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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덕유산 옛길 찾아서

산행일 : 2008년 8월 31일(일)

산행코스 : 덕곡리-가새봉-중봉아래 주능선-백암봉(송계삼거리)-동엽령-가림봉- 망봉갈림길-칠연폭포-안성주차장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로 들어선다. 8월이 닫히던 날.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넓은 면적, 네 번째로 높은 해발(1614m)을 자랑하는 덕유산 옛길을 찾아 나선다.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오른다.

  

대전요금소를 진입하여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탄다. 금산 인삼랜드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하고 덕유산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장수 방면으로 우회전 한 후 약 100m 쯤 진행하여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덕산으로 가는 길을 따라 진행하면 용추교 앞에서 안성에서 들어오는 길과 만난다. 용추교를 건너 계속 직진하여 덕곡저수지(지도상에는 덕산제로 표기되어 있으나 덕곡리 마을 사람들은 덕곡저수지라고 부른다.)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하차한다.


 

무주군 안성면 덕산리. 길가 과수원에는 붉게 익은 주먹만 한 사과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있다. 시멘트농로로 들어서자 추석을 앞두고 사과를 수확하는 농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허여사가 “아저씨 사과 하나 주면 안돼요”라고 하자 인심 좋은 아저씨는 방금 딴 사과 하나를 건넨다. 미녀 네 명이 사과 하나씩을 얻어 일행과 나누어 먹으며 얼굴 가득 행복을 담는다. 껍질 아래 꿀이 박힌 사과는 고운 빛깔만큼이나 꿀맛이다.






저수탱크 뒤쪽으로 5분정도 진행하면 시멘트 임도와 만난다.


8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초입부터 등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산비탈을 치고 올라 덕곡저수지에서 시작되는 옛길에 접근한다. 사람의 통행이 거의 없지만 길은 비교적 뚜렷하다. 가끔 길이 헷갈리기도 한다.






인적이 끊긴 산길에는 산새 소리와 간간히 스쳐지나 가는 바람만이 시원함을 전한다. 우거진 숲 터널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조망이 거의 없다.


10시 헬기장 도착. 멀리 동엽령을 힘겹게 넘는 구름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멋진 조망을 선사한다.


 

헬기장에서 약 5분 정도 더 올라서면 가새봉이다. 설천봉 상제루와 무주리조트 설천하우스가 성냥갑만 하게 보인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30분 정도 진행하면 땅바닥에 "칠연폭포 3.6km, 정상(향적봉) 2.6km"라 음각된 돌판이 박혀 있고 몇 걸음 더 옮기면 왼쪽으로 덕곡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 열려있다.



 

▲산앵도


 

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호흡은 더욱 거칠어진다. 20여분 오르면 하늘이 열리며 시원스런 조망이 펼쳐진다. 덕유주능을 넘는 운해가  장관을 연출한다.


5분을 더 진행하면 "향적봉 1.6km 동엽령 2.7km 남덕유산 13.2km" 이정표가 서 있는 주능선과 만난다. 왼편으로 중봉이 지척이고 향적봉과 설천봉이 아주 가깝다. 오른쪽으로 무룡산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산으로 뻗어가는 덕유 능선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투구꽃


 

백암봉 서쪽 비탈은 주목과 고사목 그리고 바위가 어우러지고, 동남쪽 비탈은 키 작은 신갈나무가 잔잔하다. 남덕유산에서 뻗어나가 월봉산-금원산-기백산으로, 월봉산-거망산-황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봉우리들까지 가세한 덕유산이 거대한 산군(山群)을 이룬다.






 

육십령에서 이어져오던 백두대간은 이곳 송계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신풍령(빼재 11km)으로 이어지며 굽이쳐 간다.



뒤돌아 본 중봉과 향적봉의 전경





△새며느리밥풀

▲마주송이풀
 

▲모싯대


 

덕유의 주능선은 언제 걸어도 평온하다. 구름속을 거닐며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다. 모싯대를 비롯하여 산오이풀, 투구꽃, 동자꽃, 물봉선, 새며느리밥풀, 쑥부쟁이, 마주송이풀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마주송이풀
 

선두가 동엽령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표고버섯을 넣고 끓인 산행대장의 라면은 금세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인기다.

 

덕유산의 옛 고개 중 동엽령(冬葉嶺)은 깊은 산중에 있는 덕에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겨울 잎'으로 해석되는 그 이름의 유래는 찾기 어렵고 다만 무주와 동엽령을 마주하고 있는 거창군에서 동엽령을 '동업이재'로도 부른다고 한다.


 


 



 

가림봉을 지나 약 20분 정도 진행하여 오른쪽 망봉방향으로 들어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자 희미한 길이 끊길 듯 이어진다.



이 지점 직전 오른쪽이 망봉 들머리 

 

시야가 열리는 바위 위에 올라서자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무룡산, 삿갓봉 그리고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처럼 운해에 떠 있는 서봉이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나뭇가지에 할퀴고 긁히며 키높이 자란 산죽을 고개 숙이고 헤치며 1시간 정도 진행하여 망봉 오르는 길목에서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산행대장을 따라 망봉을 오르는 일행을 뒤로하고 산행에 지친 일행의 절반은 표지리본이 나부끼는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고  내려선다. 중간에 갑자기 길이 사라진다. 칠연계곡쪽으로 5분 정도 치고 내려서자 뚜렷한 등로가 나타난다.


20분 정도 내려서자 힘찬 물소리가 들리고 칠연계곡이 점차 가까워진다. 비어있는 통제소를 넘어 칠연폭포로 내려선다.


7폭(瀑)7연(淵)의 절경이 펼쳐지는 칠연계곡은 덕유산 능선 동업령 서쪽 골짜기에 자리한다.  무성한 수풀과 시원한 계곡 물줄기가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진 칠연(七淵)폭포는 일곱 폭포가 한 줄로 이어진다.


이곳 역시 ‘그 옛날’로 시작되는 전설이 즐비하다. 어느 도사가 인고의 노력 끝에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칠연폭포를 비롯해 명제소에서는 이 7개의 폭포를 1년씩 돌며 쉬지 않고 7년간 도를 닦으면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승천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다섯 번째 폭포가 떨어지는 연못은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 하여 ‘선녀탕’이라 일컬어지며, 선녀의 유혹을 물리치고 7년간 도를 닦아 천제의 허락으로 하늘에 올랐다는 신선바위가 여기에 묘미를 더한다.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오른쪽 동엽령으로 오르는 길과 왼쪽 안성주차장으로 길이 갈라진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도로 오른쪽 계곡에는 늦더위를 피해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탁족을 하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다. 






길 오른쪽에 하얀 포말이 작은 물웅덩이를 휘감으며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는 문덕소(門德沼)가 잠시 걸음을 멈춘다.

 

옛적 신선이 되길 갈망하는 한 도사가 있었는데 천제에게 기도하며 7년간 수도한 끝에 그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고, 우화등선(羽化登仙-사람의 몸에 날개가 돋아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됨) 하기 위해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오르는 날 새벽에 어느 부잣집 앞을 지나는데 구수한 밥 냄새가 나서 허기를 참지 못한 도사는 밥 한술을 먹게 해 줄 것을 청한다.


측은히 여긴 이 집 며느리가 도사의 청을  시아버지에게 전했더니 노랑이로 유명한 시아버지는 "아침에 남에게 밥을 주면 재산이 축난다"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자, 도사가 화를 이기지 못해 며느리만 집 밖으로 불러낸 뒤 도술로 큰물을 일으켜 집을 통째로 떠내려 보냈다고 한다. 이때 이곳에 폭포와 소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경거망동한 도사는 천제에게 혼이 난 뒤 다시 7년을 수도하고 마침내 천제의 허락을 받아 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천제가 도사를 문책하였다 하여 서기가 감돌던 소(沼)를 문덕소라고 하고, 도사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하여 칠연폭포라 불리고 있다.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약 9시간 동안의 산행은 종료되고, 계곡물에 탁족을 하며 발의 피로를 푼다. 망봉으로 향했던 일행이 도착하고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달랜후 송어회로 뒤풀이를 하기 위한 용추마을로 이동한다.

 

칠연계곡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명소는 용추폭포다. 용추폭포는 높이5m의 암벽 위에서 물줄기가 떨어져 내리는데, 그 규모는 뛰어날 게 없지만 울창한 노송에 둘러싸여 있고 아담한 사탄정이라는 정자가 옆에 세워져 있어 풍광이 아주 그럴듯하다.



△용추교에서 본 용추마을 용추폭포 전경

▲용추교에서 갓바위님과 오드리햇반의 팔굽혀펴기 대결


 


영어 사탄 Satan 의 의미와 달리 우리나라 마을 이름에 쓰이는 사탄은 한자로 모래사(沙)여울탄(灘) 즉, 바닥에 모래가 깔린 여울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는 전북 무주와 충북 보은, 경기도 안성에 실제로 사탄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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