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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내장산-백암산종주

산행일 : 2006년 11월 5일(일)

산행코스 : 추령→등산로입구→매표소→장군봉→연자봉(문필봉)→신선봉→까치봉→(리턴 해서) 갈림길→소등근재→순창새재→상왕봉→백학봉→백양사→주차장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올 가을이 다 가기 전에 3년 전 황홀했던 단풍산행의 추억을 잊지 못해 다시 똑 같은 코스로 떠나는 귀연의 호남정맥종주 팀을 따라 나섰다.

 

유성나들목으로 진입하여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던 산악회 버스는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다가 백양사나들목을 빠져나가 29번 국도를 타고 진행하여 개운치에서 정맥 팀을 내려놓고 다시 추령에서 나머지 일행을 내려놓은 후 바삐 백양사로 가버린다.

 

정맥 팀에 비해 시간 여유가 있어 근처 추령장승촌에 들린다. 추령장승촌은 순창군이 장승촌 옆에 임도를 개설한다며 기존 시설을 철거해 주변 길가와 공터에는 뽑히고 꺾인 장승들이 흉물스럽게 쌓여있어 실망스럽다.

 

아주 옛적부터 마을 어귀마다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서서 푸근함과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장승은 현대화의 물결 속에 슬며시 자취를 감추게 됐지만 이곳 추령장승촌에는 낼름 혀를 내민 뱀장승 등 12지신 상을 비롯해 갖가지 형태의 장승들과 해학적인 얼굴에 순박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장승들이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8시 50분 산행 들머리로 들어선다. 산행은 추령 고갯마루에서 시작한다. 해발 320m 추령은 여름철 서늘한 날씨, 겨울철 설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을의 아름다움을 따라올 수 없어 일명 가을재, 즉 추령이라 불린다.

 

처음부터 조금씩 오름길이다. 15분 정도를 오르다 갑자기 급경사 내림길을 빠르게 3-4분 내려와서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매표소가 있는 유군치까지는 능선이 완만해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문화재관람료가 추가되지 않아 공원 입장료만 내면 된다. 천둥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더니 유군이재 매표소를 지나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배낭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챙겨 입는다.
 
오르막 평지 내리막길을 두 세 번 반복하고 길은 갑자기 숨가쁘게 오르도록 하더니 장군봉을 100m 남겨 놓은 안부에서 잠시 쉬어간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곧바로 단숨에 장군봉에 오른다. 장군봉은 내장산 남쪽 끝에 위치한 높이 696m의 봉으로 임진왜란 때 당시 희묵대사의 승군들이 머물던 곳이였다하여 장군봉이라고 한다. 다행히 날이 개이기 시작한다.
 
표시기를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면 키만큼 자란 산죽나무 사이로 능선이 이어진다. 부분적으로 암릉이지만 서래봉과 같은 날카로움이 아니라 주위 경관을 즐기면서 하늘금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부드러움이 있는 암릉이다.
 
연자봉에 오른다.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연자봉에서 신선봉에 이르는 구간은 잠깐의 너덜지대를 빼고는 걷기 좋은 흙길이다. 갈림길 안부가 나오고 직진하면 정상인 신선봉으로 가는 길이다. 암릉을 오르자 금선대에 도달한다.

 

금선대는 여러 명이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는 두 개의 암봉으로 이곳은 옛날 선인들이 하늘 나라로부터 하강하여 선회할 때 선녀들이 시중을 들었던 곳이라 한다. 바위 너덜지대를 5분 정도 더 올라 신선봉에 도달한다. 신선봉에는 헬기장이 있고 비교적 조망이 좋아 불출봉, 서래봉이 눈에 들어오고 지나온 장군봉도 한 눈에 조망된다.

 

갈증을 달래기 위해 한 사발에 2천원하는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잠깐의 휴식은 한 후 오른쪽으로 보이는 까치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완만한 산죽나무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몇 개의 암봉이 군데군데 길을 막아선다. 암봉 왼쪽으로 길이 보인다. 헬기장을 지나 숲 속 그늘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신선봉 1.2km, 소둥근재 2km, 까치봉 0.3km 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다. 직진하면 까치봉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이 호남정맥길로 백암산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왼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까치봉에 오르고 싶은 마음에 까치봉으로 향한다. 까치봉까지 300m 구간은 약간 험난한 암릉 구간이다.

 

까치봉은 두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장산의 제2봉이며 아홉 봉우리의 중심에 해당된다. 까치봉 암벽에 테를 두른 듯 뿌리내린 소나무들이 인상적이다.
 
수많은 능선과 사이사이 계곡이 연출하는 산 주름의 장관이 단풍과 어우러져 내장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래봉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옛날 내장사(현재는 벽련암) 전경이 숲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내장산은 원래 본사 영은사(本寺 靈隱赦)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이라고 불리었으나 많은 굴곡의 계곡이 양(羊)의 창자와 비슷해서 많은 인파가 몰려와도 계곡 속으로 들어가면 어디에 그 많은 인파가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 마치 양의 내장(內贓) 속에 숨어 들어간 것 같다하여 내장산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구례의 지리산,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천관산, 부안의 능가산(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의 하나로 기록돼 있다.

 

까치봉(717m)에서 연지봉 방향으로 잠깐 내려섰다가 지도를 확인하고 걸음을 되돌려 소둥근재 표지판이 있는 갈림길에서 백암산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며 조릿대 지대이다. 100여m를 가파르게 내려서고 완만한 능선길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걷다보니 소동근재에 다다른다. 산이 좋아 산에서 일생을 마치신 님의 영전에... 청동으로된 "도토리 산우회의 故 주도식" 위령비문이 이 곳이 소죽엄재의 입구임을 알게 한다.
 
안내판에는 입암산성 4.2km, 내장사 7km, 서당골 3km 로 되어 있다. 호남정맥 마루금은 능선으로 이어지지만 일반 종주길은 계곡을 건넌다. 상왕봉쪽으로 길을 잡고 산행을 계속한다. 순한 흙 길에 낙엽이 쌓여있는 부드러운 산책로 같은 전형적인 등산로를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순창새재에서 호남정맥 마루금과 만난다. 오름길이 시작된다. 상황봉 2.2km 이정표에서 10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백암산 정상인 상왕봉(741.2m)에 도착한다. 백암산은 흰 암봉을 안은 산이라고 하여 백암산이라 불린다.

 

정상 진입 바로 전에 갈림길에서 왼쪽이 호남정맥 길이고 정상에서 서쪽으로 직진하는 길은 사자봉을 거쳐 백양사로 가는 길이다. 백암산 주봉인 상왕봉 정상은 바위로 되어 있으며 바로 옆에 사자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지나온 능선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부터 백학봉까지는 산죽군락지로 산죽나무 사이로 등산길이 있다. 중간 지점에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분재처럼 서 있어 잠시 쉬어가게 한다.
 
키만큼 높이 자란 산죽을 거쳐 내리막길을 지나자 갈림길이 나오고 이어 헬기장이 보인다. 왼쪽 길은 곡두재로 이어지는 호남정맥길이고, 오른쪽 길은 백학봉(0.7km)을 거쳐 백양사 (2.4km)로 가는 길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른쪽 길로 들어서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가니 백학봉이 나오고 산 아래로 마을과 바위 절벽이 보인다.

 

정상은 밋밋하지만 백암산에서 뻗어 내린 백학봉은 해발 630m의 거대한 바위봉으로 마치 그 형태가 '백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백학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백학봉에서는 백양사와 일대 계곡의 단풍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첫 번째 철계단을 내려서면 학바위가 막아서는데 학바위는 백암산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전망대. 이곳에 올라서면 절벽 아래로 오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단풍이 넋을 앗아가고 숲 속에 빠져있는 백양사가 그림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부터 약사암까지는 경사가 급한 철계단과 아주 긴 나무계단을 지나고 돌계단과 철계단을 반복해서 내려간다.
 
무릎에 무리가 올 수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서 내려서야 한다. 오른쪽으로 약사암 영천굴 약수터가 보인다. 한 바가지 떠서 갈증난 목을 축이고 빈 수통에 채운다. 이곳부터 백양사까지는 0.9km. 곳곳에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국기제를 올리는 제단(국기단)이 보이고 계곡천 오른쪽에 위치한 백양사에 도착한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때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명찰로 본래 이름은 백암사였는데, 조선 선조 때 환양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법할 때 수많은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법회가 3일째 되던 날 하얀 양이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었고, 7일간 계속되는 법회가 끝난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나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으로 변했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하여 천국으로 가게 되었다'고 절을 하였다 한다. 이튿날 영천암 아래에 흰 양이 죽어 있었으며 그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경내와 대웅전 주위에 큰 나무들은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형형색깔 단풍이 물들어 백양사지구에서는 가장 현란한 색감들을 자랑하고, 연분홍 단풍을 담은 쌍계루 연못은 한 폭의 풍경화를 방불케 한다.
 
백양사는 다른 지역의 단풍보다 잎이 작고 색깔이 고운 애기 단풍이 일품이다. 매표소에서 백양사까지 이어지는 약 30분 거리 구간의 도로 양옆과 백양사 주위에는 강렬한 빛깔의 단풍이 이글거린다. 가을 가뭄으로 예전만 못하지만 사치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빛을 자랑하는 단풍 숲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산행은 끝이 난다. 5시 40분 산행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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