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7년 1월 7일(일)
산행코스 : 무주리조트(곤돌라)-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송계삼거리)-동엽령-칠선계곡-칠선폭포-문덕소-안성탐방지원센터
새해 첫 번째 맞은 일요일 무주리조트로 향했다. 가장 편안하게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1614m)에 오르기 위해서다.
스키장에서 운행하는 관광 곤돌라(운행은 오전 9시∼오후 4시, 요금은 왕복 1만원. 문의 무주리조트 063-322-9000)를 타고 향적봉 턱밑의 설천봉(1525m)까지 오른다. 그 덕분에 힘 안들이고 발아래 펼쳐지는 무주군 안성면의 너른 땅과 남덕유의 장쾌한 백두대간 산줄기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린다.
설화가 만발한 고목나무에서 겨울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재빨리 카메라에 몇 커트를 담고 칼바람을 피해 식당으로 들어서자 창밖으로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상제루에서 간단한 시산제를 올리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루떡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다음 향적봉으로 향한다. 귀연의 나선생님을 만나니 더욱 반갑다. 폭설로 호남정맥 종주 산행이 취소되어 이곳을 찾으셨다고 한다.
향적봉은 그리 멀지 않다. 기껏해야 20분 정도 걸리는 산보 코스다. 새하얀 눈꽃 터널을 지나는 등산객들의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향적봉 자체는 백두대간 봉우리가 아니다. 그러나 덕유산의 장쾌한 백두대간 마루금과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기막힌 산경을 감상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향적봉 정상에 서니 세상이 온통 ‘산의 바다’처럼 보인다. 북으로는 민주지산, 대둔산, 황학산, 가야산이 보이고 남으로는 무룡산 삿갓봉 등 남덕유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제 내린 폭설로 설국을 이룬 덕유산 산정은 하나의 별세계였다. 가지에 붙은 눈은 강풍과 혹한에 그대로 얼어붙어 숲은 온통 ‘얼음나무’ 천지였다. 그 얼음가지가 바람이 흔들리며 서로 부딪쳐 내는 소리, 얼음나무 숲 위로 떨어져 부서지는 찬란한 햇빛은 꿈속 세계처럼 환상적이었다. 산이 아니라면, 아니 덕유산이 아니라면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아름다운 산경이다.
향적봉 아래 좁은 대피소에는 늦은 아침인지 아니면 때 이른 점심인지 모르는 식사를 하는 인파로 북적인다. 철탑 선 봉우리 옆으로 불쑥 솟은 중봉(1594m)까지 거리는 1km. 눈이 덮여 있어도 산책로처럼 편안하다. 길을 막아선 고목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로 약간 지체가 된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산마루를 따라 걷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중봉을 거쳐 백암봉으로 향한다. 그 길은 중봉 아래 펼쳐진 넓은 구릉의 덕유평전(1480m)을 지난다. 거리는 중봉에서 1km가 조금 넘는다.
동화의 나라로 들어선다. 갈수록 더 멋진 설국이 펼쳐진다.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한 사진작가들의 기다림을 외면하고 끝내 해는 구름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눈꽃, 얼음꽃이 핀 키 작은 나무의 숲을 지나 백암봉에 오르니 비로소 덕유산이 영호남의 분수령임을 확실하게 느낀다. 북쪽의 삿갓봉을 향해 걸으면 오른발은 거창 땅을 밟고 왼발은 무주 땅을 밟는다.
왼쪽 송계사로 이어지는 길이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사람의 살림살이란 산의 마루금 양편에서 제각각이다. 대간 마루금에 두개의 빗방울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흘러내려 다른 물줄기를 이루듯 그 물을 마시고 사는 사람들 역시 그렇다.
동엽령을 향해 직진한다. 백암봉에서 거리는 약 2.2km다. 마땅히 앉아서 쉴만한 곳이 없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흰색과 검은색의 두 무채색만으로도 멋진 장관이 연출된다. 약간 험한 내리막길에는 여지없이 정체가 된다.
동엽령(1320m)에 도착한다. 그대로 직진하면 무룡산을 지나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산까지 이어진다. 동엽령은 무주군 안성면과 거창군 북상면을 잇는 고개로 서쪽 계곡을 '안성계곡', '칠연계곡', '용추계곡'등 여러 이름으로 부른다. 왼쪽 병곡리로 내려가는 길에 나무 쉼터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는 일행을 뒤로하고 오른쪽 칠연계곡으로 내려선다.
칠연폭포삼거리에서 왼쪽 칠연폭포(0.3km)를 향해 계단을 오른다. 오늘은 아무도 지나간 이가 없어 간밤에 내린 눈이 그대로 있다. 5-6분 진행하자 겨울 동면중인 칠연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7개의 연못이 연이어 있다고 해서 칠연폭포라 부른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안성 탐방지원센터로 향한다. 중간에 오른쪽으로 보이는 문덕소 역시 동면중이다.
주차장을 지나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마을 앞 소나무 숲까지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긴다. 약 4시간 소요. 산악회에서 제공한 김치 떡국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버스에 오르니 나른함이 온몸에 기분좋게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