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8일(월)
7시 모닝콜에 기상하여 베란다에 나가보니 가로수가 부러지고 넘어져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대만여행은 매우 무덥고 비가 잦기 때문에 여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식당에서 호텔식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면서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어 한결 여유롭다. 인생은 돈 있는 자만 부자가 아니라 즐기는 자도 부자다. 물론 돈 많은 것도 부자이지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도 시간부자인 것이다.
9시 30분 온천욕을 하고 여행 가방 정리를 한다. 부채살 모양의 형광등이 걸린 가게는 빈랑((檳榔 · 현지발음은 '삥랑')가게다. 도로변 유리부스에서는 속옷에 가까운 비키니 차림을 하고 삥랑을 파는 아가씨들이 유혹한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숙소 옆에 있는 빈랑 가게에서 빈랑 한 봉지(10알 50元 = 1800원 정도)를 사서 일행들과 먹어본다. 삥랑은 타이완의 많은 육체노동자와 남부지방에서 운전을 해서 올라오는 운전기사들 등이 즐겨 사용하는 기호식품이다. 크기는 대추만 하고 모양은 도토리를 닮았다. 껌처럼 2-3분 정도 씹어서 그 즙을 빨자 금방 몽롱해지면서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약간 흥분되는 기분이다.
11시 숙소를 출발하여 타이베이로 연결되는 5번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어제 지나왔던 설산터널을 지난다. 가이드가 체험해 보라며 준 빈랑을 씹은 한 분이 기분이 좋은지 마이크를 잡고 “오빠 한 번 믿어봐”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차내는 금세 웃음바다가 되고 자연스럽게 노래방 분위기로 바뀐다.
몇 분이 흥에 겨워 노래를 하고 일행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마이크를 받아 든 가이드가 “야래향”이라는 노래를 멋지게 뽑아 즐거움을 선사하고 박수를 받는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버스는 목붕(木棚)에서 3번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타이베이를 향해 달린다.
12시. 타이베이로 들어선다. 은행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고 거리는 매우 한산하다. 점심식사를 위해 장안동로(長安東路)와 남경동로(南京東路)를 연결하는 부흥북로(復興北路)에 위치한 한국식당 경주관(慶州館)에 들어선다. 경주관은 주인이 한국인으로 20년 전부터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경주 사람인 전 주인이 붙인 경주관이라는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 메뉴는 불낙전골이다. 다른 대만 식당과 달리 이곳은 주류반입이 금지된다.
식사 후 들린 곳은 시내 면세점이다. 일행이 면세점 쇼핑을 하는 동안 다른 일행들과 근처 마사지 숍에서 발마사지를 받는다. 매우 아프지만 받고나니 아주 시원하고 걸어 다니느라 고생한 발의 피로가 사라졌다. 요금은 15분에 300元(약 10달러)이다.
2005년 5월에 완공한 타이베이 국제금융센터인 타이베이 101빌딩은 지상101층, 지하5층, 총 508미터로 세계최고의 높이를 자랑한다. 101빌딩으로 이름 지은 것은 일반적으로 최고를 100점으로 평가한다면 이 건물은 1점을 더 줄 수 있는 건물이라는 뜻으로 101빌딩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것.
타이완의 세계적 건축가 리쭈웬(李祖原)이 설계한 타이베이 101 빌딩은 만개한 꽃이 첩첩이 포개어진 형상 같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죽순의 모습을 닮은 듯도 하다. 8층씩 묶어 총 8개의 층으로 올렸는데, 이는 숫자 ‘8’이 중화 문화에서 성장과 번영, 발전 등을 의미하는 한자 ‘發’과 발음이 같은 길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공사기간은 36개월로 이렇게 거대한 빌딩의 공사기간이 짧았던 것은 조립식 건물이었기 때문이란다.
높이도 최고지만 이 빌딩은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엘리베이터로도 유명하다. 지상 5층에서 89층 전망대까지 불과 37초가 걸려 기네스북에도 등록될 정도란다. 빌딩의 중심을 잡아주는 600t의 원형추가 공개돼 있는 것도 이 건물만의 독특함이다.
대만민주기념관(台灣民主紀念館, 구 중정기념관 中正紀念堂)은 타이페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로 장개석총통이 서거한 후인 1980년에 완성한 높이 70m의 거대한 기념관이다. 중정은 장개석총통의 본명이다. 외부는 청색과 흰색 두 가지를 주로 하고 있는데, 이 색들은 자유와 평등을 상징한다. 5만평이나 되는 넓은 중정공원은 공원전체가 꽃밭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대충문(大忠門)을 들어서면 그림같이 조경이 잘 된 광대한 정원 위에 거대한 대리석 건물인 기념관이 서있고 우아한 정자, 연못 등이 배치되어 있다. 25톤의 장개석 총통 동상이 본관에서 시내를 바라보고 있으며, 1층 전시실에는 사진과 총통생애와 관련된 유물과 기념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중국 자금성의 오문을 연상케 하는 우아한 명나라식의 아치가 정문이며 양쪽에 한창 보수가 진행중인 두 개의 고전적 건물이 있는데 각각 국립극장과 콘서트홀이다.
현재 대만 총통이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르네상스 양식의 빨강 벽돌 건물인 총통부 건물은 1919년 일제 총독부 건물로 완공돼 지난 90년간 대만 최고 권력의 중심이 됐던 곳이다.
일(日)자 형태로 태양이 뜨는 정동을 향해 만들어진 총통부 건물은 300개 사무실에 2천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2차 대전 말기 미군의 폭격으로 파손됐다 국민당 정권이 들어온 직후 중건돼 줄곧 총통 집무실로 사용해왔다.
그동안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의 만수무강을 비는 뜻의 제서우관(介壽館)으로 불리다 2006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총통부'라고 개명했다.
한국이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한 것과는 달리 총통부 건물을 그대로 존치하고 박물관으로 용도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여행의 목적을 단순히 휴양과, 관광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직접 느껴보고자 원한다면 실제 그 나라 사람들이 생활하고 움직이는 곳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타이베이에는 아주 작은 규모에서부터 거대한 사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원이 흩어져 있다. 용산사(龍山寺)는 가장 오래된 전형적인 타이완의 사원으로 멋진 건축양식이 유명하다.
돌기둥에는 조화를 이루어 꼬여 조각된 용 뒤쪽에 역사적 인물들의 춤추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지붕에는 더 많은 모습들과 용들이 장식되어 있다.
중국인들의 종교는 관대해서 많은 사찰들이 도교, 불교, 그리고 다른 많은 신을 하나의 사원에서 같이 모시고 그 신의 숫자는 점차적으로 늘어난다.
용산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관음(觀音), 마조, 관공(關羽) 등 그 외 각종 신의 참배자들로 인해 항상 북적댄다.
원래 이 사원은 1740년에 건립한 것으로 그때부터 자연재해 혹은 인공재해 등으로 몇 번 파괴 되었다. 최근의 것은 1957년에 지어진 것이다.
입구에 처음 들어서면 자욱한 향의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인해 어지럽다. 인구의 85%가 불교와 유교, 도교가 혼합된 종교를 믿는 탓인지 신도들이 합장하는 예불소리는 귀청을 때릴 정도로 요란하다. 일종의 기복신앙이라고 할까, 하지만 환하게 장식된 꽃들과 다양한 음식물(공양하는 음식물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는 각양각색의 외제 초콜릿까지 볼 수 있다)과 공물을 놓고 각양각색의 보살님 앞에서 드리는 예불과 기도는 정성스럽고 진지하다.
자신이 놓인 형편에 따라 어떤 보살님에게는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보살님에게는 질병을 낫게 해달라고 한다. 또 어떤 보살님에게는 결혼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소원을 간절히 빌기도 한다.
룽산쓰를 나서면 서쪽 편에 야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화시지에 관광 야시장(華西街觀光夜市)라고 불리며, 주변으로 수많은 식당과 노점상 등이 있다. 룽산쓰 근처에 위치하다 보니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으며 홍등을 내건 중국 전통 분위기의 입구 안쪽으로 들어가면 타이완 드라마 CD와 음악 테이프, 발마사지,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화시지에 야시장의 특징은 뱀과 자라 등의 보양식품을 파는 가게가 많다.
입구는 중국 전통 건축양식으로, 붉은색 궁 등을 걸어놓아 무척 특색이 있다. 화시지에 야시장은 먹거리 위주의 시장으로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갖가지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 즐비하다.
특히 뱀, 자라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있어 먹거리의 특색을 한층 높여주며, 밤이 되면 뱀을 잡거나 뱀싸움을 보여주는 공연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초두부에 도전해 보란다. 발효시킨 두부를 튀겨낸 음식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한 냄새 때문에 먹어보기조차 꺼린다. 그러나 냄새가 많이 나면 날수록 좋은 두부라고 한다. 한 입이라도 먹어본 사람이라면 그 독특한 맛에 매료된다고 한다.
저녁식사 메뉴는 맵다는 사천성 요리가 제공되었다. 식사 후 숙소인 호경호텔(豪京大飯店)에 여장을 풀고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숙소 옆 마사지 숍에서 어깨마사지(1시간 900元=3만원)를 받았다. 대만 발마사지 프랜차이즈 '족지도'(足之道)는 청결하게 관리된 대형 매장에서 전문 마사지사들이 통일된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사지를 받고나니 오른쪽 어깨 통증이 많이 줄었다.
일레븐7(대만은 일레븐세븐이 아주 많다)에서 대만 캔맥주(32元=1100원)와 와인을 사고 길거리에서 파는 닭튀김(100그램에 10元)과 오징어 튀김을 사 가지고 숙소로 돌아와 일행들과 정겨운 담소를 나누며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산을 좋아하는 산꾼들답게 단연 네팔과 히말라야 이야기가 많다. 내년 여름 해외트레킹은 몽골로 떠나는 상상을 하면서 술자리는 자정이 되어서 마무리 된다.
여행의 마지막 밤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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