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립공원

팔공산 종주

산행일시 : 2006년 10월 15일(일)

산행코스: 팔공산(한티재-파계재-마당재-톱날능선-서봉-동봉-관봉(갓바위)-관암사-갓바위시설지구 주차장. 약 9시간 소요)

 


칠곡나들목에서 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동명에서 79번 지방도로 갈아탄다. 한티재를 넘는 79번 지방도는 “팔공산의 아름다운 전경과 신선함을 굽이굽이 휘감아 돌다보면 도로의 굴곡을 따라 펼쳐지는 수려한 주변경관에 감탄과 탄성을 자아낸다”고 하여 건설교통부에서 발표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도로이다.


한티재를 경계로 동쪽을 팔공산, 서쪽을 가산이라 나누어 부르고 있으며, 경상북도가 1980년 팔공산과 가산 일원을 한데 묶어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한티재 휴게소가 있는 한티재는 대구와 경북군위군의 경계지역으로 군위군에 속한다. 재너머 부계에는 제2석굴암으로 불리는 군위 삼존석굴(국보 109호)이 있다. 경주 석굴암보다 먼저 만들어졌으나 나중에 눈에 띄어 이렇게 불린다.


해발 720m정도 되는 한티재 주변 숲은 해발이 매우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한 여름 무더위를 피해 도시인들이 찾는 피서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으며, 한티재 정상 조금 못 미친 곳에는 구한말 천주교 박해에 저항하다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순교한 천주교 한티성지가 있다.


갓바위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대구 일원에서 가장 뛰어난 종주 코스로 꼽힌다. 웅장하고 거칠면서도 아름다운 팔공산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한티재에서 곧바로 능선길을 따른다. 호젓한 산길은 우리 일행뿐이다.


한티재를 출발하여 2km를 진행하면 동봉 6.2km 이정표가 서 있는 파계재에 닿는다. 오른쪽은 파계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왼쪽은 제2석굴암 가는 길이다. 


파계봉은 아무런 표시가 없어 지도를 보고 확인한다. 관봉까지 정상등산로 팻말이 잘 돼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부인사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마당재에 서면 톱니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오고, 멀리 서봉 뒤쪽으로 비로봉의 중계탑과 국가시설물이 뿌연 시야 때문에 희미하게 조망된다.


파게재에서 2.9km 떨어진 병풍재에서는 부인사로 가는 길이 뚜렷하다.

톱날능선 산길은 사람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듯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헷갈릴 만큼  희미하고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 있다. 때로는 위험한 톱날능선을 그대로 넘어가야 한다. 


형형색색 가을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세월의 순리는 이길 수 없었는지 푸르렀던 여름은 저만큼 멀리 간다.


품을 넓게 벌린 채 웅장함을 과시하고 있는 서봉에 닿는다. 점심식사를 위해 안내판 아래 그늘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펼친다. 처음으로 사모님이 싸준 거라며 자랑하시는 정암님의 김밥 도시락이 마냥 부럽고 로즈마리님이 준비한 고추 절임은 언제나처럼 입맛을 돋군다. 톱니바퀴를 그냥 지나치신 상아님은 속이 상한지 생각이 없다며 식사를 거른다.


과일후식과 새벽안개님이 건네는 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서봉 표지석으로 걸음을 옮긴다. 삼성봉이 먼저 보이고 그 옆 바위에 정상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이 있는 암봉에 올라서니 동봉과 비로봉이 손에 잡힐 듯 하다.


비문에 의하면 서봉의 옛이름 삼성봉은 신라시대 삼성암에서 세명의 성인이 득도하여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지도에는 계곡 쪽으로 내려서면 샘이 있다는 표시가 되어 있으나 확인하지 못했다.


서봉에서 동봉 가는 길 중간에 왼쪽으로 약 100여m 떨어진 지점에 팔공산마애약사여래좌상(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호)이 있다.


왼손바닥에 둥근 약 그릇을 얹어 무릎 위에 자연스럽게 둔 약사여래좌상으로 자연바위벽에 돋을새김(양각) 하였다. 이 불상의 머리와 몸 둘레에는 이중의 원형으로 부처의 몸에서 나온 빛을 형상화한 광배를 표현하였다.

광배(光背) : 종교화에서 성신, 성자의 뒷면에 광명을 표현한 것으로 머리 위의 원형 깃을 두광(頭光), 등뒤의 타원형의 깃을 신광(身光)이라 함. -안내판에서-

마애약사여래좌상을 뒤로하고 조금 진행하면 오도재 삼거리 갈림길이다. 한적했던 산길은 동봉이 가까워지면서 넘치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스카이라인과 염불암을 거쳐 수태골 주차장(3.2km)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으로 오르면 동봉(300m)으로 오르는 길이다. 몰려든 인파로 동봉으로 오르는 계단은 몸살을 앓는다. 


계단을 다 올라서 왼쪽으로 잠시 길을 벗어난다. 비로봉과 눈맞춤을 하고 있는 팔공산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대구 유형문화재 제20호)을 만나기 위함이다. 바위벽면에 조성된 6m 높이의 거대한 입상은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손과 발이 유난히 커 보이고 치마를 입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해발 1167m의 동봉(일명 미타봉)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산행객이 붐빈다.


대구광역시의 북동쪽을 장벽처럼 둘러싸고 있는 대구의 진산 팔공산(1193m․대구광역시, 경북 영천, 경산시, 질곡, 군위군)은 웅장한 산세와 기암괴석, 바위절벽을 이룬 능선 그리고 깊은 골짜기와 울창한 수림 등 명산이 갖춰야 할 덕목을 고루 지녔다.

“눈 속에 오동꽃이 피었더라

팔공산 동화사에 오르는 길에

고려의 두 장군이 피를 흘린 곳

주춤서 슬픈 단가 외어보았소”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 ‘팔공산’ 전문-


고려 태조 왕건은 927년 팔공산 자락에서 벌어진 후백제와의 전투에서 쓰라린 패배를 한다.  이 전투에서 왕건은 왕의 옷으로 바꿔 입고 분전하다가 전사한 신숭겸과 김락 등의 도움으로 후백제군의 포위망을 뚫고 간신히 목숨만은 구한다.

팔공산(八公山)이라는 이름은 신숭겸과 김락 등 8명의 장수(공신)가 이 산에서 모두 전사했다 하여 유래된 것이라 한다.


부악(父岳), 공산(公山), 동수산(桐藪山) 등으로 불리다 조선시대 이후 현재의 이름으로 굳어진 팔공산은 신라 오악(신라 오악이라는 것은 동쪽 토함산(동악), 서쪽 계룡산(서악), 남쪽 지리산(남악), 북쪽 태백산(북악) 그리고 중앙의 공산(중악)을 지칭한다) 중 중악(中岳)으로서 나라의 태평과 백성의 평안을 비는 천신제가 비로봉 정상 제천단에서 올려졌다.


아쉽게도 정상인 비로봉(일명 제왕봉)은 계룡산처럼 방송중계소와 군기지 보안을 위해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제2위 고봉인 동봉(1,155m)을 밟는 것으로 만족해야한다.


기념촬영에 바쁜 등반객들을 피해 선두를 뒤따른다. 병풍바위 위에 올라서자 발 아래가 수십 길 벼랑이다. 암릉을 지나면 길은 평탄하고 순해진다. 신령재(동봉 2.7km, 공산폭포 3km, 갓바위 4.5km) 오른쪽 길은 폭포골을 거쳐 동화사로 이어진다.


멀리 동화사와 부인사가 보인다. 부인사는 한창때는 39개 암자를 거느리고 2천여 명의 승려가 모여 살았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승려들끼리만 거래가 이루어지던 승시장(僧市場)이 서기도 했다고 전한다.

철난간에 의지하여 능선을 오르다보면 오른쪽에 8부 능선까지 차지한 골프장이 팔공산 종주의 옥의 티다.  뒤돌아보니 서봉이 까마득히 멀어졌고 걸어온 능선이 장쾌하다.


억새가 뽐내는 헬기장을 지나 갓바위 1.8km 이정표가 서 있는 능성재(985m)에 닿는다. 신령재에서 1시간. 천천히 오르막길을 치고 올라 인봉에 이르자 갓바위와 선본사가 가깝게 다가선다. 식수 통이 바닥을 드러내고 타는 목마름으로 모두들 힘들어한다. 과일을 나누며 휴식을 취한다.

선본사로 오르는 계단과 만나고 곧이어 갓바위 하단(용왕각 칠성각 삼신각)에 도착하니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과 촛불을 켜고 절을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식수를 보충하고 생기를 되찾아 관봉으로 향하는 계단을 힘차게 오른다.


관봉(갓바위․850m)은 인봉, 노적봉과 함께 팔공산의 대표적인 봉우리로서 해발 850m의 고봉이다.


갓바위 부처님의 본래 명칭은 관봉석조약사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다. 팔공산 남쪽 봉우리 관봉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불좌상으로서 전체 높이는 4m에 이르는데 우리말로 갓바위이므로 흔히 갓바위부처님이라고 부른다. 또 머리에 마치 갓 같은 판석이 올려져 있기에 그렇게도 부른다.


이 갓바위 부처님은 절에 전하는 바로는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선덕왕 7년(638년)에 조성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전체적 양식으로 보아 8-9세기 작품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한국인 기복 신앙의 발상지 갓바위. 누구에게나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갓바위에는 전국에서 찾아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화강암 판석을 깔아놓은 100여 평 넓이의 기도터에는 입시철을 앞두고 자녀들의 합격을 기원하며 연신 절을 올리는 부모님들의 간절함이 있다. 중생들의 그 지극한 원(願)에 갓바위 부처님(약사여래불)은 천년세월을 마다하지 않고 귀 기울이고 있다.


하산은 관암사를 거쳐 대구시 동구 능성동 갓바위 집단시설지구 주차장으로 향한다. 잘 정비된 이 길은 입시철에는 한밤중에도 가로등으로 산길을 밝혀준다고 한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해가 서서히 지고 있다. 대자연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x-text/html; charset=iso-8859-1" a LOOP="-1" volume="0" autostart="true">

'도립공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남 두륜산  (0) 2008.07.19
영남알프스 남북종주  (0) 2008.07.19
조계산  (0) 2008.07.18
선운산  (0) 2008.07.18
태백산  (0) 2008.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