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 40일 새벽기도회 15일째 기도회를 마친 8명의 교우를 태우고 교회를 출발한 스타렉스는 서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힘차게 호남고속도로를 달린다. 여산 휴게소에서 우동과 김밥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다. 여산휴게소에는 팔각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여름에 들리면 이곳에서 커피 한잔하곤 한다.
7시 40분 정읍나들목을 빠져나가 IC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22번 국도를 타고 고창방향으로 향한다. 흥덕면 소재지 검문소 삼거리에서 우측 길로 빠지고, 더 가서 고창으로 갈라지는 상탑삼거리에서 또 우측 길을 택하여 계속 22번 국도를 따라 진행한다. 고창과 선운사 이정표를 따라 진행하면 길을 찾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원조간판을 단 풍천장어 집들이 즐비한 선운사 입구 삼거리까지 가서 좌회전하면 선운사 주차장에 닿는다. 정읍 나들목에서 선운사까지는 약 30분 남짓 소요.
고창 선운산은 풍천장어와 작설차 그리고 복분자술 등의 특산물이 있어 풍천장어구이에 복분자술 한잔으로 최고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고창군 홈피에서)
☞ 산행코스 : 주차장∼ 경수산∼도솔산∼참당암∼소리재∼낙조대∼천마봉∼도솔암∼선운사∼주차장(원점회귀산행)
산행은 경수산으로 올라 도솔산을 지나 소리재에서 낙조대, 도솔암, 내원궁 등의 명소를 거느리고 있는 천마봉까지 이어간다. 천마봉 정상에서 도솔암으로 내려선 뒤 도솔계곡 변의 장사송, 진흥굴, 선운사 등 명소를 둘러보며 하산하여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으로 향하는 선운산 당일 산행에 최적의 코스를 택했다.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옆의 넓은 주차장에서 선운산관광호텔과 동백호텔 건물 사이로 경수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8시 15분. 선운산 관광호텔과 고향식당 사이 골목길 포장도로를 따라 300m쯤 걸으면 오른쪽으로 <경수봉> 민박집이 보인다. 이 집 왼쪽으로 돌면 갑작스런 나그네들의 출현에 놀란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개집 뒤편으로 경수봉으로 오르는 들머리에는 5월 15일까지 경방기간(산불조심강조기간)이어서 입상통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8시 30분 들머리로 들어서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른다. 무덤 3기가 모인 곳을 지나면 소나무 숲 길이 시작된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정상까지 위험한 곳은 없는 흙길이다.
40분쯤 오르면 관리사무소에서 1.9km 지점에 첫 번째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은 수다동(2.0km)으로, 그대로 직진하면 경수봉(0.6km) 가는 길이다.
10분쯤 더 올라서면 나무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던 하늘이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왼쪽은 선운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하얀 벚꽃 터널이 시야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넓게 펼쳐진 서해바다의 갯벌이 시야에 가득 찬다.
5분 정도 진행하면 경수봉에 닿는다. 관리사무소 2.5km 마이재 2.2km 심원 1.5km 갈색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서 뒤로 조금 가면 곰소만 갯벌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대 바위가 있다. 실제 경수산 정상은 이곳에서 북쪽으로 100m 쯤 더 간 곳에 있지만 별 신통한 경치가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대개는 이곳을 정상으로 삼고 만다.
경수봉 표지판을 배경으로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마이재로 향하는 철계단을 내려서면 통나무 박아 만든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20분 정도 내려가면 관리사무소(1km)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경수봉 1km 마이재 0.7km 이정표가 서 있고 묘지 주변에는 고사리가 지천이다.
평탄하고 부드러운 길은 봄빛이 완연하다. 겨울 인고의 세월을 지나온 나무는 동면에서 깨어난 듯 파릇파릇 앞다투어 연두색 잎새를 틔우고 있다.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오르막길을 10여분 올라서면 벌봉이고 이어지는 평탄하고 부드러운 산책로를 따라 7-8분 정도 진행하면 마이재(경수봉에서 1.7km)에 도착한다. 갈림길이다. 왼쪽은 석상암 0.8km 오른쪽은 심원 2.5km 직진하면 수리봉 0.7km 가는 길이다.
양지바른 묘지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을 나눈다. 두텁떡, 오이, 육포, 방울토마토, 건바나나 등 푸짐한 간식이 배낭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20분간의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완만한 오르막길을 10여분 올라서면 도솔산 수리봉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약 2시간 30분 소요. 선운산의 옛이름은 도솔산. 도솔천은 불교의 극락세계에 해당한다. 선운산이란 이름은 불가의 참선와운(參禪臥雲. 구름에 누워 참선을 한다는 뜻)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산의 주봉은 단연 높이가 가장 높은 것이라 하여 444m의 경수산이라 하는 이가 있고, 위치나 지세로 보아 산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으며 대찰 선운사가 터 잡은 산봉인 도솔산(336m)이 주봉이라는 이도 있다.
도솔산에서 참당암까지는 1km, 견치산(개이빨산)까지는 2.4km이다. 100m 정도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견치산(2.3km) 직진한면 참당암(0.9km)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직진하여 몇 걸음 옮기면 왼쪽 산아래 고즈넉이 자리잡은 선운사의 전경이 한 눈에 빨려 들어온다. 산정에 서서 산아래를 내려다보는 시각은 언제나 넉넉하다.
두 개의 바위를 포개놓은 것 같은 포갠바위를 지나자마자 선운산 서쪽의 뛰어난 경관이 한눈에 펼쳐지는 너럭바위에서 잠시 조망을 감상한다. 멀리 가야 할 낙조대와 천마봉이 조망되고 오른쪽 산아래 참당암과 주변에 차밭의 녹색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포갠바위에서 300m를 진행하면 다시 갈림길이다. 왼쪽은 선운사 1.5km 오른쪽은 참당암 0.4km 이정표가 서 있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인적이 없는 호젓한 산길을 따라 내려선다.
300m 정도 내려서면 선운사에서 참당암으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와 만난다. 길 건너에 소리재 1.1km 이정표가 서 있고 참당암은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100여m 정도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선운사 참당암은 선운사에 속한 암자 가운데 하나로, 죄를 뉘우치고 참회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보물 제 803호인 참당암 대웅전은 신라 진평왕의 시주를 받아 의운 스님이 세웠고 조선 영조 1년(1724)에 고쳤으며, 대웅전의 석가모니 불상은 나무로 만들고 도금한 것이다.
11시 40분. 아침 식사를 부실하게 한 탓에 모두들 배고파한다. 소리재로 오르는 입구 개울가에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40분간의 달콤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소리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든 햇살과 가지마다 새로 돋아난 연두색 새 잎새들이 싱그럽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소리재에 닿는다. 오른쪽 견치산 0.7km 왼쪽 낙조대 1.0km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10분 정도 진행하면 용문골 갈림길이다. 왼쪽은 용문골로 내려서는 길이고 직진하면 낙조대(0.4km)가는 길이다.
걷기 좋은 부드러운 산책로가 이어진다. 5-6분 정도 걸으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mbc드라마 <대장금>에서 최상궁이 자살한 장면을 촬영한 자살바위에 닿는다. 주능선 상에 불꽃 형상으로 기암봉들이 몇 개 서 있는데 이곳이 바로 낙조대다.
해발 335m밖에 되지 않지만 영광 칠산 앞바다와 곰소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조대에서 서해바다로 장엄하게 가라앉는 붉은 해를 보면 선운산이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이 장엄한 광경을 직접 보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암봉을 오르는 용감한 사람들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많다. 바로 앞에 보이는 철계단은 배맨바위를 지나 청룡산으로 이어진다.
낙조대에서 왼쪽으로 200m을 진행하면 천마봉이다. 평평하게 다듬어진 천마봉 꼭대기는 선운산 곳곳의 봉우리들과 아스라이 먼 원경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다.
깎아지른 기암절벽 사이에 들어선 도솔암과 주변은 하나의 미륵정토를 이루고 있다.
간식을 나누며 10여분 휴식을 취하고 도솔암으로 내려선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도솔암에 닿는다. 마침 천도법회가 있어 좁은 절 마당은 북새통이다.
중간에 도솔암 위의 마애불상으로 난 길이 있으나 사찰 측에서 막아 놓았다. 그러므로 마애불이며 내원궁 구경을 하려면 도솔암에서 다시 조금 걸어 오르는 수고를 해야 한다.
왼쪽으로 바위계단을 100여 개 올라가면 내원궁이 암벽 위에 날아갈 듯 걸쳐 있다. 내원궁은 불교에서 도솔천 한가운데 있다는 궁전이다.
미륵불이 머무르고 있는 도솔천은 천상의 정토로서 외원과 내원으로 나뉜다고 한다. 외원은 천중의 환락을 위한 곳이며 내원이야말로 미륵불이 머무는 진정한 정토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 도솔암도 내원궁을 따로 마련했다. 도솔암 바로 위 절벽 중간, 천마암이 정면으로 바라 뵈는 절벽 위 평평한 곳에 내원궁이 있다.
내원궁 안에 지장보살좌상은 보물 제280호이다.
나한전 왼쪽으로 거대한 암벽인 칠송대에는 키가 5m나 되는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고려시대에 조각한 것으로 보이는 마애불(보물 제 1200호)은 지상 6m의 높이에 가부좌를 하고 있는데 미륵불로 추정된다.
도솔암에서 100여m 내려서면 진흥굴 앞에 여덟 개의 가지가 우산을 활짝 펼친 모양으로 아름답게 뻗어 올라간 나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고장의 옛 이름인 장사현을 본 따 장사송(長沙松)이라 부르며, 나무 앞에 는 진흥굴이 있어 진흥송이라고도 부른다. 수령이 6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23m, 가슴높이의 둘레는 약 3m이다. 장사송이라 새긴 비가 있으며 비 뒷면에는, 이곳에서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숨진 여인의 넋이 극락장생했다는 전설이 적혀있다.
진흥굴은 신라 24대 진흥왕이 부처님의 계시를 받아 당시 백제 땅인 이 곳에 의운국사를 시켜 선운사를 창건케하고, 왕위를 물려준 후 선운사를 찾아 수도했다는 암굴이다. 길이 10m, 높이 4m의 동굴이다. 이 굴 윗산에 중애공주를 위한 중애암을 세웠고, 도솔왕비의 영생을 위해 만월대 밑에는 도솔암을 세웠다고 전한다.
도솔암에서 선운사까지는 약간 지루한 길이다. 선운사는 조계종 제24교구 본사다운 큰 규모를 지닌 절로서 연못이었던 곳을 메우고 절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한다.
절 마당에 서서 남쪽을 바라보면 오른쪽부터 인경봉, 구황봉, 노적봉 세 봉우리가 일부러 다듬어 올리기라도 한 듯 가지런히 원추형으로 치솟아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서 절을 향해 읍하듯 둘러서 있다. 선운사 대웅전 내부의 세 불상은 각각 이 세 봉우리를 마주 대하게끔 조성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이 산봉 셋과 등뒤의 도솔산능선이 빙 두른 한 가운데에 절이 자리잡고 있다. (고창군 홈피에서)
고창 삼인리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제184호)은 수령 500∼600년으로 추정되는 노목이 기풍을 자랑하며 선운사 대웅보전 뒤로부터 도솔암에 이르기까지 3천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다. 동백은 겨울에 피기 때문에 벌과 나비 같은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동박새라는 작은 새가 꽃가루를 옮겨준다. 그래서 조매화라고도 부른다.
이곳 선운사 동백은 대개 3, 4월에 피고 활짝 피기보다는 보통 반쯤 피며 대부분이 진한 붉은색을 띠지만 올해는 꽃이 누렇게 떴다. 이유인즉 지난 겨울 잦은 폭설로 눈 속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비구니 스님의 설명이다.
보물 290호인 선운사 대웅보전 양쪽에 오래된 배롱나무에서는 정지된 ‘옛’시간을 만날 수 있다.
선운사 / 송창식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선운사 경내를 나오면 정갈한 전나무숲 한가운데 자리한 부도탑과 비석들이 오랜 가람의 역사와 고승들의 향기를 전한다. 부도는 고승(高僧)의 사리(舍利)나 유골을 안치하는 묘탑(妙塔).
선운사 입구에는 미당의 ‘선운사 동구’를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일주문을 빠져나오면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루고 그 아래 시골아낙들의 장이 펼쳐진다.
주차장 근처 개울 건너에 천년기념물 367호인 <송악>이 마지막으로 눈길을 잡아끈다.
일명 담장나무, 해안과 도서지방의 숲속에서 둘레80cm 길이 15m 이상 자라고 가지와 원줄기에서 기근이 자라면서 다른 물체에 붙어 올라간다.
사막에 꽃이 피고, 갈한 대지에 비가 내리고, 노을지는 웅장한 광경, 흐르는 구름, 넓은 바다, 맑은 공기, 철따라 바꾸어가며 피는 꽃, 사시사철 기막히게 배려해서 내리는 먹거리들, 이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누구에게 감사할지 모르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