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6일(토)
★코스 : 배운산장 출발(02시30분) ~ 옥산정상 도착(05시30분), 일출 ~ 배운산장으로 귀환 / 아침식사 ~ 하산(탑탑가안부) ~ 셔틀차량(상동포 주차장)
새벽 1시. 모두들 제대로 숙면하지 못하고 벌써 잠에서 깨어 컵라면이나 간식을 먹으면서 실내가 소란스럽다.
대만의 최고봉이자 동북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옥산(玉山 3,952m)은 눈이 내리면 은백색의 옥같이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옥산은 옛날(일제시대)에는 일본 후지산보다 더 높아서 신고산(新高山)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대만 사람들이 가장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산이기도 하며 대만을 찾은 등산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2시 30분 랜턴 불빛으로 어둠을 밀어내면서 옥산 주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고소 때문에 힘들어하는 일행을 위해 자주 쉬면서 천천히 오른다. 배운산장에서 정상까지는 2.4km 로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5시. 정상 200m 전방부터는 초목이 없는 암릉길이다. 쇠사슬로 된 손잡이가 있으며 낙석 방지를 위해 설치된 터널을 지나면서 랜턴 없이도 진행할 정도 어둠이 물러가고 동쪽하늘에는 붉은 기운이 감돈다.
5시 30분. 드디어 해발 3952m 옥산 주봉 정상에 닿는다. 서로 감격의 포옹을 나눈다. 옥산 주봉의 등산은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나 장시간 등반을 요함으로 최고의 몸 컨디션 유지와 적절한 등산장비의 준비가 필수적이다.
잠시 후 먹구름 사이로 불덩이가 솟아오르면서 옥산의 3대 풍광(豊光)중 하나인 장엄한 일출(日出)이 시작된다. 찬란한 아침햇살과 발아래 펼쳐진 멋진 운해가 장관이다. 층층의 운무가 파도치듯 일렁이며 근처의 산봉우리를 덮어 마치 광활한 대해 가운데 작은 섬이 드러나는 듯하다.
지식은 도시에서 배울 수 있지만 그걸 담는 그릇은 자연에서 배운다. 사람들은 자연이라 부른다. 스스로 자(自) 그럴 연(然), 스스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천연계(天然界)라 부른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다.
물결치는 山들을 보노라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山에 들기 전 교만하던 나 자신의 모습은 점점 작아지고 山은 점점 커져만 간다. 山과 나 자신이 하나가 된다. 드디어 나는 없고 山만 존재한다.
양팔을 펼치니 옥산 연봉들이 품안에 다 들어온다. 정상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정상 이곳저곳에서 삼삼오오 멋진 포즈를 취하면서 추억을 만든다.
배운산장까지 하산은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올라갈 때는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던 웅장함과 장쾌하게 이어지는 능선들의 모습이 시야를 압도한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순수의 꽃말을 가진 에델바이스(한국명 : 솜다리) 군락이 걸음을 멈춘다.
산장에서 아침식사는 라면과 국수 그리고 쌀밥이다. 라면에 밥 한 숟갈로 허기만 속이고 하산을 시작한다.
탑탑가 안부에 도착하면서 옥산산행은 끝이 난다. 배운산장에서 2시간 30분소요. 대기하고 있던 셔틀 차량으로 상동포 주차장까지 이동한다. 가이드들이 노란 수박과 망고를 잘라 일행을 대접한다.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반을 이동하여 일월담 근처 식당에서 특별히 부탁하여 점심식사를 한다. 대만의 식당은 점심시간은 2시까지이고, 쉬었다가 5시부터 저녁시간이다. 현지식은 독특한 향 때문에 먹기가 곤혹스럽다. 모두들 고추장에 비벼 허기만 달래고 캔맥주로 옥산등정의 기쁨을 나눈다.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일행 두 사람이 있어 기독교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남투현(南投縣) 포리(埔里)를 지나 온천으로 유명한 노산(盧山)으로 이동한다.
태풍 봉황이 올라온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이후의 일정은 불투명해진다. 짐은 차량으로 이동하고 몸만 걸어서 숙소인 천로호텔(天盧大飯店)로 이동한다.
하천을 가로 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자 특산품을 파는 골목길에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노산은 대만에서 유명한 온천 관광지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배정 받은 객실에 여장을 푼다. 넓은 방에 트윈침대와 싱글침대가 각각 1개씩 놓여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엑스트라 침대를 준비해 놓은 듯하다.
저녁식사는 호텔 뷔페식이다. 찰밥과 닭고기를 비롯하여 오리훈제와 회, 그리고 과일에 여러 가지 야채샐러드가 우리 입맛에도 맞는다.
야외 노천 온천은 수영복과 수영 모자를 착용하여야 이용할 수 있다. 객실에서도 온천욕이 가능하다. 샤워를 하고 숙소 앞 원탁에 모여 앉아 일행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정담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