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일상의 삶으로부터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행복이고 즐거움이다.
여행의 길마다에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여행 중일 때, 나는 다른 어떤 때보다도
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중에서-
프롤로그...
2008년 7월 24일(목)부터 7월 30일(화)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대만 옥산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일정은 기래 북봉과 합환산까지 산행을 계획했으나 대만을 관통한 태풍(봉황)으로 인하여 옥산 산행만 하고 나머지 일정은 도시 관광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여행 중 설레던 가슴이 서서히 제자리로 찾는 시간, 가장 가슴에 남는 건 미련입니다.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깝게 놓쳐 버린 시간에 대한, 그리고 보고도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 글은 여행의 기억이 마르기 전에 소중한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하여 여행 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메모와 사진을 참고하여 기억을 더듬어가며,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일기형식으로 쓴 것입니다.
사진을 찍느라 가이드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부분은 인터넷(▽대만관광진흥청 △대만: taiwan.net.tw △서울사무소: www.tourtaiwan.or.kr)을 통해 자료를 얻었습니다. 혹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꼬리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08년 7월 24일(목)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가슴 떨릴 때 시도하고 다리 떨릴 때 접는 거라고..."
삶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특권이라면 여행은 떠나는 자들의 특권이다. 또한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자유다. 용기 있는 자만이 떠난다.
여행은 준비물을 챙기면서 시작된다. 새벽 3시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전날 꾸려놓은 배낭을 둘러메고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인천공항행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먼저 나와 있던 일행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곧이어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는다.
비가 내린다. 7시 정각 공항에 도착하여 여행사 박사장님, 산악회 최대장님과 미팅을 하고 짐을 부친 후 보안 검색대를 지나 출국수속을 한다.
달라진 것은 101-132번 게이트에서 탑승하는 경우는 셔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여야 한다. 게이트 앞에는 인터넷 강국답게 무료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휴게실이 있어 무료함을 달래기에 좋다.
9시 30분. 이번 여행에 동행할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캐세이패시픽(http://www.cathaypacific.com)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10시 정각. 굵은 빗줄기를 뚫고 이륙한 비행기는 난기류 속에서 심하게 흔들리더니 30분쯤 지나 우리나라 상공을 벗어나면서 안정을 되찾는다. 그제야 배가 고프다. 기내식 점심식사가 제공되고 대만 상공으로 들어가면서 창밖으로 맑은 대만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12시 10분. 약 2시간 10분간의 비행을 한 캐세이패시픽 비행기는 대만 국제공항에 안착한다. 우리나라와의 시차는 -1시간.
중국의 동남쪽 타이완 해협에 위치한 대만(台灣)의 정식 명칭은 <중화민국(中華民國 Republic of China)>이다. 중국 본토는 <중화인민공화국>이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에서 밀린 국민당이 남쪽으로 내려와 세운나라로, 쑨원(孫文)을 국부로 삼고 있다. 민주 선거에 의해 당선된 천수이벤(陳水扁) 총통과 첨예하게 얽혀 있는 양안(兩岸)관계로 늘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나라가 1992년 8월에 중국과 정식으로 수교하면서 대만과의 외교관계가 끊어졌으나, 지금은 대표부를 설치하는 등 활발한 경제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상남북도에 제주도를 합친 크기의 작은 나라로, 인구는 2.600만 명(원주민 33만 명)이다.
대만의 수도는 타이베이(台北, Taipei)시는 타이완에서 가장 큰 도시로 타이완의 정치, 경제,문화의 중심이다.
화폐는 뉴 타이완 달러(NT$ 보통 元으로 표시)다. 대만달러인 '타이비'는 중국어로 읽을 때는 위안(元), 지폐에는 50圓, 100圓, 500圓, 1000圓이 있고, 동전은 1圓, 5圓, 10圓, 50圓이 사용 되고 있다.
대만 현지에서는 한국 돈을 타이비로 바꾸기 어려우니 출발 전 미리 환전해야 한다. 외국 화폐는 정부 지정 또는 국제 관광호텔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환전할 때 영수증을 잘 챙겨 두어야 돌아올 때 남은 돈을 미국 달러로 바꿀 수 있다. 1元은 35원 정도.
비교적 빠르게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서자 온몸으로 후끈한 열기가 전해온다. 날씨는 쾌청하고 기온은 35℃을 가리킨다. 육지면적의 절반 이상이 산악지대인 타이완 북부는 아열대 기후, 남부는 열대기후로 평균기온이 7월에 28℃ 1월에 14℃다.
가이드를 맡은 화교출신의 조숙진 아주머니의 안내로 전용버스에 오른다. 25인승 버스는 좌석이 아주 편안하다.
식당에 들려 점심식사를 한다. 사방에 퍼지는 은은한 향에 승려가 담을 넘었고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불교의 명상(공부)를 포기했다는 불도장(佛跳牆)은 닭고기, 오리고기, 돼지고기, 돼지 위, 돼지 족발, 양고기 등 스무가지가 넘는 재료를 소홍주 술항아리에 꽉꽉 채우고 약한 불에 오래 고아서 만든 최고의 보양식이다. 춘권, 찰밥, 새우 등 기름진 음식에 58도의 고량주가 곁들어진 식사를 마치고 가의시(嘉義市)로 향한다.
옥산은 남북으로 길게 달리면서 대만섬을 동서로 구분하는 장장 320km에 달하는 중앙산맥의 거의 중간 부분에 위치해 있다. 옥산으로 가려면 타이페이시 남쪽의 가의시(245km)를 지나 아리산(22km)과 자충검문소를 거쳐 상동포까지 가야한다.
1번, 3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대만의 모습은 우리나라와 아주 흡사하다. 지방의 웬만한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보기에는 허름하고 별로 못사는 듯한 시설의 외관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입는 옷이나 소지품도 마찬가지다. 돈을 들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적 환경적 특성이라고도 한다. 비가 많이 오고 습하기 때문에 주택의 외관에 아무리 돈을 들여도 몇 개월만 지나면 녹물이 흘러내리고 페인트가 벗겨진단다.
잠시 들린 고속도로 휴게소는 우리나라 편의점 수준으로 매우 한산하다.
가의시에서 2명의 현지인 산악 가이드와 합류한다. 3,000m 이상의 산행에는 10명당 1명의 현지 가이드를 고용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도중에 차를 세우고 들른 길가의 과일가게에는 양귀비가 좋아했다는 리쯔를 비롯하여, 천도복숭아,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열대 과일이 풍성하다.
대만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물건을 저울에 달아서 근으로 판매한다.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약간 저렴한 편이다. 휘발유가 37元(약 1300원), 경유가 33元(약 1100원)이다.
국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산악 가이드는 지금 먼 바다에서 태풍이 올라온다는 불길한 소식을 전한다. 버스는 굽이굽이 아리산(阿里山) 산길을 힘겹게 오른다.
온 산이 빈랑나무다. 빈랑은 열매를 피로회복제로 사용하는 나무로 뿌리가 깊지 않아 산사태의 원인이 되어 지금은 산에 식재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자욱한 안개가 산 아래 모습을 감춘다. 멀리서 보면 마치 검은 용처럼 보여 이름 붙여진 우롱차를 생산하는 차 밭이 눈길을 끈다. 옥산국가공원으로 가는 길목 해발800~1,700m에 위치한 신이향(信義鄕)은 연중 안개가 끼고 사계절 포근한 날씨 때문에 연한 잎의 우롱차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옥산관광차밭에서 생산되는 옥산우롱차는 차맛이 순하고, 부드럽고, 감미로워 고산차의 맛과 특성을 지닌 차종이다.
지도를 자세히 관찰하면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18개 고봉을 거느린 대만의 거대산맥인 아리산맥(최고봉은 다다 산 · 2663m)은 위산산맥과 나란히 대만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산맥(평균고도 2500m · 길이 250km)이다.
일찍부터 대만 국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아리산은 옥산을 비롯하여 18개의 산을 통칭하는데 범위를 좁혀 흔히 아리산삼림유락지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해발 2000m 높이에 위치한 아리산 청년활동 중심(阿里山 靑年活動 中心)은 우리나라의 유스호스텔과 비슷하다. 때마침 무주 적상산의 치마바위를 연상시키는 탑산의 낙조가 장관이다.
숙소(8인 1실 침대)를 배정받고 저녁 식사를 끝내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워 유피 박사장님이 들려주는 히말라야 이야기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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