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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공원

선운산종주

⊙산행일 : 2005년 11월 27일 (일)
⊙산행코스 : 문학비공원-형제봉-구황봉-비학산-청룡산-낙조대-천마봉-낙조대-견치산-마이재-석상암-선운사-주차장(약 7시간 소요)

 

6시. 아직 어두움이 채 물러나지도 않은 시각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식구들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집을 나선다. 10여분 걸어서 세이브존 앞에 도착하니 청계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회원들이 한 분 한 분 도착한다. 잠시 후 산악회 버스에 오르니 여기저기 반가운 님들의 얼굴이 보인다. 버스는 시민회관을 거쳐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해서 남부순환도로를 이용하여 호남고속도로 접어든다.

 

오늘 산행은 선운산이다.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의 경계에 속해있는 선운산은 본래 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도솔왕비와 진애공주를 데리고 입산수도했다하여 도솔산이라 불렀으나 백제때 창건한 선운사로 인해 선운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선운이란 이름은 참선와운(參禪臥雲. 구름에 누워 참선을 한다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해발 336m의 선운산은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으로 인해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선운산은 선운사를 둘러싸고 있는 도솔산(수리봉)을 의미하기도 하나 선운사를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는 산군(山群)을 일컫기도 하다.


7시 40분. 여산휴게소에 도착하여 20분간 정차한다.

 

 

호남고속도로 확장 기념각(팔각정)에서 커피와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15분 정도 더 진행하여 전주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27번 국도를 타고 순창방향으로 향한다.


8시 40분. 서해안고속도로 동군산톨게이트 진입하여 목포방면으로 25분 정도 진행하고 선운산톨게이트를 빠져나와 22번 국도를 타고 부안방향으로 진행하다보면 선운사이정표를 만난다. 길가에 풍천장어 간판이 즐비하다.

 

 

풍천은 지명이 아니고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곳으로 바닷물이 들어올 때 육지를 향해 바람을 몰고 오는 것을 가리켜 풍천이라고 하며 이 곳에 서식하는 장어를 풍천장어라 한다. 옥황상제가 고창에서 온 사람들에게 풍천장어의 맛에 대해서 물어본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자연산은 1970년대 이후에 씨가 마르고 지금은 갯벌에서 양식하고 있다고 한다. 알바를 하면서 곳곳에서 풍천장어를 양식하는 갯벌을 보았다.

 

선운산 종주 산행은 풍천장어 본가(식당)에서 왼쪽 삼인종합학습원(삼인초교였으나 폐교됨)으로 들어가 문학비(조각)공원에서 시작한다.

 

 

 

9시 35분. 조각공원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표지리본이 많이 매달린 산행들머리로 들어선다.

 

 

주위는 짙은 안개속에 잠겨 있고 길을 덮은 낙엽은 나그네들의 발길을 푹신하게 받쳐주며 늦가을의 정조(情調)를 더한다. 도시에서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던 낙엽이 자연속에 있으니 참으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완만한 산길을 오르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포근한 날씨에 곧바로 재킷을 벗어 배낭에 쑤셔 넣고 천천히 오른다. 묘지에는 철늦은 단풍이 나그네들의 눈길을 끈다.

 

 

산행을 시작한지 40분. 첫 번째 봉우리인 형제봉을 지나면 산죽사이로 평탄하고 걷기 좋은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내리막길에서 선행하시던 오아시스님이 발이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얼굴을 나뭇가지에 부딪혀 고운 얼굴에 상처를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10시 30분. 성균진사묘가 있는 봉우리에 도착하니 옛날 성터인지 성곽 흔적이 보인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5분간 휴식을 취한다.

 

 

 

조금 내려서자 조망이 좋은 바위에 닿는다. 운무 때문에 조망은 거의 없고 구암제(저수지)와 선바위만이 뿌옇게 조망된다.

 

 

구황봉에서 내려서 왼쪽으로 산허리를 감아 돌자 선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선다. 선바위를 옆으로 스쳐 지나간다.

 


 

11시 10분. 안장바위와 병풍바위가 점점 가까워지고 숨가쁘게 3분 정도 치고 올라 안장바위와 병풍바위 옆을 스쳐 지나간다. 뒤돌아보니 병풍바위 뒷모습이 웅장하다.

 


 

부드러운 길을 빠른 걸음으로 20분 정도 진행하면 병풍바위 1.8km 비학산 1.2km 이정표가 보이고 6-7분 정도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면 길은 다시 부드러워진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20분. 비학산에 도착한다. 학이 날아오르는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인 듯 한데 잡초로 뒤덮인 헬기장에 삼각점과 지워진 표지판만 눈에 띤다.


3분 정도 진행하여 내리막길 직전 조망 좋은 바위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식사 전에 킬리만자로님이 준비한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목마름을 달래고 식사 후 역시 킬리만자로님이 건네는 따뜻한 커피의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면서 행복감이 밀려온다.

 


 

12시 35분. 식사와 휴식을 끝내고 청룡산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내려서자 희어재에 닿는다. 왼쪽으로 아산 월성 0.8km 직진하면 쥐바위 1.1km 오른쪽으로 도솔재 3.1km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이다.  

 

 

직진하여 10분 정도 오르막길 오르면 쥐바위와 바위절벽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새의 부리 모습을 한 바위 지나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에 올라서면 왼쪽 산 아래로 은빛 반짝이는 평지저수지와 평지마을이 평화롭게 보인다.

 

 


 

10분 정도 더 진행하면 길이 갈라진다. 왼쪽 청룡산 1km 낙조대 2.5km 오른쪽은 사자암 1.5km 투구바위 2.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왼쪽길로 진행한다.

 

 

쥐바위로 오르는 길에는 여러 기의 조그만 돌탑이 반긴다.

 


 

비학산을 떠난 지 50분. 쥐바위에 닿는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조망된다. 오른쪽으로 계곡 건너에 배맨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조망된다. 이곳에서 보는 배맨바위는 영락없이 남쪽으로 기어가는 거북의 형상이다.

 

 

 

굵은 밧줄을 잡고 쥐바위를 내려서면 청룡산 1km 이정표가 서 있다.

 


 

쥐바위에서 20분이면 청룡산에 도착한다. 삼각점이 있는 청룡산 정상에서는 도솔계곡을 가운데 둔 선운산의 전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리면과 아산면 일대의 추수가 끝난 드넓은 들판은 황량하다. 이정표에는 왼쪽으로 해리 하련 1.5km 배맨바위 0.4km라고 적혀있다.

 

 

 

13시 40분. 배맨바위를 오른쪽으로 스쳐 지난다. 쥐바위에서 보면 커다란 거북의 형상인 배맨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수시로 모습이 변한다. 옛날에는 바위 밑까지 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배가 드나들 적 배를 묶어 두었다고 한다.

 

 

낙조대 1km 이정표에서 15분 정도 지나 만나는 철계단을 내려서면 해넘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낙조대에 닿는다. 

 

 

 

 

200m 오른쪽으로 비켜 자리잡은 천마봉에 서면 도솔암과 바위 끝에 걸친 내원궁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솔암 부근은 바위의 전시장이다.

 

 


 

14시 10분. 낙조대 갈림길로 되돌아와 천상봉으로 향한다.

 

 

드라마 <대장금>의 최상궁 자살 장소라는 푯말을 지나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용문골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100m정도 떨어진 곳에 용문골이 있다. 낙조대에서 천상봉으로 가는 길은 도솔계곡을 감싸고 있는 선운산의 산줄기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천상봉을 내려서면 왼쪽으로 소리재 0.2km 이정표가 보이고 곧바로 소리재에 닿는다. 갈림길이다. 왼쪽은 해리면 2km 오른쪽은 참당암 1km 직진하면 견치산 0.7km 이정표가 서 있다.

 


 

14시 35분. 견치산이 그 모습을 보이는 곳에서 산으로님과 간식을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개이빨산(견치산)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긴다.

 


낙조대에서 40분이면 개이빨산 도착한다. 개이빨산의 정상은 봉수대가 있던 돌무더기 흔적이 남아 있는 밋밋한 평지다. 멀리서 개이빨 모양처럼 보이던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는 정상 아래쪽 벽에 송곳니처럼 박혀 있다. 이후 길을 잘못 들어 산으로님과 길 없는 산 속을 헤맨다.


16시 40분. 가시에 찔리고 나뭇가지에 긁히고 2시간 동안 우여곡절 끝에 마이재에 도착한다. 수리봉 0.7km, 경수산 1.7km, 석상암 0.8km라고 쓰인 이정표를 보니 너무나 반갑다. 수리봉은 도솔산의 다른 이름이다.

 

 

숲길을 따라 돌 박힌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석상암이 보인다. 석상암은 입적을 앞둔 노스님들이 기거하는 곳이란다.

 

 

석상암을 지나면 층층이 이어지는 차밭이 나타난다. 곤궁한 절 살림을 해결할 요량으로 심은 동백나무처럼 이곳 차밭도 선운사에서 관리하는 절의 재원이라 한다. 선운사까지 0.3km는 널따란 흙길을 따라 걷는다.


17시 정각. 선운산 입구에 도착한다. 연못이었던 곳을 메우고 절을 세웠다는 전설이 있는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검단선사가 창건한 절로서 한때는 89개의 암자를 거느리고 3천 승려가 수도했다는 거찰(巨刹)이었다고 한다. 작년 여름 직장 동료들과 연수차 들렸던 추억을 되새길 겨를도 없이 시간에 쫓겨 지체 없이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일주문에는 "도솔산 선운사"(兜率山 禪雲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왼편에 미당 서정주 시비가 보인다.

 


 

17시 10분. 주차장에 도착하여 버스에 오르니 기다리던 일행들이 고생했다며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 산행에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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