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산행기는 2003년 9월 7일 지리산 등반 후 산행기를 쓰기 시작하여 100번째 산행기입니다. 그 동안 함께 해주신 산우님들과 교우님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늘 함께 동행하시면서 안전 산행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8시가 조금 지나 5명의 회원을 태운 스타렉스는 교회 앞을 출발하여 10여분 후 유성톨게이트로 진입해서 호남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린다. 남쪽으로 진행할수록 정겨운 농촌 풍경과 아름다운 설경이 어우러져 평화롭게 펼쳐진다. 20여분을 치고 올라 안부에 도착하자 멀리 모악산 정상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뒤돌아보니 반대쪽 산아래 작은 사찰이 눈에 띤다. 10여분 정도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잔디광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이다. 그대로 직진하여 호젓한 산죽나무 오솔길을 따라 평탄한길을 3분 정도 더 진행하면 사거리와 만난다. 왼쪽은 하운동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정상(5.1km) 오른쪽은 금산사(540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곳곳에 산행에 지친 나그네들의 다리 쉼을 하기에 좋도록 둥근 의자가 놓인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오르막길을 20여분 오르고 중턱에서 걸음을 멈추고 경화님이 준비한 간식을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영동 곶감으로 호두를 돌돌 말아서 먹기 좋게 자른 것인데 호두의 고소한 맛과 곶감의 단맛이 어우러져 그 맛이 일품이다. 모두들 힘이 난다며 힘찬 걸음으로 산행을 계속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 반. 돌탑이 반기는 헬기장에 도착하자 송전탑이 차지한 모악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선다. 오른쪽은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상으로 가는 길은 왼쪽 매봉으로 이어진다. 눈 덮인 산죽나무 오솔길을 따라 매봉으로 오른다. 뒤돌아보면 겹겹이 겹쳐진 산줄기를 넘는 구름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10분 정도 지나 매봉에 도착한다. 독배 2.7km 주차장 3.5km 정상 2.1km 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간식을 먹으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200m를 내려서면 해발 613m 지점으로 왼쪽으로는 연봉암으로 가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관리사무소로 가는 길이 보인다. 아이젠을 착용한다. 12시 가파른 오름길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서자 전주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봉우리에 다다른다.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한 평야, 김만평야를 바라본다. 이곳 사람들에게 김만평야는 '징게맹게 외배미들'이다. '외배미'란 '이 배미 저 배미 할 것 없이 모두 한 배미'로 툭 트였다는 데서 온 말이니 '김제·만경의 너른 들판'이라는 뜻이다. 정상을 향해 내려서면 정상 1.4km 로 표기되어 있는 매봉삼거리 이정표가 서있다. 직진하여 5분 정도 진행하면 헬기장이 있는 북봉에 닿는다. 호남평야의 너른 들판과 전주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금산사지」에 의하면 모악산은 우리나라 고어로 '엄뫼'라는 말이다. '큰 뫼'라는 아주 높은 태산을 의미하는 한자가 들어오면서 '엄뫼'는 어머니의 뫼라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의역해서 모악(母岳)이라 했고 '큰 뫼'는 큼을 음역하고 뫼는 의역해서 금산(金山)이라고 칭하였다고 적고 있다. 여기에 절을 개창하면서 금산사(金山寺)라 이름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산은 사명(寺名)이 되고 모악은 본래대로 산명(山名)이 되어 모악산 금산사라는 명칭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 모악산은 정상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쉰길바위'가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형상과 같아서 모악산이라 이름지었다고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점심식사를 하며 정담을 나눈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송전탑이 차지한 정상까지는 350m. 10여분 정도 오르면 송신소에서 설치해 놓은 철조망 앞에 모악산 정상을 알리는 팻말이 서 있다.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이정표에는 '구이·상학 3.7km, 금산사 4km'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으로는 장근제로 내려가는 길과 왼쪽으로는 구이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13시 정각. 금산사 방향으로 하산하기 위해 오던 길로 발걸음을 돌려 10분 정도 진행하면 해발 730m봉 헬기장 직전에 왼쪽으로 금산사로 내려서는 길이 나온다. 조금 내려서면 소나무 숲과 바위가 어우러진 멋있는 장소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정상이 잘 조망되는 곳이다. 해발 600m 이정표를 지나면 통나무를 깎아 만든 긴 계단길이다. 케이블카 철탑이 보이고 계단길을 10여분 더 내려가면 장근제 0.3km 금산사 2km 이정표가 보인다.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계곡에 자리잡은 모악정이 보인다. 팔각지붕의 목조건물인데 특이하게 단청을 입혔다. 모악정 건너편엔 송신소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타는 곳이 있다. 시멘트 포장된 임도가 이어지고 왼쪽으로 눌연계곡이다. 금산사계곡을 일명 눌연계곡이라고 한다. 굴곡이 심하고 물 흐름이 마치 말을 더듬거리는 듯 하다하여 더듬거릴 눌(訥)자를 썼다고 전해진다. 눌연계곡에는 먼 옛날 15년이나 늙은 닭이 주인을 배신해 구렁이와 모사를 꾸미다가 주인의 지혜로 구렁이와 함께 죽임을 당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계곡은 길이가 4km에 불과하지만 사계절 수량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모악예찬비가 세워진 길 옆 나무 의자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고승대덕의 부도탑이 늘어선 중앙에 검은 대리석의 '혜덕왕사진응탑비(보물 제24호)'가 서 있다. 오랜 세월에 훼손이 심해 비문을 읽기 힘들고 플라스틱으로 보호덮개를 설치했다. 이 비는 고려 문종때 금산사 주지였던 혜덕왕사의 탑 비로 거북이 형상의 등위에 세워져 있다. 모악정에서 늘연계곡을 지나 30분 정도 내려서면 심원암 0.6km, 금산사 0.8km, 모악정은 1.2km 이정표가 서 있는 심원암 갈림길이다. 시멘트 포장도로는 금산사 방향으로 이어지고, 심원암 방향은 같은 넓이의 비포장 숲길이다. 매실농장 울타리를 따라 500m 정도 내려서면 10여 점의 국보와 보물을 간직한 금산사가 자리하고 있어, 찬란한 불교예술을 살펴 볼 수 있다. 미륵전은 정유재란 때 불탄 것을 조선 인조 13년(1635)에 다시 지은 뒤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쳐 오늘에 이른다. 미륵전의 외형은 3층으로 되어 있지만 내부는 단층 구조로 된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건물로 국보 제 62호이다. 그 안에는 동양최대의 실내 입불인 미륵존불(11.82m), 대모상보살(8.8m), 법화림보살(8.8m)이 봉안되어 있다. 금산사 미륵전은 후백제의 시조 견훤이 말년에 넷째 아들 금강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하다가 장남 신검에게 잡혀 유폐생활을 했던 곳이다. 10세기 경의 석조물로 추정되는 석련대는 석조연화대좌의 준말로 불상을 올려놓는 돌로 만든 받침대이다. 연화대좌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것은 형태가 희귀하고 크기도 매우 거대하다. 미륵전 바로 북쪽으로 10m 높이의 계단을 오르면 보물 제 25호 금산사오층석탑이 있고, 바로 뒤에 석종이 있는데 석종부도라 부른다. 오층석탑과 나란히 위치한 이 석종은 종 모양의 석탑으로 보물26호 방등계단사리탑이다. 탑은 부처님의 사리나 경전을 봉안하여 법당 앞에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나 방등계단사리탑은 북쪽 송대(松臺)라고 불리는 높은 받침 위에 세워져 있다. 대적광전에서 왼쪽 명부전앞에 위치한 보물 제22호 노주(露柱)는 실제로 무엇으로 사용한 것인지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보기 드문 유물이다. 꼭대기에 놓인 꽃봉오리 모양의 조각만 없으면 불상을 얹는 사각형의 대좌(臺座)처럼 보인다. 보물 827호 대장전은 미륵전 정면으로 건너편에 마주보고 있는 건물이다. 건물은 비교적 단조롭고 소규모이다. 이 대장전 안에 봉안되어 있는 석가여래상과 그 좌우에 기섭과 아닌다의 두 제자의 입상이 서 있는데 금박으로 도금된 이 불상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고 현란하다. 대장전 바로 앞에 화강암으로 만든 석등은 법당 앞을 밝히는 등불로 보물 828호이다. 금강문으로부터 동북쪽으로 약 50m 쯤 떨어진 지점에는 보물 제 28호 금산사 당간지주가 있다. 워낙 큰 절이어서인지 경내를 두루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15시 30분 보제루-천왕문-금강문을 차례로 빠져나온다. 금강교를 건너 산중다원이란 찻집의 유혹을 뿌리치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한다. '모악산금산사' 현액이 걸린 일주문은 기둥이 엄청난 둘레를 자랑한다. 길가 아주머니가 파는 삶은 옥수수를 입에 물고 터벅터벅 속세로 내려온다. 서산으로 해가 기울어간다. 금산사에서 주차장까지는 꽤나 먼 거리이다. 15시 55분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은 끝이 난다.
산행지 : 모악산
산행일 : 2005년 1월 23일 일요일 (맑음)
코 스 : 금산사 주차장∼헬기장∼매봉∼헬기장∼정상∼모악정∼금산사 ∼주차장
9시 10분 금산사톨게이트를 빠져나가 곧바로 좌회전하여 712번 지방도로를 타고 금산사로 향한다. 간밤에 내린 눈이 가로수에 앉아 순백의 터널을 만들어 탄성을 자아낸다. 눈 쌓인 도로는 미끄러워 운전이 조심스럽다.
9시 25분 금산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간단한 산행 준비를 마친 후 산행 들머리를 찾는데 마침 한솔마트24시 건물 바로 오른쪽 들머리로 들어서는 산꾼들의 모습이 보인다.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애국지사 사적비가 보인다.
10시 20분 도통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갈림길 안부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뒤쳐진 일행을 기다린다. 왼쪽으로 예전에 뽕나무밭이었던 곳에 철조망이 쳐져있다. 철조망 끝부분에서 길이 갈라진다. 이곳에서 무심코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금산사로 내려간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왼쪽의 약간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12시 40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정상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한 다음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통신시설이 모악산 정상 정수리를 온통 덮고있어 답답한 모습이다.
14시 35분 포장도로가 지겹다는 생각이 들 무렵 부도전에 도착한다.
금산사는 백제 법왕 원년(599)에 지은 절로 신라 혜공왕 2년(766)에 진표율사가 다시 지었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후백제 견훤의 최후를 그린 촬영지였다. 금산사는 단순한 촬영지가 아니라 역사의 현장이다. 맏아들 신검이 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인 견훤을 감금한 곳이 바로 금산사이다. 가까스로 금산사를 탈출한 견훤은 왕건에게 투항하고 군사를 얻어 아들을 멸망시킨다.
보제루 아래를 지나서 금산사 대적광전 앞마당에 들어서면 미륵전의 웅장한 모습이 압권이다.
대적광전 앞에는 보물 27호 육각다층석탑과 보물 23호 석련대가 있다. 육각다층석탑은 금산사 소속의 봉천원(奉天院)에 있던 것을 현재 자리로 옮겨왔다. 우리나라의 탑이 대부분 밝은 회색의 화강암으로 만든 정사각형의 탑인데 비해, 이 탑은 흑백의 점판암으로 만든 육각다층석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