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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공원

청량산

⊙산행일시 : 2005년 11월 20일(일)
⊙산행코스 : 입석-김생굴-자소봉-연적봉-장인봉(의상봉)-청량사-선학정-주차장(약 4시간)

 

 6시 10분. 아직 어두움이 채 물러나지도 않은 시각 배낭을 챙겨 식구들의 단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집을 나선다. 산악회 버스를 타는 곳에 도착하여 반가운 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뒤늦게 도착한 버스에 오른다. 명신빌딩 앞에서 기다리던 회원들을 태우고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한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힘차게 질주한다.

 

오늘 산행지는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산이다. 경북 북부 지방은 중앙고속도로가 뚫리기 전까지 대표적인 오지(奧地)였다. 아직도 대전에서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청량산은 예로부터 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뤄 ‘소금강’으로 불리던 곳으로, 최치원과 퇴계 이황, 신라 시대 최고 명필인 김생 등 여러 학자들의 도량터가 됐던 곳이다.

 

회장님의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산악대장이 산행코스에 대한 개념도 설명을 한다. 준비한 떡을 나눠 먹는 사이 버스는 영동톨게이트로 빠져나간다. 추수가 끝난 텅 빈 들녘에는 이슬이 허옇게 내려앉아 고운 아침햇살을 퍼뜨린다. 잠깐 쉬어가겠다는 마이크 소리에 토막 잠에서 깨어보니 버스가 공갈못 휴게소로 들어서고 있다. 공갈못은 상주 공검지의 고유 이름으로 ‘공갈’이라는 아이를 제물로 묻고 둑을 쌓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10분간의 휴식을 끝낸 버스는 문경(34번 국도)-예천(28번 국도)-영주(36번 국도)-봉화까지 국도를 바꿔가며 약 1시간 30분 동안 쉼 없이 달린다. 국도에 대한 상식 한 가지. ‘홀수 국도는 국토를 종단하고 짝수는 횡단한다.’ 그래서 홀수 국도는 평이하고, 짝수 국도는 변화무쌍하다. 파란 하늘과 맑은 햇살 그리고 창밖에 차가운 공기가 풍요롭던 가을을 닫으며 초겨울을 열고 있다. 봉화사거리에서 봉화군청을 왼쪽으로 끼고 좌회전을 하여 울진 방면으로 향한다. 청량산 이정표를 따라 20여분을 진행하면 안동댐으로 흐르는 예안강(강원도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중상류에 속하는 샛강)이 눈에 들어온다. 차멀미가 심해질 즈음 도립공원 청량산 매표소에 도착한다. 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에 위치한 청량산은 대전에서 약 3시간 40분 소요된다. 표를 끊고 등산 기점인 입석까지 버스로 약 5-6분 더 진행한다.

 

10시 50분. 입석에서 하차하여 간단한 산행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완만한 오솔길을 은 예상외로 등산객들이 붐빈다. 10분 정도 오르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청량사(1km)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응진전(0.6km) 김생굴(1.1km)을 거쳐 자소봉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면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에서 잠시 경치를 감상한 후 풍혈대를 스쳐 지나면 바위를 병풍 삼아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응진전이 눈에 들어온다.

 

 

 

응진전 뒤 절벽 위에 위태위태한 한 모습으로 얹혀 있는 돌은 <동풍석>이라고 한다. 안내판에는 응진전은 청량사 부속 건물로 1300년 전 신라 문무왕때(683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기도도량이라고 쓰여있다.

 

 

몇 걸음 더 옮겨 어풍대에 이르자 청량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청량사는 화려하진 않지만 넉넉함이 느껴진다. 청량사를 가운데 두고 의상봉, 탁필봉, 자소봉, 금탑봉, 경일봉이 밖으로 펼치고 안으로 말리듯 둘러싼 연적봉, 선학봉, 자란봉, 향로봉, 문수봉, 연화봉 등 12개의 봉우리가 있어 육육봉(조선시대 유학자 주세봉이 명명)으로 일컬어진다. 하늘에서 보면 연꽃모양을 하고 있는데 청량사의 본전인 유리보전은 꽃술 자리에 위치한다고 한다. 유리보전 현판은 공민왕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요즘 드라마 ‘신돈’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공민왕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축융봉 동남쪽에 산성을 쌓았는데 지금도 성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길이 갈라진다. 왼쪽은 청량사(0.4km) 오른쪽은 김생굴(0.2km)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경일봉(0.7km)으로 향하는 길은 산불예방을 위해 등산로를 폐쇄(11.1-5.31)했다. 금탑봉을 감싸 도는 평탄한 길을 따라 가면 풍혈대 갈림길을 지나 총명수를 만난다. 금탑봉의 요초대 앞에 위치한 총명수(聰明水)는 바위 틈 사이에서 솟아나는 천연수로 전하는 말에 의하면 신라말기의 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 물을 마시고 정신이 더욱 맑아지고 총명해져 총명수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허나 샘물이 아닌 고인 물은 썩게 마련. 바가지가 놓여 있지만 목을 축이기엔 내키지 않아 그냥 지나친다.

 

산행을 시작한지 50분. 신라의 명필 김생이 자신의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자연을 벗삼아 글씨 공부를 했다는 김생굴에 도착한다. 김생굴은 반달모양의 자연암굴로 전설에 의하면 김생이 이 굴에서 9년 동안 서도를 닦은 후, 하산하려고 할 때 젊은 여인이 나타나 선생의 서도와 자신의 길쌈 솜씨를 겨뤄보자고 제의하여 서로 솜씨를 겨루었는데 길쌈해 놓은 천은 한올 흐트러짐이 없는데 반해 김생의 글씨는 엉망이었다. 이에 김생은 다시 1년 간 더 수련한 후 세상에 나와 명필이라 칭송 받게 되었다고 한다.

 

 

모두들 배가 고프다며 김생굴 안팎에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때 이른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갖가지 나물을 넣은 즉석 산채비빔밥이 만들어지고, 한쪽에서는 라면을 끓이고 한솔님이 준비한 갈비찜까지 잔칫집 분위기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30분간의 점심식사를 끝낸 후 청량산 최고봉인 장인봉까지 다녀올 생각에 자소봉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긴다. 자소봉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소화가 되지 않아 거친 숨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김생굴에서 20분이면 자소봉(일명 보살봉 해발 840m)에 닿는다. 자소봉으로 오르는 철계단은 오르내리는 산행객으로 정체가 심해 진행이 매우 더디다. 가드레일이 설치된 정상 암반에는 앙증맞은 정상 표지석이 있고 밀려드는 산행객으로 매우 혼잡하지만 시원스럽게 툭 트인 시야가 멀리 일월산 정상 천문대까지 조망되고 산아래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마을은 한없이 평화롭게만 느껴진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달래고 다시 자소봉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연결된 탁필봉(오를 수 없는 봉우리)을 스쳐 지나서 연적봉에 올라 탁필봉과 자소봉의 모습을 디카에 담는다.

 

 

 

철계단을 내려와 10분 정도 진행하자 청량산 최고봉인 의상봉(장인봉)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자소봉에서 30분이면 뒷실고개에 닿는다. 왼쪽으로는 청량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장인봉으로 가려면 직진해야 한다.

 

 

장인봉으로 향하는 길도 산불 예방을 위하여 ‘등산로 폐쇄’ 표찰을 매달아 놓았지만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별로 거리낌없이 진행한다.

 

 

청량산 산행의 압권은 최고봉인 장인봉으로 가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다. 좁은 협곡 사이로 난 가파른 내리막길은 선학봉(0.3km) 장인봉(0.6km) 이정표를 지나서도 계속된다.

 

 

내리막길이 끝나면 좁은 협곡 사이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턱밑까지 차 오르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7-8분 오르면 갈림길이다. 왼쪽은 통제소(1.5km)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하면(0.3km) 의상봉이다.


13시 35분. 드디어 장인봉(의상봉, 해발 870m)에 닿는다. 자소봉에서 약 1시간 소요.
청량산의 최고봉인 장인봉은 둘레가 약 200m이며 단애로 둘러싸여 있다. 1300년 전 신라 중엽의 고승이며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가 입산 수도한 곳이라 하여 의상봉이라고도 불린다. 겨울채비를 서두르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온 봉우리들이 조망된다. 의상봉을 알리는 조그만 정상 표지석은 점심 식사하는 산행객들에 묻혀있어 청량산 안내판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간식을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10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의상봉을 뒤로하면서 오던 길로 내려선다. 300m 진행하여 만난 갈림길에서 오른쪽 통제소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어 수백 개의 통나무 계단을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뒤돌아보니 의상봉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장의 엽서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산중턱에 위치한 허름한 집에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은 청량폭포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 집 뒤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산허리를 감아 돌자 중국 남부 계림의 산세를 연상시키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모두들 감탄한다. 다시 찾아오라고 손짓하며 장인봉, 자란봉, 선학봉, 향로봉, 연화봉 그리고 병풍바위까지 앞 다투어 자신을 뽐내며 마지막까지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선사한다.

 

 

 

청량산이 주왕산(청송), 월출산(영암)과 함께 3대 기악(奇岳)으로 꼽히는 이유를 알듯하다.

 


숨어들기 좋을 만큼 꼭꼭 숨겨진 산 속에 퇴계 이황은 청량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일명 오산당(吾山堂)인 청량정사(淸凉精舍)를 짓고 청량산인(山人)임을 자처하며 청량산가를 지어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기도 했다.

 

               -청량산가(淸凉山歌)-
     청량산 육육봉(六六峰)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훤사(喧辭)하랴 못 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뜨지마라 어주자(魚舟子) 알까 하노라

 

청량산 12봉우리를 아는 사람은 나와 흰 갈매기뿐이로다. 흰 갈매기가 떠들겠는가. 못 믿을 것은 도화로구나. 도화야 (떨어져 강물에) 뜨지마라 어부마저 알까 두렵다.

 

멋진 풍광을 정신 없이 디카에 담는 사이 일행을 놓치고 산허리를 감아 도는 오솔길을 따라가자 청량사로 향하는 시멘트포장도로와 만난다. 왼쪽으로 5분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면 청량사에 닿는다.

 

청량사 유리보전(약사여래불을 모신 곳) 안에 불상은 종이로 만들어진 지불로 금칠을 했고, 청량사의 범종각 아래에 ‘편안하게 마음을 쉴 수 있는 집’이라는 뜻의 안심당(安心堂)이란 찻집에서는 시야가 확 트인 투명유리를 통해 자연풍광을 즐기며 솔잎을 발효시킨 솔바람차와 바람소리차·갈바람차 등의 전통차를 음미할 수 있다고 한다.

 

14시 30분. 선학정과 청량사표지석이 있는 소형주차장에 도착하니 운영진들이 기다리고 있다.

 

 

 

 

10분 정도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여 약 4시간의 청량산 종주 산행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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