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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북한산-호랑이굴

산행일시 : 2006년 9월 24일(일)
코스 : 효자비-해골바위-숨은벽능선-숨은벽 우회(왼쪽 계곡)-인수삼거리-호랑이굴-백운대-위문-노적봉-노적사-중문-대서문-북한산성매표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오르는 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산. 주말마다 북한산을 찾는 이가 한해 내내 코스를 바꿔도 같은 코스를 걷지 않을 수 있다는 산이 북한산이다.
 
구파발에서 송추로 가는 북한산길을 따라 북한산성입구를 지나면 밤골매표소 전에「박태성 정려비」(효자비) 안내판이 보인다.

9시 50분. 오늘 산행 안내를 맡으신 서울 산벗님의 뒤를 따라 산행들머리로 들어선다. '조선효자 박공태성 정려지비'라 표기되어 있는 효자비를 지난다. 조선조 말기 효자로 널리 알려진 박태성의 효행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조선조 고종 30년(1893)에 세워졌다.
산길로 들어서 10여분 정도 숲속을 진행하자 탁자 하나 놓고 입장료를 징수하는 효자매표소가 있다. 주말과 공휴일 등 등산객이 많은 날에만 운영되는 간이매표소다.

밤골능선 염초봉 구간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는 285봉(쉼터)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진행하면 곧이어 이정표(오른쪽 백운대 왼쪽 밤골매표소)가 서 있는 갈림길을 지나 계곡의 암반지대를 만난다. 이 지점은 밤골매표소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계곡을 건넌 후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한다. 사기막(숨은벽능선)지능선으로 가는 길이다.

이 코스는 다른 북한산코스에 비해 상당히 한적하지만 마지막 백운대로 오르는 길이 호랑이굴을 통해서 연결되기 때문에 최근 들어 상당히 인기가 있는 코스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있는 사기막능선은 숨은벽 암릉으로 가는 코스 중 가장 경치가 좋은 길이지만  휴식년제가 실시되어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2006년 1월 1일 부터 개방되었다.
 
들머리에서 30분. 사기막매표소와 밤골매표소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백운대 1.6km 이정표가 서 있고 여기서 20분 정도 진행하여 능선에 붙으면 나뭇가지 사이로 오봉-자운봉-선인봉 등 도봉산의 암릉이 한 눈에 조망되고 상장봉능선이 계속된다.
쉬어가기 좋은 두 번째 봉우리에 올라 고개를 들자 숨은벽과 백운대의 웅장함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망대쉼터 직전에 위치한 바위슬랩지대를 만난다. 20여 분 오르면 한 사람 겨우 통과할 수 있는 3m 길이의 갈라진 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를 통과하면 바로 해골바위다. 해골바위는 옆이나 가까이에서는 알 수 없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위 윗면에 두 개의 구멍이 파여  해골처럼 보여서 붙어진 이름이다.
왼쪽 약 10m의 긴 슬랩에 붙기 위해서는 슬링이 걸려 있는 2m 높이의 바위를  붙잡고 올라야 하는데 초보자는 올라가기 어렵다. 

슬랩을 오르면 바로 전망대쉼터이다. 사기막능선(숨은벽능선)상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지점이다. 전망대바위에서는 인수봉 숨은벽능선 염초봉 등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벌써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화려한 암봉과 이들 봉우리를 하늘로 밀어 올리는 암벽들의 현란한 역동성, 그 아래로 쭉쭉 뻗어 내린 능선과 계곡의 아름다움이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숨은벽능을 향해 진행한다. 전망대바위에서 조금 가면 550봉을 지난다. 오른쪽으로는 밤골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입산통제 안내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암릉길이 시작된다. 사실 사기막능선 중 이 지점부터가 숨은벽 암릉이라 할 수 있다. '숨은벽'은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있는 능선으로 사람들이 흔히 찾는 우이동 방향이나 산성 쪽에선 보이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50m 대슬랩지대 전까지는 아기자기한 암릉길로 일반 등산객들도 갈 수 있다. 안내판을 지나 약 15분 후면 50m 대슬랩 앞에 서게 된다. 숨은벽의 미끈한 자태가 일품이다. 일명 빨래판 바위라 부르는 이 구간은 릿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위험한 길이다.

여기서 일반 산행객들 대부분은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가지만 정체를 피하기 위해 왼쪽 인수봉과 숨은벽 능선 사이 거친 계곡길로 치고 오른다. 찾는 이가 적어 한적하지만 조금은 답답하다. 길은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거칠어지면서 가팔라진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새벽의 싸늘한 기운에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이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아직은 몸부림치는 여름의 끝자락에 있는 듯 오르막 산등성이를 오르자 땀방울이 얼굴에 맺힌다.
 
25분 정도 오르면 인수봉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눈길을 끈다.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인데 군데군데 많은 사람들이 암벽 타기를 즐긴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오른쪽으로 10여분 오르면 백운대 호랑이굴 아래 V자형 바위안부에 닿는다.

호랑이굴 앞에는 별다른 표시가 없다. 약간 경사진 바위를 오르면 왼쪽으로 빛이 들어오는  두 개의 길이 있다. 아래쪽은 틈이 좁고 위쪽은 비교적 틈이 넓다. 위쪽 틈으로 들어가자 바위가 45도 경사를 이루고 천정 또한 경사를 이루어 통과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10m 정도의 길을 빠져 나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인수봉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여기에서 20m 슬랩은 조심만 하면 크게 어렵지는 않다. 이어서 경사 70도의 6-7m 높이 바위에 매달린 와이어 줄이 기다린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30분. 오른쪽으로 망경대와 정면으로 인수봉이 바라다 보이는 암반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인수봉을 암벽을 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마치 줄에 매달려 인형극 하는 인형처럼 느껴진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10분 정도 올라 백운대에 도착한다. 인파를 뚫고 태극기 펄럭이는 정상에 서면 원효봉에서 염초봉을 타고 백운대로 이어지는 대암릉, 백운대에서 인수봉 사이의 작은 바위 봉우리에서 시작되는 숨은벽 능선의 파노라마가 장관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말바위에서 릿지하는 사람들이 위태해 보인다.

왼쪽 스타바위 위로 망경대와 오른쪽으로 노적봉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망경대-왼쪽 하단부가 스타바위 : 이곳을 오르면 아래에서 바라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어 스타가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쇠난간에 의지해 암벽 아래 위문으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고 정체가 심하다. 오리바위를 지나자 정체가 풀리기 시작하고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위문을 통과하여 오른쪽 노적봉으로 향한다.
대동문, 대남문, 대서문으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20분 정도면 노적봉에 닿는다. 보조자일을 이용해서 노적봉 정상에 선다.  북한산성 매표소에서 바라본 봉우리 모양이 노적가리처럼 생겨 노적봉(716m)이라 한다.
 
북한산 여러 봉우리 중 백운대 남쪽에 있는 노적봉은 백운대와 인수봉에 가려 찾는 이가 비교적 드물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300여m의 백운대 남벽은 장엄한 서사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고,  북한산을 삼각산이라 부른 이유를 알 것 같다.
▲백운대
▲망경대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 산천을 떠나고저 하려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이 시조는 병자호란 (1636~1637)때, 끝까지 척화 항전(斥和抗戰)을 주장하던 청음(淸陰) 김상헌이 패전 후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가면서 부른 노래로, 비분 강개한 심정이 응어리져서 나타난 작품이다.

서울 근교의 산 가운데 가장 높고, 산세가 웅장하여 예로부터 서울의 진산(鎭山)으로 불렸던 북한산(北漢山 836.5m)은 한강(漢江) 이북에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오늘날 주객이 전도되어 '북한산'을 산의 본명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북한산’이라는 명칭은 백제시대 이래 한강 유역을 뜻하는 행정지명에서 기원하였고 산이름으로 부르지는 않았다.
 
백제의 시조 온조가 처음 한강 이북 하북위례성에 도읍하여 정착하였다가, 온조왕 14년(B.C5) 한강 이남으로 천도한 뒤 한강 이북지역을 북한산, 한강 이남지역을 남한산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백제에서는 주로 이러한 뜻으로 북한산이란 명칭을 사용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세 개의 뿔을 가진 산이라고 하여 삼각산(三角山)이라고 불렀다.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북한산은 최고봉인 백운대(白雲臺)와 그 동쪽에 암봉으로 이루어진 인수봉(仁壽峰), 남쪽의 만경대(萬景臺: 일명 국망봉)의 높은 암봉이  뿔처럼 솟아 올랐다하여  유래된 지명이라는 설이 있다. 

▲백운대 인수봉 망경대
 
세 봉우리의 명칭 중 ‘백운대’는 태조 이성계가 이 산에 올라 「손으로 넝쿨을 휘어잡으며 푸른 봉우리로 올라가니 백운 가운데 암자 하나 높이도 자리 잡고 있네. 눈에 보이는 곳 다 가져다 우리 땅 삼는다면 오월의 강남 땅 어찌 받아들이지 못하리」라고 읊은 시구 중의 '백운'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며, 남쪽의 ‘만경대’는 태조가 무학대사와 함께 이곳에서 국도를 논의 했다하여 '국망봉'이라 불리어졌고, 동쪽의 ‘인수봉’은 「인자요산 인자수」(仁者樂山 仁者壽)의 뜻을 따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다시 노적봉을 내려와 계곡길을 따라 내려선다. 노적사에서 생명수를 보충하고 뒤돌아보니 하늘을 받치는 기둥처럼 솟구친 인수봉의 웅장함이 절 집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중성문을 통과한다. 중성(中城)은 북한산성 축성 다음 해인 숙종 38년(1712)산성 수비 보완책으로 축조한 성이다.

이곳에서 제대로 된 노적봉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길옆 양쪽으로 음식점이 즐비한 식당가에서 대왕석상이 눈길을 끌고 노천식당은 넘치는 산행인파로 북새통이다.
뒤돌아보니 우뚝 솟은 오른쪽 의상봉과 왼쪽 원효봉이 잘 가라 다시오라며 손짓한다. 태산준령이 아니면서도 깎아지른 듯한 바위 봉우리와 험준한 산세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이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원효봉 백운대 노적봉
▲의상봉
 
대서문은 북한산성의 중심이 되는 성문이다. 성문을 감싼 담쟁이는 낙엽이 지는 식물로 덩굴손 끝에 흡착뿌리가 있어 나무나 절벽을 타고 오른다. 하얀 분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는 열매는 가을이 되면 까맣게 익어간다.

대서문을 빠져나오면 북한산성매표소까지 셔틀버스가 무료로 운행된다. 셔틀버스가 다니는  포장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숲길 하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노적봉에서 1시간 30분이면 북한산성매표소에 닿는다. 제1 주차장에서 도착하여 6시간 30분 동안의 산행은 종료된다. 
 
효자비 옆 무명식당에서 뒤풀이가 이어지고...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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