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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소백산 설경

산행일시 : 2008년 1월 13일(일)

산행코스 : 어의곡리-비로봉-제1연화봉-연화봉-희방사-주차장


소백산 칼바람이 그리워진다.

겨울 소백산은 능선을 따라 전개되는 대설원의 부드러움과 장쾌함이 돋보이는 겨울 산의 대명사이다.


겨울 소백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장엄한 능선과 평원 그리고 몸마저 가누기 힘들게 불어대는 칼바람, 나뭇가지마다 아름답게 핀 설화, 사랑스런 애인의 눈처럼 티 없이 맑은 상고대, 끝없이 펼쳐진 주목군락을 동경하며 그리워 할 것이다.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의 하나로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소백산은 비로봉을 비롯하여, 연화봉, 제1연화봉, 국망봉 등 1천m 고봉이 줄지어 있어 웅장하고 장엄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천상의 화원"에 비유되는 소백산답게 봄에는 철쭉군락, 여름에는 초원, 가을의 단풍, 겨울 눈꽃의 환상적인 자태 등 사계가 모두 아름답다. 특히 설경은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해서 '소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데 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장관을 이룬다.

중부고속도로 일죽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장호원을 지나 제천을 향해 달린다. 제천에서 다시 중앙고속도로로 들어서 북단양톨게이트로 빠져 단양으로 향한다.


아평교를 건너 우회전하여 대대리를 지나 어의곡리에 도착하니 벌써 10시 30분이다. 새밭유원지 주차장은 전국에서 몰려든 산악회 버스로 매우 혼잡스럽다.


오늘 산행기점인 새말 즉 을전마을은 두 골짜기가 어우러져 있어 어의곡이라 하는데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어 소백산 겨울 산행 코스로는 적격이다.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산행 준비를 마치고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산행을 시작한다.


인파로 초입부터 정체가 심하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시간을 쪼개면서 생활하는 산 아래와는 달리 여유를 되찾는 귀한 시간이다. 자연으로 돌아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을 닮아간다.

산오름
산을 향하여 한걸음 내딛는 산오름의 발걸음에 일상의 욕심과 이기심과 고뇌와 고통을 털어버리고 산의 향기에 취하여 산이 주는 의미를 알게 하소서.. <無名人의 싯귀절 중에서..>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하늘 높이 솟은 침엽수림이 계곡을 따라서 이어지고 눈 쌓인 등산로를 따라 소백의 설원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듯 한 황홀감에 빠져 든다.


눈 덮인 계곡에서는 얼음 밑으로 졸졸 소리 내어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들리고 경사는 조금씩 가팔라진다. 계곡 물은 맑고 깨끗하여 그냥 입 대어 마셔도 좋을 거 같다. 얼마 오르지 않아 포근한 날씨 탓에 모두들 재킷을 벗어 되는 대로 뭉쳐 배낭에 집어넣는다.


주능선에 오르기 전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준비한다. 소고기 샤브샤브를 비롯하여 떡라면에 얼큰한 김치찌개까지 푸짐한 메뉴의 점심식사는 따끈하게 데워진 정종과 산꾼들의 영원한 친구 소주 그리고 포도주까지 곁들여져 한 시간 정도 이어진다. 정겹고도 행복한 시간이다.


주능선이 시작되면서 온통 사방으로 펼쳐진 멎진 설경이 모두의 탄성을 자아낸다.  역시 자연은 위대하다. 모든 미사어구를 동원한다 한들 어찌 글로서 다 표현할 수 있을거나. 오직 두 눈과 가슴으로 직접 바라보고 느끼는 것 그 이상은 없는 것 같다.


모두들 설경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한 기분으로 나뭇가지에 핀 눈꽃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고 카메라에 담는다. 능선에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나무계단은 색다른 운치가 있다. 세상이 온통 한 가지 색인 것이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다.


칼바람은 아니지만 볼을 할퀴고 지나가는 바람은 차다. 앞쪽에서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중무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일행을 보니 히말라야에 온 원정대 같다.


비로봉 정상에 도착한다.

'비로'는 불교에서 '높다'는 뜻으로 비로봉은 그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즉 최고봉을 가리키는 말로 전용되어 사용한다.


봄이면 철쭉꽃이 만발해 그 아름다움이 '천상의 화원'으로 표현될 정도고, 겨울이면 온 산등선을 하얀 눈이 덮고 있어 그야말로 소백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하여 소백(小白)이라 일컬을 만큼 눈이 많은 산이다.


정상표지석에는 증명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북새통이다. 사방을 둘러보지만 시계가 불량하여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다.


천동리쪽 대피소로 향해 계단을 내려선다. 천년풍설의 소백산 주목 군락지이다. 해발 1439m 비로봉 서쪽 경사면에 수령 500여 년 된 주목 34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어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된 곳이다. 눈과 바람, 주목군락의 특이한 눈꽃은 다른 산에서는 보기 힘들다.

 

주목단지와 능선에 늘어선 고사목에 눈꽃이 만발하여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는 멋진 설경이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눈꽃을 즐기느라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지지만 서두르는 사람은 없다.

 

제1연화봉을 거쳐 연화봉으로 향한다. 소백산 눈꽃 터널은 길고 풍성하고 아름답다. 연화는 ‘만다라화’ 또는 ‘부용’이라고 부르는 연꽃을 일컬음이다.


단양문화원이 세운 '연화봉(連花峰)' 이라 새겨진 커다란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연화봉에서 혼자가 되어 하산길의 속도를 낸다.


연화봉 남쪽 희방사 계곡에 있는 희방사는 해발 850m에 위치하며,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두운대사가 세웠다. 월인석보 1,2권의 판목을 보존하고 있었는데 6.25때 절과 함께 불타고 얼마 전에 책판(목판)이 나왔다고 한다.

 

눈앞에 것만 쫓아 정신없이 달리던 삶...

세월이 지나고 나서 그 욕망이 부질없는 것임을 알고 나니 부끄러움으로 남는다.

좀 더 높이, 좀 더 많이 거머쥐면 능력 있다고 생각하던 철부지였다.

살다 ... 결국 한줌 흙으로 돌아갈 때 허접 쓰레기만 늘리는 건데....

더 낮추면 그뿐인걸, 받기보다 주기를 애쓰면 될 것을, 마음하나 편케 해주면 될 것을...

이런 것들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마흔을 넘기고서야 조금씩 알게 된 것도 산을 오르면서부터다.


아치형의 철제 다리를 건너고 조금 더 가서 희방폭포가 나온다. 철제로 통행로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시설을 잘 해 놓았다.

 

희방폭포는 시인 정호승의 시 <시방폭포>에 모두 담겨 있다.

이대로 당신 앞에 서서 죽으리/ 당신의 밥을 해 먹고/ 당신의 눈물로 술을 마신 뒤/ 희방사 앞에서 수국으로 피었다가 / 꽃 잎이 질때까지 묵언 정진하고 나서/이대로 서서 죽어 바다로 가리


희방폭포 : 소백산의 으뜸가는 절경이며, 영남의 제1폭포로 손꼽히는 이 폭포는 높이 28m로 해발 700m에 위치하고 있다. 소백산 영봉의 하나인 연화봉에서 발원하여 몇천구비를 돌아서 흐르다가 이곳에서 한바탕 천지를 진동시키고 있는 장관이 넋을 잃게하여 조선시대의 석학 서거정 선생이 " 천혜몽유처天慧夢遊處"(하늘에서 내려주신, 꿈 속에서 노니는 곳)이라 읊으며 감탄했다고 하니 그 절경이 가히 짐작이 간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퇴색되지 않고 오래 기억 될  소백산 겨울 산행의 추억은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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