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스케치

개골산 2편

2일째.

아침 6시 30분 눈을 뜬다. 편한 잠을 잤다. 공동샤워실에서 세수를 하고 식당으로 이동한다.

아침식사는 6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온정각 서관 관광식당에서 한식뷔페로 제공하는데 야채 쌈은 제공하지 않는다.


8시 25분. 온정각 서관주차장에서 축복서비스를 받으며 만물상으로 향한다. 매일 아침마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남쪽으로 돌아갈 때 현대아산의 금강산본부장을 비롯한 현대백화점직원들과 김정숙휴양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현대의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모두 나와서 손에 곰인형을 끼고 흔들며 축복서비스를 한다. 이 축복서비스는 어디를 가나 축복 받으라는 의미라고 한다. 만물상까지는 셔틀버스로 약 25-30분 소요된다.


북측 식당인 금강산 옥류관(예약이 원칙이나 이용객이 적을 때는 예약 없이도 직접 가서 이용이 가능하다)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금강산 온천장을 지난다. 옛날 산길을 셔틀버스 한 대가 겨우 오르도록 시멘트 포장을 했다. 계곡을 따라 만물상으로 가는 험로 왼편에는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관음봉 줄기가 이어진다. 상등봉, 상관음봉, 중관음봉, 하관음봉이 연이어져 관음연봉이라 부른다. 산세가 너무 험준해 그 날카로움을 달래 보려고 자비로운 관음보살의 이름을 빌어 관음봉이라 했다고 한다. 동면중인 관음폭포가 보인다.


곧이어 여섯 개의 바위가 마치 꽃봉오리처럼 보인다하여 이름 붙여진 육화암이 그 모습을 드러내자 조장이 시 한 수를 읊는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걸음마다

넋을 잃고 바라보니

산은 푸르고 바위는 흰데

그 사이 꽃들이 반겨 웃는구나


화공에게 그림을 그린다한들

숲속의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어찌 그린단 말이냐


조선시대 정조 임금이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김홍도에게 금강산을 그리도록 하여 그 그림을 보고 정말 천하제일명산금강산이구나 감탄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홍도인들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어찌 화폭에 담을 수 있었겠는가. 이 시조는 100년 후에 방랑시인 김삿갓이 비록 낮은 신분이지만 자유롭게 금강산을 유람할 수 있는 자기가 임금보다 더 행복하다며 비아냥조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9시.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른 셔틀버스는 해발 660m 만상정이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기념 손수건을 파는 사람, 북한 화가들이 그린 금강산 그림을 파는 사람, 버섯과 우황청심환 등을 파는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이다.


만상정 뒤 좁은 길을 따라가다 하늘로 치솟은 바위 사이에 가파른 언덕을 넘어서면 만물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습경대라 부르는 곳이다.

마치 바위마저도 하늘을 오르고 싶어하는 양, 하늘을 향한 열망이 아로새겨진 만물상의 봉우리들 중에서 중국 장가계의 삼자매봉을 연상케 하는 삼선암(국가지정천연기념물 220호인)은 세 명의 신선이 돌로 굳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왼쪽으로 70여 개의 돌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귀면암이 코앞으로 다가선다. 다시 돌계단을 내려와 천선대로 향한다.

철 계단을 오르면 절부암에 얽힌 사랑의 전설을 설명하는 북측 안내원이 반긴다. 두 개의 바위가 정답게 마주보고 나란히 서 있는데 오른쪽 바위 하단부에 뭔가가 찍힌 자국이 보인다. 전설에 의하면 바위 위에서 하늘나라 선녀가 비파를 타며 놀고 있었다고 한다. 나무꾼이 그 선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한 번 보고 싶어 바위를 기어오르는데 너무 미끄러워 오를 수가 없게되자 화가 난 나무꾼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도끼로 바위를 찍어 생긴 흔적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끊을 절자 도끼부자를 써서 절부암이라 한다.


이 절부암에는 만물상의 동물세계가 펼쳐진다. 북측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눈여겨보면 두더지 한 마리가 머리를 뻣뻣이 쳐든 독사를 피해 어떻게 내려가나 아래를 쳐다보는 형상이고 그 위에서 꼬리치는 도마뱀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아래쪽에는 뚱뚱한 멧돼지 한 마리가 줄행랑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만물상은 세상의 만물을 바위로 빚어 놓았다하여 그 이름이 만물상이라고 붙을 만큼 금강산탐승의 제1경으로 치는데 기기묘묘한 암석과 산봉우리는 필설로 묘사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만상정에서 약 1시간 오르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안심대를 거쳐 망양대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전망대를 거쳐 천선대로 오르는 길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상등봉과 천선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암벽에 설치된 가파른 철계단을 20분 정도 오르면 만물상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천선대가 나타난다. 만물상뿐 아니라 상등봉, 옥녀봉, 천주봉, 천녀봉 등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봉우리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천선대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려는 관광객들로 정체가 심하다. 천선대에서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보는 금강산의 절경은 가히 일품이다. 팔을 벌리고 봉우리에 서면 마치 세상의 꼭대기에 올라 천하를 얻은 듯한 가슴 벅찬 감동이 전해진다.

하늘문을 지나면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미끄러운 철계단과 내리막길을 조심조심해서 내려서면 안심대에 닿는다. 이곳까지 오면 위험한 곳은 다 내려와서 안심된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왼쪽으로 망향대는 눈이 많이 쌓여 통행이 금지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제부터는 올라오던 길로 내려선다.


산행은 천선대까지 1시간 반정도 소요되고 다시 하산하는데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11시 30분. 주차장 도착하여 셔틀버스에 오른다.


금강산호텔을 지나 옥류관에서 하차했다. 옥류관옆에는 김정숙휴양관이 리모델링 공사중이다. 점심식사는 15달러 짜리 쟁반냉면을 주문했다. 먼저 녹두지짐이 제공되고 이어서 쟁반냉면이 시원한 물김치와 함께 나온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담백하기는 한데 소문처럼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점심식사 후에는 온천욕을 하기 위해 금강산온천장으로 이동했다.

온정리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이곳에서 온천욕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조선시대 세조 임금은 피부병으로 고통을 받을 때 이곳에서 온천욕을 하여 효험을 얻었다고 한다. 금강산온천은 지하 203m에서 솟아오르는 천연 용천수를 사용하며 피부질환은 물론 소화불량, 신경근육통, 스트레스 해소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요금은 대인 12불, 소인 10불로 조금 비싼 편이지만 여행의 피로를 푸는데 그만이다. 발맛사지와 전신맛사지도 받을 수 있다.


오후 2시 30분 온정각 동관으로 이동한다. 지난 해 가을 문을 연 온정각동관 1층 현대백화점 푸드코트에서는 볶음밥과 수제비, 칼국수 등의 면류와 치킨, 돈가스 등을 먹을 수 있으며 점심과 저녁만 이용이 가능하다. 7-9달러로 서관 한식뷔페보다 약간 저렴하다. 대형 면세점 이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2층에는 야외휴게소와 금강초롱이란 조용한 카페가 있다. 커피 한 잔(2달러)을 시켜 놓고 넓은 창을 통해 집선봉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다. 서관에서 판매하는 금강산 땅콩이나 북한 과자를 함께 즐기면 좋을 듯하다.


30분 정도 휴식을 하고 서관으로 이동했다. 서관은 면세점(주로 양주와 담배 그리고 수입 건강보조식품)과 각종기념품을 판매하는 쇼핑점이 있다. 식구들을 위한 선물을 구입하고 버스에 오른다. 


오후 3시 40분. 축복서비스를 받으며 버스는 온정각 서관 주차장을 떠난다. 우리를 안내했던 이쁜 정조장은 이곳에서 1년 동안 근무하면서 어제 세존봉을 처음으로 다녀왔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관광도로에서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북쪽 주민들이 사용하는 도로에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들의 모습과 일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한다는 마을버스가 지나간다. 봉화리소학교(4년)와 중학교(6년) 그리고 우체국 등 봉화리 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온정각에서 북측출입국사무소까지는 20분 정도 소용된다. 남쪽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하여 검역질문서와 법무부 입경신고서를 제출하고 세관심사대를 통과한다. 북한술 1병, 양주 1병 담배 1갑까지 통과가 가능하다고 한다.


1998년 금강산은 반세기가 넘는 53년 만에 우리에게 그 자태를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외국 여행처럼 출입경(出入境) 절차를 거치고, 무장한 북한 군인의 감시와 통제를 받다보면 아직도 멀기만 한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요구하는 약간의 제약사항만 지켜준다면 금강산의 진면목을 즐기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 우리의 선조들이 다니던 옛길을 다시 밟으며 금강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여행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캄보디아 1편  (0) 2008.07.17
개골산 1편  (0) 2008.07.17
그 섬에 가고싶다. 제주도 2편  (0) 2008.07.17
그 섬에 가고싶다. 제주도 1편  (0) 2008.07.17
중국 북경/장가계  (0) 2008.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