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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공원

해남 두륜산

산행일시 : 2006년 11월 19일(일) 해남 두륜산
산행코스 : 약수터-오심재(소아령)-노승봉(능허대)-가련봉-만일재-두륜봉-도솔봉-(임도)-대둔사(대흥사)-주차장(약 5시간 소요)

 

소득 2만 불 시대를 바라보며 매우 풍요로운 삶을 살지만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며 행복한 삶은 아닌 것 같다. 풍요 속에서 존재의 진실들은 사라져 가고 허기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가느다란 그리움이 일어난다.

 

30명의 산꾼들을 태운 버스는 호남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린다. 정읍 녹두장군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위해 30분 정도 정차하고 정읍나들목으로 빠져나와 22번과 23번 국도를 타고 고창으로 향한다.

 

20분 후 선운사 톨게이트로 진입하여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방향으로 향한다. 목포나들목을 빠져나와 진도, 완도, 해남, 강진 나가는 곳으로 나와 1번 국도를 따라 영암방향으로 진행한다. 2번 국도가 갈라지는 지점에서 다시 2번 국도로 갈아타고 해남으로 향한다.

 

806번 지방도를 타고 대흥사 이정표를 따라 가다 827번 지방도로 들어서 오소재를 오른다. 그림 같은 다도해의 모습이 펼쳐지자 탄성이 터진다. 4시간이 걸리는 짧지 않은 여정. 이곳 지명이 옥천이다. 대전에서 20분이면 도달하는 옥천을 4시간 걸렸다는 누군가의 농담에 모두들 실소한다.

 

11시 25분. 오소재 약수터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두륜산은 한반도의 가장 남쪽 끝에 있는 높이 703m의 산으로 능선이 대둔산(大屯山 : 672m)까지 뻗어 있어 하나의 산맥을 이루고 있다. 동쪽 사면은 급경사, 서쪽 사면은 완경사를 이룬다.

 

들머리에서 오심재까지는 호젓하고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헬기장이 있는 오소재는 왼쪽 노승봉과 오른쪽 고계봉이 이어지는 능선 안부이다. 직진하면 북암을 거쳐 대흥사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거치러진 숨을 돌리고 노승봉으로 향한다.

뒤돌아보면 건너다 보이는 고계봉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장장 1.6km 길이로 국내 최장거리를 자랑하는 두륜산 케이블카는 고계봉까지 운행된다. 시계가 좋은 날엔 멀리 제주도도 어렴풋이 보인다고 한다.

헬기장을 지나 암벽에 붙은 쇠고리와 밧줄에 의지하여 석문을 통과하고 쇠사슬과 쇠 발판이 박혀 있는 바윗길을 오르면 노승봉 능허대다. 조망이 정말 뛰어나다. 서해안과 남해안 곳곳의 다도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주봉인 가련봉(703m)을 비롯해 능허대(혹은 노승봉·685m), 두륜봉(673m), 고계봉(638m), 도솔봉(672m), 혈망봉(379m), 향로봉(469m), 연화봉(613m)의 8개 봉우리가 환상적인 암릉, 암벽을 거느리고 있으며  8개봉우리의 혈이 모이는 자리에 대흥사가 자리잡고 있다.

노승봉을 내려섰다가 상당히 험준해 보이는 가련봉을 오르면 노승봉에서 조망되지 않던 대둔산으로 이어지는 주릉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영암 월출산과 강진만, 완도, 진도와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풍경들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바라보이는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만든다. 섬으로 둘러싸인 푸른 바다가 고즈넉이 펼쳐지며 번잡한 도시의 일상을 떠나온 나그네에게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한다.

만일재로 내려서는 다소 위험한 너덜구간을 지나니 억새사이로 건너다 보이는 두륜봉 동쪽 사면의 깎아지른 벼랑이 사뭇 시선을 압도한다.

만일재 오른쪽(서쪽) 길은 만일암터를 거쳐 대흥사로, 왼쪽 길은 북일면 흥촌리 삼성 마을로 이어진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점심식사가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대흥사로 내려갈 일행이 도착한다.

도솔봉까지 종주할 선두를 뒤따라 성벽을 연상시키는 두륜봉을 오른다. 두륜봉입구삼거리에서 오른쪽 철계단을 오르면 구름다리와 만난다.

바위와 바위를 연결하는 아치형 자연바위로 아래쪽에서 보면 허공에 있어 구름다리라 한다. 몇 걸음이면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이다.

구름다리를 지나 정상에 오르면 가련봉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우뚝 솟은 가련봉이 전혀 가련해 보이지 않고 거대한 꽃봉우리 모양으로 장엄하게 펼쳐진다.


  흑갈색으로 변한 바위주변의 숲에 비해 흰 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시원스럽고 정갈한 암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륜봉 정상(해발 630m)은 길이 50m정도의 타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외곽은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륜산의 주봉은 물론 가련봉이지만, 두륜산이란 이름은 만일재를 사이에 두고 정상 남쪽에 우뚝 솟아있는 두륜봉에서 나왔다 한다. '두륜'은 산꼭대기가 바퀴처럼 둥글다는 뜻이라고 한다.

 

대둔사지에 의하면 두륜산은 백두산의 '두'와 중국 곤륜산의 '륜'을 조합하여 두륜산이라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내려와 도솔봉으로 향한다.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일반인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다. 산죽나무 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지고 어른들의 큰키 만큼의 아등바등한 잡목 숲은 숲의 바다를 연상시키지만 조릿대와 잡목가지가 할퀴어 정말로 짜증나는 길이다.

도솔봉 표지석이 반긴다. 실제 대둔산 도솔봉은 mbc중계탑을 비롯한 통신탑들이 차지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억새 밭을 지나 임도로 내려선다.

마침 임도를 지나가는 승용차를 얻어 타고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대흥사(대둔사)로 향한다. 일주문 앞에서 내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두륜산의 옛이름은 '한둠'이었고, 한강에서와 마찬가지로 '한'은 크다의 뜻이고, 둠은 '둥글다'내지는 '덩어리'라는 뜻이라 한다. 여기서 한자로 바뀌면서 대듬, 대둔으로 바뀌었고, 사찰 이름 역시 대둔사로 바뀌었다. 일제시대로 들어서면서 대둔사는 대흥사로 바뀌게 되어 대흥사로 통용된다. 일주문은 두륜산(頭崙山) 대둔사로 쓰고 있다.

일주문을 조금 지나면 쭉쭉 뻗은 전나무 숲에 자리한 부도 밭이 보인다. 대흥사 부도 밭은 긴 담장이 둘러쳐져 안으로의 들어가지 못하게 문을 잠가 놓았다. 이곳에는 약 50여 기의 부도와 10기 남짓 되는 부도비가 앉아 있다.

이 부도 밭에는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서산대사의 부도도 안치되어 있는데, 이곳 대둔사의 사세가 커지게 된 것은 서산대사의 유언 때문이다.
 
서산대사는 묘향산 원적암에서 입적했지만 마지막 설법을 하면서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대흥사에 두라고 제자들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재난이 미치지 않고 오래도록 더럽혀지지 않을 곳이라는 게 이유였다. 제자였던 사명당 휴정과 뇌묵당 처영은 가사와 발우를 대둔사(대흥사)에 안치하게 된다.

 

숲길은 계속 이어지고, 신라 진흥왕 5년 (514년) 아도화상이 세운 대둔사(대흥사)에 닿는다. 사천왕문은 없고 해탈문만이 남아 있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가련봉 두륜봉이 병풍처럼 둘러친 대흥사의 모습이 아름답다.

삼진교를 건너 침계루를 통과하면 바로 대웅보전과 만난다.

일자로 길게 쌓은 석축위로 대웅보전과 명부전, 응진전, 범종각이 일렬로 나란하게 세워져 있고, 응진전 앞에는 보물 320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외롭게 서 있다.

인공 연못인 무염지를 지나면 우리나라의 다도를 중흥시켜 다성(茶聖)이라 일컫는 초의선사 (草衣禪師·1786-1866)동상이 보이고 옆으로 성보박물관이 있다.

초의선사는 41세때 두륜산 산 속에 다정(茶亭)인 일지암을 지어 81세로 입적할 때까지 살았다고 한다.

위쪽에 표충사가 있다. 표충사는 서산대사와 사명당, 뇌묵당을 모시는 사당으로 편액은 조선 정조가 직접 써서 하사한 것이라 한다. 내부에는 세분의 영정이 나란히 걸려 있고 표충사 좌우로는 조사전과 표충비각이 자리잡고 있다. 돌담에 내려앉은 담쟁이덩굴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사찰에서 집단시설지구에 이르는 2km의 경내 도로 좌우에는 절경을 이루는 계곡이 이어진다. 전국의 산들은 대부분 을씨년스런 늦가을로 접어들었는데 이곳은 오히려 가을이 절정이다.

경내셔틀버스(요금 편도 500원)가 운행되지만 아름다운 길을 따라 늦가을의 정취를 맘껏 누리며 천천히 주차장을 향해 걷는다.

도로안내 : 호남고속도로 광산IC→ 13번 국도→ 송정→ 나주→ 13번 국도→ 영암→ 성전 → 13번 국도→ 17.8km→ 영춘리에서 우회전→ 18번 국도 3.9km→ 해남→ 827번 지방도→ 신기리 갈래길→ 오른쪽 807호 지방도-대둔사(대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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