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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소백산

산행일 : 2007년 6월 3일(일)


산행코스 : 죽령 - 제2연화봉(KT중계탑) - 연화봉(천문대) - 제1연화봉 - 비로봉(1439m) - 국망봉(1420m) - 늦은맥이재 - 을전(어의곡리)


오늘 소백산 산행은 희방사코스를 택하지 않고 백두대간길인 죽령에서 시작, 늦은맥이재에서 어의곡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하였다.


9시 30분. 산행 들머리인 죽령 고갯마루에 닿는다. 5번 국도 상에 위치한 해발 689m 죽령은 삼국시대부터 고갯길이 열렸으나 지금은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이 개통되면서 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다. 고갯마루에는 특산품점 한 곳과 죽령휴게소가 자리하고 있다.


죽령은 소백산 도솔봉과 제2연화봉이 이어지는 잘록한 지점으로 추풍령, 문경새재와 더불어 영남의 삼관문의 하나로, 그중 으뜸으로 손꼽혀 왔으며, 유구한 역사와 온갖 애환이 굽이굽이 서려있는 죽령은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가 대치해 불꽃 튀는 격전장이기도 했다.


지금은 ‘탐방지원센터’ 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예전 죽령매표소에서 연화봉에 위치한 소백산 천문대까지 약 7km는 콘크리트 포장이 돼 있으나 차량 통행은 금지돼 있다. 중간 중간 도로를 가로지를 수 있는 샛길이 있긴 하지만 길가에 도열한 병꽃을 비롯하여 수줍게 핀 들꽃들을 벗 삼아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겨울 소백산을 찾은 사람은 바람과 그 바람으로 인해 피어난 설화를 잊지 못한다. 오늘은 그 바람이 그립다. 굽이굽이 콘크리트 임도를 한 시간정도 따라 오르면 한국통신 중계소 입구 갈림길에 닿는다.


한국통신 중계탑이 있는 제2연화봉 (1357.3m)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 길로 들어서면 물통에 식수를 채울 수 있다.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천문대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능선 길을 따라 약 2km를 걸으면 잘 지어놓은 천문대 정문을 스쳐 지나 연화봉에 닿는다. 산정에 가득한 철쭉의 연분홍 꽃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철쭉의 향취에 취한 등산객들은 저마다 연분홍 화폭을 앵글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단양문화원이 세운 '연화봉(連花峰)' 이라 새겨진 커다란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비로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연화는 ‘만다라화’ 또는 ‘부용’이라고 부르는 연꽃을 일컬음이다.


주능선 길은 나무계단이 제1연화봉까지 거의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겨울철 소백산의 주능선은 내륙으로부터 불어오는 한겨울 매서운 북서풍을 정면으로 막아서는 곳이다.


멋진 자태를 뽐내는 구상나무 아래 그늘에서 동행들과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디저트로 내 놓은 맥님의 얼린 수박이 입안을 얼얼하게 한다.


1,395m봉 지나서 내리막길을 내려서자 천동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비로봉 0.6km, 죽령휴게소 10.9km, 천동 6.2km'라 쓰인 팻말이 서 있는 삼거리다. 비로봉쪽으로 진행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능선을 따라 직접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주목감시초소를 지나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비로봉 아래 철망을 두른 주목 군락지에는 수령 200년~400년의 주목 1천500여 그루가 살고 있다. 통나무건물은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된 주목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단양군이 세운 감시초소로 산행객들의 대피소 역할도 겸하고 있다.


주목 감시초소에서 비로봉 정상까지도 긴 나무 계단이다. 계단에 고무판이 붙어있어 오르기 편하다. 비로봉 주위에는 꽃보다 사람이 더 많다.


비로봉(毘盧峰 1,439.5m)에 서자 부드러운 선의 주능선이며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친 듯, 국망봉, 신선봉과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등줄기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소백산(小白山). 이름에 작을 소(小)가 쓰였다고 작은 산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세 번째로 면적이 넓고 클 태(太)자 태백산보다도 크다.


소백산 표지석 뒷면에는 서거정(徐巨正)이 지은 '소백산' 한시(漢詩)가  적혀 있다.


'태백산에 이어진 소백산 /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사이 솟았네. / 뚜렷이 동남의 경계를 그어 / 하늘땅이 만든 형국 억척일세'


나무계단을 따라  10여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어의곡리로 내려가는 삼거리와 만난다.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소잔등처럼 부드러운 능선에는 군데군데 탐스러운 연분홍 꽃무더기가 발걸음을 잡는다.


국망봉까지의 주능선은 백두대간 길이다. 빼곡한 철쭉나무 숲이 거치적거리는 구간을 지나자 국망봉이 지척에 보이고 오른쪽 아래로 죽계구곡이 있는 배점리 초암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간식을 나누며 지친 걸음을 쉬어 간다. 화원 사이로 이어지는 목재계단을 따라 국망봉으로 향한다.


비로봉에서 국망봉까지는 3.1km의 거리로 큰 높낮이가 없어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소백산은 대체로 육산이나, 상월봉이나 국망봉 정상은 거대한 바위가 돌출하여 암봉을 이루고 있다. 국망봉(國望峰1,421m)은 소백산에서 비로봉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로 정상석은 소백산이 주는 인상만큼이나 부드럽고 정겹다.


국망봉(國望峰)은 조선조 선조가 승하했을 때 그의 성은을 잊지 못한 어느 선비의 충심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석 옆 안내 표지판에는 마의 태자의 한 맺힌 이야기가 적혀있다.

신라 마지막 왕이었던 경순왕이 서기 935년에 고려 태조 왕건에게 투항하여 천년사직을 넘겨주고 지금의 충청북도 제천군 낭학리에 은거하였고, 태자는 고려로부터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고 난을 일으켰으나 실패로 끝나자 망국(亡國)의 한을 달래면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자가 이곳에 올라와 옛 도읍 경주 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뒤부터 이 봉우리를 '국망봉(國望峰)'이라 불렀다고 한다.


국망봉에서 조금 내려서자 천상의 화원이 펼쳐진다. 뒤돌아 지나온 길을 바라본다. 내가 걸어온 길임에도, 뒤돌아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다르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게 빠진 비로봉의 자태가 아름답다.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걸어왔던 능선은 장엄하다.


바위에 걸터앉아 송글이님이 준비한 시원한 캔 맥주와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북동쪽 상월봉 방향의 주릉을 따라 더 진행한 후 왼쪽 갈림길로 접어들어 구인사에 이르는 소백산 종주코스를 따라 가다가 늦은맥이 고개에서 내려선다. 늦은맥이 고개까지는 편안한 길이다. 오로지 목적지를 향해 ‘간다.’ 라는 생각에만 몰두해 주변의 풍경에 눈길을 주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들꽃이 곳곳에 군락을 이룬다.  그 중 큰앵초가 눈길을 잡아끈다.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걷는 사람은, 주변에 눈길을 주고 걸어가는 사람에 비해 훨씬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지만 그 길이 품고 있는 이야기나 느낌에 대해서 경험한 것이 적을 수 있다.

 

원래 계획은 늦은맥이 고개에서 직진하여 신선봉을 거쳐 구인사까지 종주하려고 했으나 늦은맥이 고개에서 구인사까지는 샛길로 지정되어 통제구간이다. 어떤 길을 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길을 어떻게 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왼쪽으로 급하게 쏟아지는 내리막을 따라 계곡으로 곤두박질친다. 지난 2월 산행에서 동면중이던 계곡은 풍부한 수량으로 역동적인 모습이다. 계곡을 끼고 내려서는 오붓한 오솔길은 밀려든 산행객들로 더디기만 하다.  1시간을 넘게 쉬지 않고 내려선다.


계곡물에 바지와 등산화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탁족을 하며 산행의 피로를 덜어낸다. 계곡의 징검다리를 몇 차례 건너 산불감시통제소가 있는 시멘트도로와 만난다.


새밭교를 지나 시멘트 길을 따라 몇 걸음 내려서면 ‘신선봉가든’이 있고 5분 정도 더 내려오면 "비로봉식당" 앞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 비포장 길은 어의계곡을 타고 비로봉으로 올라서는 길이다.


두 골짜기가 어우러져 있어 어의곡이라 한다. 어의곡리 방범초소가 있는 새밭유원지 주차장에서 산행은 끝이 난다. 주차장은 물론 도로 옆으로 전국에서 몰려 든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고 산행 뒤풀이로 왁자지껄하다.


일찍 하산한 선두 대장 타잔님과 안단테님이 백숙을 끓여놓고 반갑게 맞아준다. 백숙을 안주삼아 시원한 막걸리로 건배한다. 끝까지 함께 동행한 송글이님, 송알이님 부부 그리고 맥라이언님 즐거웠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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