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6년 10월 29일(일)
산행코스 : 석남사-중봉-가지산-석남터널-능동산-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신불산-영취산-통도환타지아 새벽 4시경 석남사입구 도착.
영남알프스 가지산 품에 안긴 석남사(石南寺)는 비구니 수련도량으로 824년(헌덕왕 16)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禪)을 도입한 도의선사(道義禪師)가 창건한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이다. 1716년(숙종 42) 추연(秋演)이 쓴 사적기에 의하면 화관보탑(華觀寶塔)과 각로자탑(覺路慈塔)의 아름다움이 영남 제일이라고 하여 석남사라 했다고 한다.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마치고 랜턴 불빛으로 어두움을 밀어내며 산행 들머리로 향한다.
몇 걸음 옮기자 공비토벌작전 기념비가 보이고 기념비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행 들머리로 들어선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오르막길을 오른다.
'왼쪽 석남터널(울산방면) 오른쪽 가지산정상'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300m 떨어진 지점에 석남재대피소가 있다.
주인 없는 대피소에 도착한 다음 뭔가 이상하다며 지도를 펼친다.
석남사 경내를 거쳐 석남사골로 올라 쌀바위 밑으로 난 주능선을 따라 가지산 정상에 도착하여 일출을 보고 석남고개를 거쳐 능동산으로 향하는 코스였으나 들머리를 잘못 들어선걸 알게된다. 세 분은 가지산 정상 일출을 포기하고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덕분에 일행은 배낭을 벗어놓고 일출을 보기 위해 가지산으로 향한다.
삼거리 갈림길이다. 왼쪽은 석남터널(밀양방면) 가는 길이고 가지산정상은 오른쪽 길이다. 전위봉인 중봉에 오르자 동쪽하늘에 붉은 기운이 퍼진다. 산을 넘는 운해가 장관이다.
가지산으로 향하는 좁은 등산로가 완만하게 정상까지 고도를 높인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지혜를 더한다는 가지산(迦智山)은 커다란 암봉이다. 천지를 뒤덮은 구름으로 기대했던 멋진 일출은 커녕 한치 앞도 구별하기 어렵다. 윙윙 바람이 세차다. 다시 중봉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가지산을 넘는 운해와 구름 사이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붉은 해가 탄성을 자아낸다.
대피소에 가까워지자 계곡 건너편 능선에 거북모양의 쌀바위가 눈길을 끈다.
쌀바위에는 인간의 욕심을 꾸짖는 교훈이 담긴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쌀바위 아래에 암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암자는 신기하게도 신도들이 찾아 때마다 바위의 구멍에서 신도들이 충분히 먹을 만큼의 쌀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욕심 많은 승려가 더 많은 쌀을 갖고싶은 욕심에 구멍을 더욱 크게 팠더니 오히려 나오라는 쌀은 나오지 않고 물만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대피소에서 뜨거운 어묵국물로 몸을 녹이고 능동산으로 향한다. 석남고개 갈림길에는 '능동산 3.5km' 이정표가 서 있고 왼쪽에 살티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24번 국도가 지나가는 석남터널 위는 철쭉군락지다. 완만한 능선 오르막길을 오르며 뒤쪽의 가지산이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게 한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등 3개 시도에 모여 있는 영남알프스는 1백여 만평에 이르는 사자평원의 억새가 유럽의 알프스의 풍광에 버금간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가지산(迦智山 1240m), 고헌산(高獻山 1032.8m), 간월산(肝月山 1083.1m), 신불산(神佛山1209m), 취서산(鷲捿山1059m), 사자봉(天皇山 1189m), 재약산(載藥山 1108m), 운문산(雲門山 1188m) 등 여덟 봉우리가 중심이 되고 중간중간에 문복산(文福山 1013.5m), 밀양백운산(885m), 억산(944m) 등이 이 산군에 합세해 '영남 알프스'를 이루고 있는데 최고봉인 가지산이 우두머리 격이다.
능선은 가지산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한가지는 운문산으로 또 한가지는 우리가 진행하는 능선으로 석남터널을 지나 능동산과 배내고개 간월산 신불산으로 내달린다.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낙장장송이 길을 막아선다.
삼각점이 설치된 지점을 지나 또 한번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능동산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능동산 정상이 지척이다.
능동산은 북으로는 가지산, 문복산이 위치하고 북서쪽으로는 운문산, 억산, 구만산이 북동쪽으로는 고헌산이 호위하듯 둘러서고 남으로는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이 장쾌하게 연결된다. 또한 남서쪽으로는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이 위치하고 있어 명실상부 한 영남 알프스 산군의 심장부이다.
능동산은 가지산에서 낙동정맥의 맥을 이어 받아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 알프스의 막둥이인 시살등을 거쳐 남으로 그 맥을 이어가는 중요한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옛 문헌에 "광활한 평원의 가을파도 같다"고 해서 廣平秋波(광평추파)로 묘사되고 있는 재약산 사자평고원은 해발 1,108m의 수미봉과 1,189m의 사자봉 사이의 해발 800m 지점부터 완만한 타원형의 언덕들로 이어진다.
무려 125만평 고원에 억새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고 장엄하게 펼쳐진 곳으로 꼽히고 있다. 억새풀이 밀집해 자라는 곳만도 5만평.
능동산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은호님은 사자평 억새의 유혹을 못 이기고 재약산(수미봉) 천황산(사자봉)으로 향하고 나머지 일행은 예정대로 간월산으로 가기 위해 배내고개로 향한다. 배내고개까지는 뚝 떨어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배내고개는 휴게소(상점)가 자리하고 있고 주차장에는 산행객들의 승용차들로 차 있다. 배내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헬기장이 형성된 능선주위는 온통 억새들이다. 왼쪽 헬기장을 끼고 계속 진행하면 배내봉(966m)에 닿는다.
이제부터는 평탄한 능선길이다. 능선이 알록달록한 가을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좌우로 펼쳐지는 산새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간월산 아래 마지막 재에 도달한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숨가쁜 오르막길이다. 하늘을 날며 페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이 마냥 부럽다.
간월산(1083m)에 도착한다.
간월산의 간(肝)은 '곰' 등과 함께 우리 민족이 써오던 신성하다는 뜻을 가진 말이며 월(月)은 '넓은 평원'을 뜻하는 말이다. 북쪽 가지산에서 남진하여 능동산으로 해서 배내고개 배내봉을 거쳐 걸어온 능선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신불산으로 향한다. 신불산은 간월산에서 2.3km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평원을 타고 가다가 내려서 잘 단장된 간월재를 지나 다시 올라야 한다.
간월봉에서 간월재에 이르는 길에 펼쳐진 평원에 억새가 춤을 추고 있다. 이곳 억새는 잎새도 가늘고 투박하다. 꽃 이삭은 거친 산정의 바람에 닳아서인지 뭉툭하고 짧다. 그래서 가는 바람에는 이삭 끝의 낭창거림이 없다. 페러글라이딩과 파란하늘에 점점이 떠 있는 구름이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간월재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공비토벌격전지이다. 공사가 끝나 깔끔하게 단장된 간월재는 3년 전 모습은 간데없고 가을 나들이 인파로 난리법석이다.
간월재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는데 오징어회와 족발 그리고 천년약속까지 준비해 가지고 부산에서 격려차 오신 산우님들과 반가운 조우가 이루어진다. 함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헤어져 신불산으로 오른다. 계단길을 따라 오르면 영남알프스가 자신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신불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로, 영남 알프스를 이루는 산들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상북면 산악회에서 세운 커다란 표지석에는 신불산의 유래에 대하여 적혀 있다. 신불산의 신은 '신성지'라는 뜻이고 불은 '광명'을 나타낸다고 한다.
신불산은 신령님이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으며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산이란다. 이 산줄기의 동쪽은 깎아지른 바위절벽을 이뤄 산세가 험하지만 반대인 서쪽은 경사가 완만하여 너무나 평온한 고원지대를 이루고 있다. 신불산 공룡능선은 설악산의 공룡능선과 흡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이곳의 대표적인 암릉 산행길 이기도 하다. 능선이 뾰족한 바위로 정점을 이루고 있어 칼바위 능선이라고 한다.
신불산 정상에서 취서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계속 능선으로 이어져 있고 저만치 손을 쭉 뻗으면 닿을 듯이 우뚝 선 봉우리가 취서산이다. 그 취서산 아래 평원이 펼쳐지는데 바로 신불평전이다.
신불평전에는 억새의 물결이 출렁인다. 단풍과 함께 가을의 낭만을 장식하는 것이 억새다. 억새하면 재약산 사자평고원을 최고로 치지만 신불산도 그에 못지 않다.
신불산에서 영취산 사이 60여 만평 신불 평원의 억새 군락지에 솜털처럼 하얀 억새꽃은 다른 산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관이다. 추억을 담느라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신불산에서 2.95km의 평원을 따라 가면 신불재를 지나 영취산에 닿는다. 영취산(靈鷲山)은 신령스러운 독수리가 살고 있는 산이란 뜻이다. 독수리 취(鷲)자는 불가에서 '축'자로 읽기 때문에 영축산, 또는 취서산으로도 불리며, 우리나라 3대 사찰이 있는 통도사를 품고 있다.
동쪽은 깎아지른 바위절벽을 이뤄 산세가 험하고 반대로 서쪽은 경사가 완만하여 고원지대를 이루고 있다.
하산은 왼쪽 낙동정맥길을 따른다. 커다란 바위가 길을 가로 막아서는데 왼쪽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임도와 만난다. 지그재그 임도 길을 버리고 산길을 택해 계속 가파른 내리막길을 치고 내려선다.
생각보다 산행이 많이 늘어져 통도환타지아의 야경이 시작될 즈음 14시간의 산행은 끝이 난다.
입에 살살 녹는 봉계 한우 육회를 안주 삼아 산장의 주특기인 폭탄주로 뒤풀이를 하고 대전으로 향한다. |
도립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