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5일(금)
5시 30분에 기상하여 수령 2000년 넘는다는 거대한 편백나무의 군락지 숲으로 산책에 나선다.
2000년 이상 묵은 신목(神木)으로 유명한 아리산은 원주민 추족(鄒族)의 영웅 아리파를 기념해 이름 붙여졌다. 추족은 현재 아리산 정산 부근에 사는 유일한 원주민인데 예전에 옥산에 거주하던 포농족과의 싸움에서 밀리자 이곳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지금은 약 4000명 정도가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는데 주로 고산 야채를 재배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기차 길이 이어진다. 바로 인도 스위스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세 곳에만 있다는 고산 열차로 옛날에 목재를 운집하고 생활자원을 운송하기 위해 건설했던 삼림철도가 지금은 관광철도로 탈바꿈한 것이다. 가의(嘉義)역에서 출발, 아리산 이만평(二萬平)역에 도착할 때까지 50개의 터널과 77개의 교량을 통과한다고 한다.
아침식사는 호텔식이다. 죽, 중국 빵,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상동포로 이동한다. 숙소에서 30분 거리지만 산사태로 막힌 도로 복구 작업으로 조금 늦어진다. 아리산에서 상동포까지는 약 18km이다.
옥산 산행의 가장 인기 있는 루트로는 팔동관(八通關)인데, 청나라시대에 만들어진, 동포(東捕)에서 시작하여 푸르른 초원과 꽃이 핀 목초지, 가파른 절벽, 폭포 등을 지나는 옥산의 동쪽 기슭이다. 이곳은 입산관리구역이므로 지역산악등반협회에서 입산허가 신청과 더불어 전문가이드의 소개를 받아야만 입산이 가능하다. 그리고 여름에도 밤에는 추워서 따뜻한 옷이 필요하다.
상동포(上東捕) 주차장에서 도보로 10분 정도를 이동하여 옥산국가공원 관리소에서 출입자 명단 확인을 위해 여권 대조를 하고 5분 거리인 탑탑가(塔塔加) 안부까지는 셔틀차량으로 이동한다.
★코스 : 상동포 ~ 탑탑가 안부(2.610m) ~ 맹록정(2.239m) ~ 전봉갈림길 ~ 백목림(3.093m)전망대 ~ 대초벽(3.1780m) ~ 배운산장(3.402m)
탑탑가 안부 옥산 등산로 입구에는 ‘玉山登山口’라고 음각한 큰 표석이 있다. 이것을 배경으로 단체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대만에는 해발 2000m 이상의 산이 189곳이나 있고 3000m 이상도 133곳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 최고봉이 옥산(玉山)이다.
해발 2000m가 넘는 산허리를 감아 도는 산비탈에 아슬아슬하게 등산로가 걸려 있다. 이 길 오른쪽 아래는 수백m 낭떠러지로 조금만 헛발을 디디면 황천길이다. 천천히 진행한다. 고소적응을 위해서는 느리게 걷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500m 마다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고 안전을 위해 설치된 나무시설에는 번호가 붙어있다. 백합을 비롯하여 곳곳에서 앙증맞은 자태를 뽐내는 들꽃에 눈길을 주며 천천히 걷다보면 맹록정(孟綠亭 : 해발2.390m)에 닿는다. 맹록정은 온대림과 한대림 경계지역에 위치한 쉼터 정자로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배운장산장까지는 화장실이 2곳 있지만 식수를 보충할 곳이 없다. 다만, 전망대 조금 못 미쳐 화장실 반대쪽에 물을 얻을 수 있는데 반드시 끓어서 먹어야 한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에 고운 눈길을 보내며 소중한 경험의 노래를 가슴에 담는다.
백목림(白木林 : 해발 3.096m)전망대에 닿는다. 백목림이란 벼락 맞은 대만 철삼나무 군락지의 지명이며, 이곳부터 냉 산림지대가 시작되고 침엽수림이 형성되어 밀림을 이루고 있다.
전망대에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속에는 닭고기를 넣고 대나무 잎으로 감싼 찰밥은 생각보다 먹을 만하고 양도 충분하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라면과 커피를 끓이고, 산악가이드는 우롱차를 끓여 나눠준다. 도시락에 함께 넣어 준 리쯔와 사과는 후식으로 훌륭하다.
이곳 전망대에서 잠시 동안 약간 가파르게 올라간다. 건너 남봉쪽 능선의 경관이 아름답고 계곡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계곡에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우리나라의 주목과 비슷하고 잎이나 가지가 향나무와 비슷한 거목들이 눈길을 끈다.
대초벽(大硝壁 해발 3.173m)과 만난다. 대초벽은 60m 높이의 편마암 암벽이 거의 수직으로 솟아 있다.
탑탑가 안부에서 8.5km 떨어진 배운산장에 도착하면서 약 6시간의 첫날 산행은 끝이 난다. 산장 앞에는 “출발지 등산로 입구까지 8.5km, 주봉정상까지 2.4km, 서봉 2.2km” 적인 이정표가 반긴다.
해발 3400m 에 위치한 배운산장은 구름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약 8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산장으로 복도 양쪽으로 나무로 만든 2단 침상과 주방이 있는데 우리나라 지리산의 치밭목 산장을 연상시킨다.
2층은 오르기가 쉽지 않다. 실내에서는 취사는 물론 음식물 섭취도 금지되어 있으며 배낭은 복도에 정리하고 침대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태양전지를 이용하는 희미한 조명만이 어둠을 비춘다.
땀에 젖은 옷을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따끈한 차 한 잔 마시면서 휴식을 취한다. 고소에는 보온에 신경을 써야한다. 두 개의 식탁에 나누어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위해 자리를 잡는다. 저녁식사는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비가 개이면서 무지개가 나타난다.
옥산 등반의 적기는 10월부터 12월이 좋으며, 1월부터 3월까지도 등반은 가능하나 충분한 겨울산행 준비가 필수적이다. 5월부터 8월까지는 우기 철이라 피하는 것이 좋다.
황홀한 노을을 감상하면서 옥산에서의 밤은 시작된다. 내일 산행을 위해 오후 8시경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게 잠을 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인다. 화장실을 다녀오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밤하늘에 엄청난 보석이 반짝인다. 작년에 일본 북알프스의 산장에서 만났던 쏟아지는 별빛을 온몸으로 받으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추위에 떠밀려 다시 산장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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