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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공원

대둔산

2004년 1월 20일 (화)

유등교를 건너 바로 우회전하여 635번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복수동 갈림길에서 17번 국도로 갈아타고 진산을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면 배티재 정상(해발349m)에 도착한다. 배티재는 충남 금산군 진산면과 전북 완주군 운주면을 가르는 접경지에 위치한 고개로 이치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조선 선조(1592년) 7월에 광주목사 권율이 관군과 의병을 이끌고서 왜적을 물리친 현장이다. 권율 장군은 이곳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훗날 행주산성에서도 큰 전과를 올렸다. 이 고개는 조국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목숨을 아끼지 않은 선열들의 충정과 용기가 담겨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8시 50분 배티재를 넘어 곧바로 대둔산 주차장에 도착한다. 

대둔산이라는 이름은 '큰 봉우리에 나무와 풀이 무성히 자라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충남 금산군과 논산시, 전북 완주군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대둔산은 충남과 전북, 두 도에서 똑같이 도립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남쪽인 전북쪽의 대둔산은 산세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북쪽인 충남쪽은 비교적 완만하면서 수림이 좋다. 평일 아침이고 추운 날씨 때문인지 주차료를 징수하는 사람이 없다.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마치고 집단시설지구를 지나 기동 매표소로 향한다. 9시 정각. 대둔산 온천 관광호텔을 지나자 동심 바위 0.6km 금강 구름다리 1.0km 마천대 1.7km 라고 쓰여 있는 커다란 안내판이 보인다. 

매표소에도 사람이 없다. 케이블카 타는 곳을 지나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는 눈 쌓인 포장도로를 따라 혼자 오르기 시작한다. 언젠가 읽은 서산대사의 글이 생각난다. 순천의 향림사라는 작은 절의 벽에 쓰여있다고 한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1990년 11월부터 해발 600m 지점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운행하고 있다. 사진 작가인 듯한 사람이 케이블카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등산로는 완만하다. 9시 5분 입장휴게소에 도착한다. 

휴게소 뒤편에 '동학농민혁명 대둔산항쟁전적비'가 세워져 있고 정상인 마천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19세기말 일본이 조선을 침략했을 때 농민들이 봉기하여 부패한 조정과 일본군에 맞서 싸웠는데 동학농민군 천 여명이 3개월 동안 항쟁하던 역사의 현장이다. 경사가 급한 돌계단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9시 20분 구멍이 뚫린 철제계단과 눈 덮인 돌계단을 번갈아 오르면 계속해서 돌계단이 이어지고 그림자만이 동행한다. 계곡은 동면에 들어가고 물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9시 30분 동심정휴게소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동심바위에 다다른다. 신라 보문왕때 국사 원효대사께서 처음 이 바위를 보고 발이 떨어지지 않아 사흘간 바위 안에서 지냈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다. 바위 앞 정자 쉼터에서 잠시 가던 길을 멈춘다. 주위에는 군데군데 앙증맞은 돌탑이 있고 멀리 위쪽의 기암절벽 상단에 뿌리를 내리고 함박눈을 뒤집어 쓴 채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계속되는 계단 오름길이다. 등산로가 좁아지며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9시 50분 금강문에 도착한다. 임진왜란때 영규대사가 왜병과 싸우기 위해 이 금강문을 통과하였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케이블카/용문굴(100m)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금강구름다리 삼선계단(400m) 가는 길이다. 
 
철제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돌계단을 5분 정도 올라 금강문을 지나면 금강구름다리 전망대에 도착한다.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임금 바위와 입석대 사이의 높이 81m 허공에 매달린 길이 50m, 폭 1m의 철제 다리 위에서 아래로 굽어보는 바위산들과 겹겹이 선을 긋고 있는 능선들의 전망이 매우 좋다. 

나무 가지마다 온통 설화가 만발해 설경이 더욱 장관이다. 
 
암봉과 제각각 다른 모습의 바위가 그 자태를 드러낸 위로 흰 눈이 쌓인 풍치는 대자연이 빚은 조각 전시장이다. 
 
마천대를 비롯하여 사방으로 뻗은 산줄기는 기암단애와 수목이 한데 어우러져 남한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10시 5분 금강 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있다. 

일제 치하에서 독립 운동을 하던 동학교도 26명이 항전하다 끝내는 어린이 1명만을 남기고 전부 전사하였다는 역사의 현장이다. 몇 걸음 더 내리면 삼선바위다. 고려말 한 재상이 딸 셋을 거느리고 나라가 망함을 한탄하며 이 곳에 기거했는데 딸이 선인으로 돌변하여 바위로 변했는데 그 바위형태가 삼선인이 능선아래를 지켜보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삼선바위라 했다고 전한다. 

삼선계단을 오르기 직전 전망대에서 설경을 다시 감상하고 삼선계단을 천천히 올라선다. 

거의 수직처럼 보이는 길이36m, 경사 51도, 폭이 매우 좁은 127개의 철사다리로 오르기만 할 뿐 내려오지는 못하도록 되어 있다. 

다 올라서면 마천대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앙상한 가지 위에 핀 설화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한다. 계속 이어지는 돌계단을 올라 10시 30분 마천대와 낙조대 사이의 안부에 도착한다. 

마천대휴게소 정상 기념 스카프를 판매하는 노점상이 자리하고 있다. 

낙조대(0.9km) 마천대(0.15km) 이정표가 보인다. 용문굴은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6분 정도 가야한다. 

빙판으로 미끄러운 길을 밧줄에 의지한 채 마천대에 오른다. 

10시 40분 원효대사가 하늘과 바로 맞닿았다는 뜻으로 이름 붙인 마천대 정상(878m)에 도착한다. 

마천대 정상에는 정상비가 없고 개척탑이 있는데 안내판이 없다. 대둔산은 한국 8경의 하나로 최고봉인 마천대를 중심으로 기암괴석들이 각기 위용을 자랑하며 남으로 전북 완주군 운주면, 서북으로 충남 논산시 벌곡면, 동으로 금산군 진산면 등에 걸쳐 있다. 

잠시 후에 수락계곡 쪽에서 오른 젊은 부부가 도착한다. 서로 기념 사진을 부탁하고 차 한잔 마시는 사이 내려간다. 정상에 혼자 남아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이른 점심식사를 한다. 참새 두 마리가 점심 식사를 함께 하자며 조른다. 

11시 20분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름길로 되돌아 천천히 하산한다. 11시 45분 금강문 입구에서 왼쪽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향한다. 케이블카 타는 곳 아래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능선을 따라 잠시 가니 하산하는 계곡길이 있다. 발목까지 눈 쌓인 돌길을 따라 내려오니 미끄러워 위험하다. 길이 지그재그로 난 비탈길로 힘있게 내려간다. 등산객을 전혀 만날 수 없다. 오른쪽으로 바로 내려서기로 한다. 가파른 경사를 5분 정도 지나 가시덩굴과 잡목지대를 지나면 길은 부드러워지고 묘도 눈에 띄어 거의 내려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밭을 지나 곶감을 말리고 있는 창고 앞을 기웃대자 개들이 짖기 시작한다. 12시 45분 주막 대둔산장 앞으로 내려와 17번 국도와 만나면서 산행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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