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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공원

대둔산2(배티재-낙조대-마천대-220계단-수락계곡)

2004년 2월13일 (금)

9시 5분 시민회관을 출발한 소월산악회 버스는 9시 50분 배티재 정상에 도착하여 산꾼들을 내려놓는다. 배티재는 골짜기에 배나무가 많아 '배나무가 많은 재'란 뜻으로 이치(梨峙)라고도 한다.


숨 돌릴 틈 없이 정상 표지판에서 오른쪽 산비탈로 기어오른다. 10시 5분 암능을 만나면서 거치러진 호흡은 더욱 가빠진다. 6-7분 정도 암능을 타고 올라 비교적 조망이 좋은 안부에 도착한다. 봄 날씨다. 온몸에 땀이 흐른다. 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고 멀리 주름 겹친 산줄기를 바라본다. 원근에 따라 각기 다른 색채를 띠며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청명한 날씨 덕분에 덕유산 향적봉이 선명하게 보이고 남덕유산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산줄기가 한 눈에 조망된다.


앙상한 나무 잔가지 사이로 언 듯 태고사가 그 모습을 나타낸다.


왼쪽 내리막길 북사면에는 잔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미끄럽다.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고 조심조심 내려선다. 10시 45분 능선 안부 갈림길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오른쪽은 장군약수터(0.5km)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낙조대(1.2km 믿을 수 없는 표지판)이다. 직진해서 5분 정도 오르면 다시 이정표가 보인다. 낙조대 0.6km 약수터 0.3km 라고 적혀 있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다.


배티재에서 이곳까지는 1.2km 이다. 아이젠을 벗고 시멘트 인조목 계단을 오른다. 좀 떨어진 곳에 암능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멎진 조화를 이룬다. 낙조대 1.2km 약수터 0.4km 이정표가 어리둥절하게 한다.


11시 정각 눈 덮인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고 이어서 철계단을 올라서면 광장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갈림길이다. 정상 0.2km 이정표는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다.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에서 각각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인데 이정표가 엉망이다. 11시 10분 눈 덮인 길은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돌 턱이 돌계단임을 짐작케 한다.


돌계단과 이어지는 철계단을 오르면 갈림릴이다. 왼쪽은 마천대로 향하는 길이고 오른쪽은 낙조대로 가는 길이다. 그대로 직진해서 내려서면 낙조산장과 만난다. 11시 20분 팔각정 모양의 낙조산장에서 주인 할머니의 친절한 길 안내를 받고 낙조대에 오른다.


낙조대 아래에 태고사가 자리하고 있다. 태고사는 그 절터가 좋아서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이 절터를 찾아내고 사흘을 춤추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11시 30분 낙조대(落照臺)에 도착한다.


해질무렵 서해의 수평선상으로 지는 해를 볼 수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 낙조대(落照坮)는 대둔산의 주봉인 마천대에서 오른쪽으로 약 1.2km지점에 위치하며 해발 850m의 봉우리로 신라 31대 신문왕 원년(681년)에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태고사의 위치를 정했다고 한다.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일몰 광경은 대둔산의 수많은 기암 괴석과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를 방불케 하여 보는 이들이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경탄을 금하지 못한다고 한다.


서대산이 코앞에 보이고 남쪽으로 대둔산 정상 마천대와 서쪽으로 월성봉, 바랑산이 눈에 들어오고 변산반도의 서해바다까지 손에 잡힐 듯 하다. 덕유산 향적봉에서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산줄기가 더욱 뚜렷하게 펼쳐진다.


마천대를 비롯하여 사방으로 뻗은 산줄기는 기암 단애와 소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있고 산세가 수려하여 남한의 소금강이라 불리고 있다. 우뚝 솟은 봉우리마다 독특한 형상이 담긴 대둔산은 잘 다듬어진 조각품에 분재의 군락을 보는 것 같다.


올려보든 내려보든 시선이 멈추는 곳은 모두가 아름답고 좌우로 보면 볼수록 신비하고 웅장해서 산수화 병풍 속으로 빨려들게 되는 곳이 대둔산이다.


마천대로 향한다. 흙보다는 돌멩이가 많은 산, 돌고 돌더라도 오르락내리락 하기보다는 가파른 비탈길이 심한 곳이다. 11시 50분 용문골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안부에서 같이 걷던 아주머니들이 떡과 과일을 배낭에서 꺼내 놓으며 잠시 쉬어가자고 한다. 잘 정비된 이정표에는 마천대까지 0.6km라고 적혀있다.


12시 철계단을 오르고 10분 정도 걸으면 구름다리에서 오른 길과 만나는 안부에 도착한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노점상 주인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암봉 주위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떨고 있다. 12시 15분 해발 878m의 대둔산 주봉인 마천대 정상에 선다.


속리산 문장대와 진안 마이산 그리고 지리산 천왕봉까지 조망되고 서해 바다가 멀리 바라다 보인다. 아래로 금강 구름다리와 제각각 다른 모습의 바위들이 그 자태를 뽐내며 대자연이 빚어 놓은 조각 전시장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것 같아 자연의 신비로움에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12시 20분 기념 사진 한 장 촬영하고 곧바로 수락계곡 하산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내림길은 눈이 녹아 얼어붙은 빙판으로 미끄럽다.


12시 30분 220계단 1.5km 이정표가 나타나고 길은 울퉁불퉁한 바위들로 험해진다.


노송 한 그루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길을 막아선다.


12시 45분 석천암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석천암(0.55km)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220계단(0.8km)과 만난다.


매우 가파른 내림길은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덮여있다. 12시 55분 220계단을 내려간다. 혹시나 해서 세어 보았더니 바닥까지 220계단이다.


오른쪽으로 동면에 들어간 비선폭포가 눈길을 끈다.


이어지는 군지계곡은 협곡으로 낙석의 위험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대둔산 양심 안전모를 보관하는 보관함이 설치되어 있어 흥미롭다.


군지계곡(軍地溪谷)은 임진왜란 당시 은신하던 왜병을 아군이 발견하고 사살하였던 곳이며, 6.25 전쟁시 공산군이 6년간이나 은신하였다가 사살되었던 계곡이기도 하다. 전설에 의하면 군인들이 이 골짜기에서 많이 죽었다 하여 군 지옥골이라 하였고 군 지옥골을 군지계곡으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군지폭포도 역시 동면 중이다.


13시 10분 수락폭포를 지난다. 전설에 의하면 백제시대에 청·장년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며 심신을 수련하고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하였던 곳이라 전해지고 있다. 날씨가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으며 삼복더위에도 폭포수에 5분 이상을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물이 차갑고 깨끗하여 여름 피서철에는 행락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지만 꽁꽁 얼은 얼음 속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만 들린다.


철다리로 계류를 건너면 오른쪽 산 중턱에 고깔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13시 15분 너덜지대를 지난다. 정류장 1.48km 이정표가 보이고 조금 지나면 왼쪽 길 아래로 선녀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동면 중이다. 폭포 아래 연못은 기암괴석으로 둘러 쌓여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 옥황 상제의 허락을 받은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하루동안 목욕을 하고 춤을 추며 놀았던 연못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곧바로 승전기념탑 입구에 도착한다. 오른쪽 계단으로 600미터 정도 올라가면 대둔산 승전기념탑이 나온다.


이곳 대둔산은 6.25당시 대둔산 일대에서 활동 중인 빨치산 및 영호남에서 패주북상하던 북괴군 등 3412명을 소탕하기 위하여 경찰관 및 애국청년들이 장장 5년 동안이나 치열한 토벌작전을 전개하였던 곳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산화한 경찰관, 국군, 애국 청년 1,376명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추모하고 구국 정신을 길이 후세에 전승시키고자 산 교육장으로 1986. 6. 23. 건립하였으며 매년 11월 17일 위령제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승전기념탑 오른쪽에는 조국이 젊은이를 부를 때 고귀한 청춘을 바친 호국 용사를 위한 충혼비가, 왼쪽에는 호국충절(護國忠節)이라고 새겨진 돌비가 세워져 있다.


보도 블록을 밟고 5분 정도 걸어 내려와 승전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승천탑 괸리소가 자리하고 있다.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5분 정도 걸으면 주차장에 다다른다. 주차장에는 소월산악회 버스 한 대만 덩그러니 주차하고 있다. 13시 40분. 산행완료. 총무님이 따뜻한 컵라면을 건넨다. 언제나 따뜻한 김치찌개와 막걸리를 준비해 놓고 산행에 지친 회원들을 맞이하는 권사장님과 총무님이 고맙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케이블카 타고 내려오는 줄 알고 아이젠과 장갑도 준비하지 않은 초보 아줌마의 하산이 늦어진다. 기다림이 지루해서 매표소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 곳으로 입장할 때 입장료가 5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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