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안성탐방지원센터-칠연폭포-동엽령-무룡산-삿갓골재-삿갓봉-월성재-황점마을
중국 우이산 트레킹팀이 빠져 참석이 저조할 것이라는 이번 덕유산 산행은 예상을 깨고 31명이 참여하여 총무가 보조의자에 앉아가야만 했다.
대전-통영간고속도로 안성톨게이트를 빠져나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19번 국도를 타고 장계방면으로 진행하다 전북 무주군 안성면 공정리로 들어서 안성탐방지원센터(옛 매표소) 주차장에 닿는다.
옛 매표소가 국립공원 요금이 사라지면서 '시인마을'이란 간판을 단 탐방지원센터로 바뀌었다.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진초록 생명력을 내뿜는 숲 그늘 드리운 오솔길을 따라 칠연계곡으로 들어선다. 칠연계곡은 '안성계곡', '용추계곡'등 여러 이름으로 부른다.
길 왼쪽에 하얀 포말이 작은 물웅덩이를 휘감으며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는 문덕소(門德沼)가 잠시 걸음을 멈춘다.
칠연폭포삼거리에서 칠연폭포(0.3km)를 향해 오른쪽 나무계단을 오른다. 5분 정도 진행하자 칠연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일곱 개의 연못이 연이어 있다고 해서 칠연폭포라 부른다.
좋은 사진을 담기 위해 소 가까이 접근한 세월따라님이 미끄러져 그만 소에 빠지는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 다행히 다치신 곳은 없지만 카메라가 작동을 멈춘다. 카메라는 물이 쥐약이다.
문덕소와 칠연폭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옛적 신선이 되길 갈망하는 한 도사가 있었는데 천제에게 기도하며 7년간 수도한 끝에 그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고, 우화등선(羽化登仙-사람의 몸에 날개가 돋아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됨) 하기 위해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오르는 날 새벽에 어느 부잣집 앞을 지나는데 구수한 밥 냄새가 나서 허기를 참지 못한 도사는 밥 한술을 먹게 해 줄 것을 청한다.
측은히 여긴 이 집 며느리가 도사의 청을 시아버지에게 전했더니 노랑이로 유명한 시아버지는 "아침에 남에게 밥을 주면 재산이 축난다"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자, 도사가 화를 이기지 못해 며느리만 집 밖으로 불러낸 뒤 도술로 큰물을 일으켜 집을 통째로 떠내려 보냈다고 한다. 이때 이곳에 폭포와 소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경거망동한 도사는 천제에게 혼이 난 뒤 다시 7년을 수도하고 마침내 천제의 허락을 받아 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천제가 도사를 문책하였다 하여 서기가 감돌던 소(沼)를 문덕소라고 하고, 도사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하여 칠연폭포라 불리고 있다.
비록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폭포이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지는 풍광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동엽령을 향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제비꽃, 처녀치마 등 야생화에 눈길을 주며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긴다. 동엽령(1320m)에 도착하자 양지꽃과 노랑제비꽃이 군락을 이루며 시선을 빼앗는다.
동엽령(冬葉嶺)은 전라도 무주군 안성면과 경상도 거창군 북상면을 잇는 고개로 지방의 토산품을 교역하기 위해 넘나들던 고개다. 덕유산의 옛 고개 중 깊은 산중에 있는 덕에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겨울 잎'으로 해석되는 그 이름의 유래는 찾기가 어렵고 다만 거창군에서는 동엽령을 '동업이재'로도 부른다고 한다.
병곡리로 내려가는 길 나무 쉼터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산꾼들로 왁자지껄하고, 오른쪽으로 무룡산을 지나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산까지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며 한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과 철탑이 저 멀리 아득하게만 보인다.
덕유산(德裕山)은 옛날에는 광려산, 려산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고려 장군으로 있을 때 이 산에서 수도를 했었는데 수 많은 사나운 짐승들이 우글거렸으나 한 번도 해를 입지 않아 '덕이 많은 산' 즉 덕유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에 걸쳐있는 산으로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주봉인 향적봉을 비롯하여 중봉(1,574m)과 동엽령, 무룡산(1,492m)에 이어 삿갓봉, 남덕유산 등 해발 1,5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30여km 달하는 장대한 주능선을 양옆으로 수많은 곁가지를 펼치면서 거대한 산군을 형성하고 있다.
가림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부드럽다. 산행은 코스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보다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날씨다. 그러나 가장 중한 것은 동행일 것이다. 누구와 함께 걷는 길이냐에 따라서 지루하기도 하고 마냥 짧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귀연 식구들과 걷는 이 길은 오래전 백두대간의 한 조각을 맞추기 위해 앞만 보고 전진하던 기억을 비롯하여 허벅지까지 쌓인 눈을 러셀하면서 진행하던 겨울산행까지 수없이 많은 추억이 묻어있는 길이지만 오늘처럼 편안하고 행복한 발걸음은 아니었다.
무주군 안성면과 경남 거창군 북상면 경계에 1491.9m로 치솟은 무룡산의 옛 이름이 불영산인데 부처님 그림자가 비친다는 의미라고 한다. 무룡산(舞龍山)은 용이 춤추는 산이란 뜻으로 정상 하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차례의 굴곡이 마치 용의 꼬리 부분으로 이어져 있는 듯한 무룡산 주변의 봉우리를 총칭하는 것이다.
삼각점이 박혀있고 정상 표지석과 동엽령 4.2km 칠연폭포 8.6km 나무 이정표가 서 있다.
무룡산을 내려와 헬기장을 내려서기 전 자리를 잡고 조망을 만끽하며 30분 동안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맨 후미 일행들의 모습이 보인다.
삿갓골재 대피소에 닿는다. 작은 대피소는 넘쳐나는 인파로 북적인다. 왼쪽 나무계단을 따라 60m를 내려서면 왼쪽으로 샘터가 있고 황점마을(3.4km)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일부는 이곳에서 하산을 하고 나머지는 삿갓봉으로 향한다.
봉우리 올라서자 삿갓봉이 눈앞에 불쑥 그 모습을 드러낸다. 봉우리를 내려서 조금 더 진행하면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삿갓봉을 거치지 않고 월성재로 향하는 우회길이고 왼쪽 오르막길이 삿갓봉 오르는 길이다.
삿갓봉(1418.6m)에 도착한다. 사방으로 막힘 없이 조망이 시원스럽고 지나온 무룡산이 지척에 보이고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덕유의 능선과 주름 잡힌 산줄기가 정말 장쾌하게 펼쳐진다.
누군가 삿갓봉을 보고 나그네의 발길을 기다리는 외로운 표석만이 쓸쓸하고 그 언저리에는 잊혀진 세월의 미련이 묻어난다고 했다.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가슴 깊이 다가온다.
월성재(해발 1240m)에 닿는다. 직진하면 남덕유산 정상(1.4km)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계곡을 따라 황점마을(3.8km)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 나무 울타리를 넘으면 토옥동계곡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300m 정도 내려서면 조그만 샘터가 있다. 물이 시원하고 달다.
황점마을은 남덕유산과 월봉산 사이의 고개인 남령 고갯마루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이다. 황점마을은 옛이름이 삼천동(三川洞)이었다고 한다. 계곡물에 신발의 먼지를 털어내고 황점마을에 도착하여 약 8시간 동안의 여유로운 산행을 마무리한다.
뒤풀이장소...도리뱅뱅이와 인삼어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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