로다.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와 점심식사를 한다. 20분간의 식사를 마치고 마루금으로 들어선다. 편안한 능선길이 기분 좋게 이어진다.
3.
먹곡리와 이치리로 갈라지는 안부 사거리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면 벤치가 나그네들을 기다린다. 운지버섯과 들꽃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이정표 상 극정봉이 점점 가까워진다.
▲운지버섯
4.
소기리 사거리 안부에 이른다. 오른쪽은 소기리(1.2km), 왼쪽은 머그네미(1.2km)로 이어지는 길이 뚜렷하다. 낙엽이 미끄러운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능선이 좁아지며,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할 극정봉이 언뜻 보인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한다. 마루금은 줄곧 400m~500m 높이의 능선을 오르내리지만, 능선 폭이 좁고, 능선 좌우의 사면이 가팔라 산세가 제법 웅장하게 느껴진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멀리 광덕산이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청계님과 문원장님이 오른쪽 사면으로 진행하여 알바하고 늦게 도착한다.
아무런 표지도 없는 부영산(400m)을 지나고 산불로 죽은 벌목지대를 지난다. 참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능선을 지나, 극정봉 정상(424m)에 오른다. 삼각점이 박혀있고 준.희님의 정상 표지판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조망은 없다.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앞서 가던 일행이 좋은 길을 따라 내리막으로 알바를 하고 다시 올라오느라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흐른다.
▲잔대
절대봉에 도착한다. 수직 동굴이 신기하다.
너른 비포장 임도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천주교 묘역이 보인다. 오른쪽 능선으로 오른다. 평산 신씨 합장묘를 지나고, 커다란 고목 두 그루가 서 있는 성황당 안부에 내려선다.
벌목지대를 지난다. 멀리 저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미역취
△서낭당고개
묘지 앞에 앉아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
5.
삼각점과 정상표지판이 있는 294.2m봉을 지난다. 참나무 숲 사이로 아름다운 산책로가 이어진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전해지는 솔바람이 시원하다.
가족묘에서 2분 후 차동고개에 내려선다.
해발 215m 차동고개는 공주시 유구읍 녹천리와 충절의 고장 예산군 신양면 차동리의 경계인 큰 고개로 수레네미고개라고도 한다. 32번 국도가 지나가며 SK 주유소와 휴게소가 자리 잡고 있다.
차동고개 유래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이 곳 불왕골에 차서방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비록 가난하여 늙으신 홀어머니를 편안하게 모시지는 못했지만 효성이 지극하여 어머님이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드리는 효자였다.
하루는 건강한 어머님이 갑자기 몸져눕게 되었다. 차서방은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차서방은 돈이 없어서 남들처럼 약을 쓸 수도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끝에 별다른 도리가 없어 이튿날부터 지금 차동고개에 가서 나무를 하여 장에서 팔아 어머님 약을 살 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차서방은 매일 자기 몸이 지치는 줄도 모르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무를 해 팔았다. 그러나 사람의 역량에는 한도가 있는지라, 어느 날 어머님을 낫게 해 드려야겠다는 집념에 지친 몸을 끌고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하다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져 꿈을 꾸니 하얀 할아버지가 나타나 “지금 네가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열 발자국을 가면 산삼이 있을 것이니, 그것을 캐다 어머님께 달여 드리면 나을 것이다”라고 노인이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나 꿈속에서 본 할아버지가 말한 대로 발자국을 세어 동쪽으로 가 보니 정말 커다란 산삼이 있는 것이었다. 산삼을 캐 가지고 집에 돌아와 정성껏 달여 어머님께 드리니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병환이 나았다 한다. 이 일이 있은 뒤 이 고개를 차서방이 산삼을 얻은 고개라 하여 차동 고개라 부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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