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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대만여행4

2008년 7월 27일(일)


5시 모닝콜에 단잠을 깬다. 비가 내린다.


기래 북봉과 합환산 산행은 취소되고 게다가 중앙산맥을 가로지르는 횡단도로 통행도 매우 위험하여 안전한 서쪽 국도와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의란(宜蘭)까지 이동하기 때문에 화련에 들리지 못해 대만의 자연경관 중 최고라는 타이루거(太魯閣)협곡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옥산은 성공적으로 산행을 끝냈지 않은가. 만족할 줄 아는 자가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버스는 포리(埔里)로 이동한다. 아침식사로 빵 2개와 음료수가 들어있는 도시락이 제공된다.


 

가는 길에 최근 SBS드라마 '온에어'를 촬영한 일월담이 있다. 일제시대에 만든 인공호수로 경주의 보문호처럼 주위에 특급호텔이 있어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월담의 일몰과 월출은 장관이라고 한다.


소흥주와 국수(米粉)로 유명한 포리는 깨끗한 공기와 적당한 기온으로 타이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1999년 9월 대지진이 발생한 곳이다.


먼저 들린 곳은 중대선사(中台禪寺)다. 아침 8시부터 문을 연다. 중대선사 앞 부처공원인  원림(園林)을 오르면 중대선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절이라고 해서 고즈넉하면서도 운치가 넘치는 천년고찰을 떠올린 일행들은 멀리서 바라 본 중대선사에 놀란다. 37층의 규모에 사찰의 높이가 108m에 이르며, 대리석으로 전신을 두르고 있는 것도 모자라 황금빛으로 치장하고 있어 절에 대한 고정관념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만다. 타이베이 101 빌딩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리쭈웬(李祖原)이 설계했다고 한다.


1980년대 초 타이뻬이현(臺北縣) 만리향(萬里鄕) 개자산(芥子山)에 농부차림의 한 스님이 있었다. 초라한 초가집에 홀로 살면서 헤진 옷, 거친 음식으로 고행을 마다 않고 소박한 은거생활을 즐겼으니, 그가 바로 유각(惟覺) 스님이었다.


수년 후 산업도로가 생기면서 도로를 지나던 사람들이, 우연히 스님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풍모가 범상치 않은 이 수행자에게 법을 청하며 절복(折服)하기 시작했다. 숲에 은거하던 수행자는 제자들의 입과 귀를 통해 그 명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이것이 유각 스님이 세상으로 나온 인연이다.


대만 불교계에 또 다른 혁신을 몰고 온 유각(惟覺)스님이 창건한 중대선사는 스님의 영감과 현대과학기술이 결합되어 불교사상이 집약 내포된 현대식 건축물로 3여 년에 걸쳐 설계하였으며 그 후 7년간의 건축과정을 걸쳐 2001년에 낙성식을 가졌고, 현재 세계 최대 선종 도량으로 로마의 바티칸 궁, 티벳의 포탈라 궁과 더불어 세계3대 종교 건축물로 손꼽힌다고 한다. 건축비는 우리나라 돈으로 2조원이 넘게 들었다고 한다.


앞면은 산 모형, 옆면은 좌선하는 수행자 모형이며 높이는 총37층의 140m로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정문을 들어서면 아름다운 조경수와 분재, 석불 등의 문화재가 전시되어 사찰 기분은 들지 않고 왠지 박물관 같다.

 

원명전(圓明殿)을 둘러보고 본당(本堂)인 대웅보전 내부로 들어서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번뇌를 삼켜버린다는 불룩한 배를 가진 보살상이 있고, 그 뒤에는 사찰을 보호하는 듯 한 준엄한 표정의 장군상이 자리 잡고 있다.

 

관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의 부처가 있는 반면, 후전(後殿)에는 바다의 여신 조(組)와 역술인들의 우상 관우(關羽)가 자리하고 있다. 건물의 돌기둥에는 조화를 이루어 꼬여있는 용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지붕에는 더 많고 화려한 용들이 장식되어 있다.

 

하지만 건물의 기둥 역할을 하는 4대 천왕의 웅장함에 비길 것은 아니다. 높이는 12m, 무게는 120t에 달한다는 천왕들은 각기 다른 물건들을 손에 쥐고 있다. 칼은 바람을, 악기는 조화를, 우산은 비를, 용과 석탑은 순조로움을 뜻한다고 한다. 이들 천왕은 중국 본토에서 들여온 화강암을 여러 부위로 나누어 조각해 조합한 것으로, 해마다 6일 동안 인간계에 내려와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버스, 승용차의 자체생산이 없고 수입 혹은 조립생산이라고 한다. 2층 버스의 1층은 운전석과 화물칸(사람이 들어가도 될 정도로 넓고 높다)으로 되어 있고 승객좌석은 2층에 있다.

 

부리주창[포리주창(埔里酒廠)]으로 이동한다. 술을 만드는 공장이다. 평일에는 오후 4시 30분까지만 문을 연다. 1999년 9월 21일에 일어난 지진으로 부리주창은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마당에 당시 부서진 잔해가 전시되어 있다.


아래층에는 타이완 명주를 시음하는 코너가 있고, 여러 가지 술을 싸게 살 수도 있다. 시음을 즐기며 천천히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은 술문화관[주문화관(酒文化館)]으로 포리지진 당시 파괴된 술공장의 사진과 술독 등 술에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초둔(草屯)을 지나 14번 국도를 타고 진행한다. 중앙산맥 동쪽은 태풍 봉황으로 난리인데 이곳 서쪽은 태풍의 영향을 느낄 수 없다. 모두들 피곤한지 토막잠에 깊이 빠져 들고 차내는 고요하다.


TV에서는 대만을 관통하는 진로를 따라 접근하는 태풍의 모습이 시시각각 전해진다. 해마다 3~4개의 태풍이 타이완을 지나가며 물의 공급원이 되지만 홍수나 산사태 등의 피해를 준다. 한해 평균 강우량은 약 2,500mm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예상 강우량이 몇 백 mm 라는 뉴스와 라면 등 비상 생필품을 준비하라는 뉴스가 긴장감을 더한다. 대만은 태풍경보가 발령되면 상가가 모두 철시하고 회사도 출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태풍의 눈 속에는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1번 고속도로를 타고 반도체로 유명한 신죽(新竹)에 도착하여 한국식당 한일관(韓一館)에서 고기뷔페로 포식하고 의란(宜蘭)으로 이동한다.

 

일탈의 여행을 통해서 만난 인연 때문인가, 힘든 산행을 함께 해서인가 오랜 친구처럼 친해졌다. 여행은 그래서 좋다.

 

석정(石碇)휴게소에서 휴식을 하고 설산산맥을 관통하는 설산(雪山)터널을 지난다. 설산터널은 아시아에서 가장 긴 터널로 길이가 12.9km이며 시속 70km로 10분 정도 소요된다. 이 터널로 타이베이에서 의란까지 3시간 넘게 걸리던 시간이 단 40분으로 단축되었다고 한다.


두성(頭城)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반대쪽 차선에는 수도 타이베이로 진입하려고 길게 늘어선 휴일 나들이 차량들의 행렬이 보인다.

  

초계(礁溪)에 있는 오봉기폭포(五峰旗瀑布)는 세 개의 폭포로 1층 5公尺(m), 2층 20m, 3층 30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폭포의 모습만 재빠르게 카메라에 담고 천주교 성지를 휙 돌아보고 주차장으로 빠른 발걸음을 옮긴다.


맨 후미에서 화장실에 다녀 온 사이에 멍청한 가이드가 인원 파악도 하지 않고 버스를 출발시키는 바람에 버스가 떠난다. 마침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대만 청년의 도움을 받아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여 버스에 오른다. 경황이 없어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의 친절로 인하여 대만은 좋은 이미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숙소인 산천호텔(山泉大飯店)에 여장을 풀고 시내 식당(和風)으로 이동하여 저녁 식사 후 한 방에 모여 술자리를 벌인다. 자정이 되어서야 술자리는 끝이 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다.

 

인생이 항상 뜻 때로만 살 수 있을까, 태풍 봉황 덕분에 계획했던 기래북봉과 합환산 산행은 다음 기회로 넘겼지만 좋은 사람들과 더욱 행복한 밤을 보내며 귀한인연을 만들었으니 이것도 여행의 즐거움이 아닌가. 베란다에서 태풍 체험을 한다. 가로수가 뽑히고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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