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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공원

무등산

2004년 1월 4일 (일)

1980년에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과 함께 민주화의 성지로서 예향의 도시 빛고을 광주를 상징하며, 오랜 세월의 영욕 속에서 광주 시민들의 문화적 고향이자 정신적 지주가 되어 광주 시민들과 삶의 고락을 같이 하는 살아 있는 산, 무등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7시가 조금 지나 청소년 수련원 주차장을 출발한 한겨례산악회 버스는 7시 25분 시민회관 뒤에 도착하여 빈 좌석을 채우고 8시가 조금 안된 시각에 서대전요금소로 진입한다. 산악대장이 인사와 간단한 개념도 설명을 한다. 간밤에 잠을 설친 탓인지 눈이 감긴다. 9시경 정읍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에 잠을 깨고 하차한다. 정읍 녹두장군 휴게소는 신축 공사가 한창 중이라 어수선하다. 9시 40분 동광주요금소를 빠져나온 버스는 15번 국도를 타고 신수오거리에서 무등로로 접어든다. 10시 20분 굽이굽이 산길을 힘겹게 올라 배재를 넘어 도립공원 무등산 원효사 주차장에서 산꾼을 내려놓고 회차하여 사라진다. 

산행준비를 하고 잠시 개념도를 살피며 산행코스를 그려본다. 

10여 개 넘는 산장과 음식점이 늘어선 아스팔트도로를 지나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10시 30분 꼬막재 3.4km 안내 표지판이 보이고 돌 박힌 산길은 점점 고도를 높이면서 호흡을 거칠게 하고 이마에는 구슬땀이 흐른다. 11시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낮게 드리운 오성원(해발660m)에 도착한다. 

쟈켓을 벗어 배낭에 아무렇게나 집어넣고 물 한 모금으로 거침 호흡과 갈증을 달랜다. 꼬막재 1km 규봉암 4.1km 이정표가 보이고 오름길은 계속 이어진다. 5분 정도 더 오르자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이 이어지는데 응달이어서 눈이 녹지 않아 아주 미끄럽다. 조심조심 1분 정도 걸어 꼬막재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 한바가지를 들이킨다. 11시 10분 꼬막재(해발 640m)를 지난다. 

꼬막재를 사이에 두고 광주시 북구와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으로 행정구역이 나누어진다고 한다. 10여분간 산허리를 감아 돌던 산길도 나무계단을 만나면서 오름길로 바뀐다. 다시 통나무 박힌 계단을 오르면 능선 왼쪽으로 북산이 보이고 억새밭이 펼쳐진다. 양지바른 곳은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하다. 11시 25분 산장과 광일농장으로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지나자 한사람 지나갈 정도의 좁은 오솔길로 바뀌며 등산객들이 무리지어 오른다. 

11시 45분 울퉁불퉁한 바위길을 지나 12시 규봉암(해발 850m)에 도착한다. 

세 개의 둘기둥이 만든 삼존석(여래존석, 관음존석, 미륵존석)을 비롯하여 옥을 깎아 세운 듯한 선돌과 바위틈을 뚫고 자란 소나무가 한 편의 그림이다. 이러한 풍광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규봉암 암자 옆에는 넓은 반석으로 이루어진 광석대(廣石臺)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규봉이 이어진다. 수많은 층암괴석으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해발 950m 규봉은 입석대, 서석대와 함께 무등산 3대 석경(石景) 중의 하나라고 한다. 

길 옆 바위에 쓰인 석불암(石佛庵) 화살표(→) 표시를 따라 3-4분 정도 오르면 지공너덜이 시작된다. 너덜은 너덜경의 준말로써 돌이 많이 깔린 비탈을 말한다. 장불재에서 규봉암 사이에 무수히 깔려있는 소위 돌바다를 지공너덜이라 하는데, 북사면의 덕산너덜과 함께 무등산의 대표적인 너덜이다. 산허리로 2km, 산마루에서 골짜기까지 4km쯤 길게 뻗어있는 지공너덜은 인도의 승려 지공대사가 여기에 석실을 만들고 좌선수도하면서 그 법력으로 억만 개의 돌을 깔아 놓았다는 전설과 함께 그 이름이 붙여졌다. 석굴을 만난다. 

보조석굴이라 불리는 이 석굴은 보조국사가 송광사에 가기 전에 좌선한 곳으로 넓은 바위가 저절로 지붕을 이루어 굴이 되었는데 여기에 조그마한 돌로 기둥을 세워 모양을 갖추었다. 보조석굴 뒷편에는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틈을 가진 두 개의 우뚝 솟은 문바위가 있다. 조선시대 인물인 김덕령 장군이 문바위에서 화순 동면 청궁마을 살바위까지 화살을 쏘고 백마가 먼저 도착하는지를 시험하였다가 화살을 찾지 못하고 백마가 늦었다 하여 백마의 목을 치니 그제서 화살이 날아와 바위에 꽂혔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곧이어 세월의 때가 묻은 석축 위에 외롭게 앉아 있는 암자 하나를 만나는데 석불암이다. 

암자 앞의 샘터에서 물 한 잔을 마시고 굳게 잠긴 암자의 문을 두드려 본다. 적막감이 감도는 양철지붕의 초라한 암자에는 인기척이 없다. 장불재로 오르는 길은 산죽나무 오솔길이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데 날씨는 봄날이다.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거려 걷기에 짜증이 난다. 장불재로 오르는 길옆에 산행에 지친 나그네들이 쉬어가기 좋은 쉼터가 군데군데 마련되어 있다. 12시 45분 장불재(해발 900m)다. 장불재는 광주시와 전라남도 화순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화순 동복이나 이양에서 광주를 올 때 이 재를 넘어 다녔다고 한다. 공중화장실과 공중 전화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서석대가 가깝게 다가오고 입석대가 지척이다. 

장불재 옆 통신시설이 있는 곳을 지나 남동쪽으로 말잔등처럼 밋밋하게 이어지는 능선은 백마능선이다. 가을철에 이 능선 위에 피어난 억새꽃이 바람결에 하늘거리면 마치 백마의 말갈기같다 하여 백마능선이라 부른다고 한다. 

억새밭을 지나 곧장 입석대에 이른다. 12시 55분 해발 1,017m에 자리한 입석대는 마치 석공이 먹물을 퉁겨 깎아 세운 것 같은 수십 개의 돌기둥이 10∼15m 되는 높이로 한 덩어리 또는 3∼4단의 절리를 이루면서 병풍처럼 펼쳐진다. 마치 신전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예전에는 이곳에 입석암이라는 암자가 있었으며, 옛날부터 이곳에 제천단(祭天壇)을 두어 가뭄이나 전염병이 심할 때 제를 올렸다고 전한다. 

입석대 바위에는 수많은 관직과 이름을 새겨 과거 급제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혼흔을 여기저기에서 찾을 수 있다. 

서석대를 향하여 사방이 툭 트인 길을 올라간다. 

왼쪽으로는 광주 시내가, 오른쪽으로는 동복수원지가 내려다보인다. 13시 10분 서석대에 도착한다. 

발 1,100m에 위치한 서석대는 입석대와 같은 돌기둥으로 거대한 병풍을 둘러 쳐놓은 것 같다. 군사시설로 출입이 통제되어 철조망이 가로막혀 정상까지는 올라갈 수가 없다. 민족분단의 비극이다. 

선돌이 무더기를 이루며 아기자기하게 서 있는 정상은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으로 불리는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천왕봉은 1,187m 높이의 최고봉으로 지왕봉과 인왕봉을 양쪽으로 거느리고 있다. 지왕봉은 일명 비로봉이라고도 불리는데 김덕령 장군이 무술을 연마하고 담력을 길렀다는 뜀바위가 있다. 서석대 쪽에서 볼 때 첫 봉우리인 인왕봉은 정상 세 봉우리 중 제일 낮다. 이름에서도 천(天)·지(地)·인(人)이라는 동양적 가치관이 배어 있다. 13시 25분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하산한다. 13시 45분 장불재에서 이정표 오른쪽 산장으로 향하는 길(군사도로)을 버리고 중머리재로 내려선다. 돌계단 내림길은 녹지 않아 미끄러워 곳곳에서 넘어지는 사람들이 보인다. 14시 용추삼거리에서 중봉 쪽으로 오르며 너덜지대에서 서석대를 바라본다. 나무들 사이로 서석대의 수직바위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14시 10분 중봉하단부을 지나 10분을 더 올라 중봉(해발 915m)에 도착한다. 

서석대는 광주 시내가 있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어 저녁노을이 물들 때 햇빛이 반사되면 수정처럼 강한 빛을 발하면서 반짝거리기 때문에 '수정병풍'이라 부른다는데 중봉에 올라서 그 모습을 본다. 
 
헬기장을 지나 KBC(광주방송) TV 무등산 송신소와 MBC TV 무등산 송신소 철조망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내림길로 내려선다. 형형색색의 등산복 차림을 한 등산객들이 길을 잡고 무리 지어 앞서 내려간다. 

14시 50분 동화사터에서 곧바로 내림 능선을 타고 10여분간 내려오다 표시기가 붙어있는 왼쪽 산죽나무 오솔길로 접어든다. 폐쇄된 등산로로 약간 험한 내림길이다. 덕산너덜지대를 지나 15시 20분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바람재(해발 470m) 표지석이 반긴다. 

네 갈래 길이다. 포장도로 오른쪽은 무등산장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토끼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낙타봉을 거쳐 전망대로 가는 길 왼쪽에 가파른 내림길이 증심교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2-3분 내려서면 덕산샘 약수터이다. 시원한 약수로 갈증을 달래고 하산을 재촉한다. 10여분 빠르게 내려오면 바람재 0.8km 증심교 0.8km 이정표를 만나고 7-8분 더 내려오면 물통집이라는 산 속 음식점이 보인다. 

이곳에서 3분 정도 내려오면 증심교이다. 

식당이 즐비하고 각종 먹거리가 풍부하여 새인봉에서 내려오는 등산객과 토끼봉에서 하산하는 등산객들의 발길을 잡아 등산객들로 붐빈다.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터벅터벅 5분 정도 내려서 문빈정사 앞에서 대기중이던 산악회 버스에 올라 배낭을 벗어놓고 길 옆 공터에서 삶은 달걀을 안주 삼아 막걸리로 하산주 한 잔씩 하고 컵라면으로 시장기를 속인 후 대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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