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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개골산 1편

 

개골산 여행기

여행일시 : 2006년 2월 10일-12일(1무 1박 3일)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으로 계절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갖는 산.

겨울에는 나뭇잎이 진 앙상한 가지들과 암석들이 뼈처럼 남았다 해서 개골산(皆骨山)으로 불리는 금강산을 찾았다.


22시 30분. 대전을 출발한 버스는 전조등으로 어둠을 가르며 경부, 중부, 영동,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홍천요금소를 빠져나가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를 지나 진부령을 넘는다.

46번 국도로 갈아타고 간성까지 다시 7번 국도로 갈아타고 새벽 4시 40분 대진에 도착한다.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금강산콘도로 이동한다.

아침 6시. 금강산콘도에 도착하자 금강산관광을 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버스로 주차장이 비좁다.

금강산관광을 안내할 조장이 버스에 오른다. 처음에는 가이드 또는 투어리더라는 호칭을 사용했으나 북측에서 좋은 우리말을 놔두고 왜 영어를 사용하느냐고 해서 조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 팀을 담당한 조장은 자기를 “이쁜정조장”으로 불러달라고 한다.

 

금강산 관광객임을 증명하는 관광증과 출입국신고서 그리고 검역신고서를 나누어주고 북측으로 들어가면서 휴대할 수 없는 물품(핸드폰, 쌍안경, 만보기, 단순 기능의 라디오와 녹음기-MP3는 휴대 가능함, 160mm이상의 렌즈가 부착된 카메라, 남측의 신문 잡지 등 각종인쇄물)들을 점검한다.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한다. 웅장한 최신식 건물로 주변은 도로건설과 건축현장으로 어수선하다. 대전에서 출발한 버스는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까지만 운행할 수 있다.


출경 수속을 마치고 금강산관광 전용버스에 오른다.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통일전망대 까지는 3km, 금강산까지는 불과 27km 이지만 금강산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까다롭다. 이렇게 라도 북녘 땅을 밟아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마음이 조금씩 흥분된다.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통일의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이윽고 버스는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현대아산 직원들을 뒤로하고 북을 향해 출발한다.

7번 국도 오른쪽으로 보이는 철도는 북한까지 모두 이어져 있으며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진다는 조장의 설명에 그 모습을 상상해본다.


곧이어 군부대 초병들의 모습과 오른쪽으로 통일전망대가 보인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른 휴전선 155마일의 최북단 전선에 위치한 통일전망대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지시로 지어졌으며 예전에는 OP(관측소)로 내 젊은 날의 3년 가까이를 조국에 충성하며 보낸 곳이다. 감회가 새롭다.


통일전망대를 지나 2km 정도 진행하면 금강통문이고 이곳부터 비무장지대로 들어선다. 사진촬영 금지구역이다.


남방한계선을 통과한다. 군사분계선(휴전선)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2km가 남방한계선이고 북쪽으로 2km가 북방한계선이다. 비무장지대는 여의도의 약 118배에 해당하는 3억 평에 이르며 적대행위가 없는 완충지대지만 굉장히 가슴 아픈 땅이다.


군사분계선은 높은 가시 철조망을 상상하지만 실제는 동서에 걸쳐 1299개의 조그만 시멘트 기둥이다. 함께 붙어있던 표지판은 지난해 강풍에 떨어져 나가고 기둥만 남아있다.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면 북한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조장이 북한군인들을 보고 손가락질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 자기들한테 손가락 총질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란다.


얼마 후 북측 통행검사소(CIQ)에 도착한다. 천막으로 이루어진 북측통행 검사소는 남쪽 출입사무소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모습이다. 통행검사는 남측에 비해 조금 더 까다롭다. 남측에서는 순서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세관과 법무부 검사를 통과하지만 북쪽에서는 번호순서대로 통과한다. 관광증에 도장을 받고 짐 검사대를 통과하여 통행검사소를 빠져나오면 오른쪽으로 멋진 암봉이 눈길을 끈다. 구선봉(180m)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남강다리를 건너 관광도로를 따라 온정각으로 향한다. 남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역류한다하여 남강으로 부른다.


9시 10분. 온정각에 들어선다. 왼쪽으로 줄지어 늘어선 컨테이너박스는 구룡마을로 관광객들 숙소이다. 길 왼쪽은 온정각 동관이고 오른쪽이 서관이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수정봉이 조망되고 자연미를 더해주는 목조건물이다. 금강상 관광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서관 옆에 돔형 건물은 금강산문화회관으로 평양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서관주차장에 도착하여 대전에서 출발 전 미리 예약 주문한 도시락(10달러인데, 김밥 2줄+음료수1캔+생수1병+사과와 오렌지 반쪽씩이다. 가능하면 집에서 도시락 지참할 것을 권장한다)을 받아 배낭에 넣고 구룡연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오른다.


금강산 4대 사찰 중의 하나인 신계사는 한창 복원공사중이다. 경남 합천 해인사의 스님 한 분이 이곳에서 기도 정진중이라고 한다.


세존봉 서북쪽 주위를 싸고도는 긴 골짜기를 이르는 구룡연 구역은 외금강의 으뜸가는 아름다운 경치로 널리 알려진 구룡폭포와 구룡연, 상팔담, 비봉폭포를 비롯해 주렴포, 무봉폭포, 련주담, 옥류담 등 유명한 폭포와 소가 몰려 있어 금강산의 여러 명승구역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히는 구역이다.


10시 정각. 구룡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온정각에서 약 10분 정도 소요. 산행 출발전 주차장에 있는 위생실(화장실)을 이용하여 용변을 해결한다. 산행 중간에 위생실을 이용하려면 소변 1달러, 대변 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10시 15분.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기념품을 파는 간이매점을 지나 5분 정도 진행하면 목란관(북측식당으로 오전에 구룡연을 감상하고 내려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온정각 서관 금강산문화회관 매표소에서 예약해야 이용이 가능하다)과 기념품 매장이 보이고 곳곳에 표식비가 서 있다. 붉은 글씨로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글이 새겨진 표식비는 북쪽에서는 신성시하므로 사진촬영은 허용되나 만지거나 걸터앉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비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30분 정도 오르면 회상대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암봉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멋진 조화를 이룬다.


다시 10분을 진행하면 금강문이다. 금강문은 말 그대로 금강산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란 뜻. 금강산 5대 석문 중 하나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입구다. 금강문을 통과해 옥류동에 오르기까지 제법 험난한 등산로가 이어지며 비경이 펼쳐진다.


흔들 다리를 건너 조금 진행하면 선녀들이 내려와 춤추었다는 무대 바위가 보인다. 넓은 바위가 무대처럼 계곡에 놓여있다.


“오직 한마음 오늘의 이 행복을 그 누가 주었나 이끄시는 길을 따라...” 바위 곳곳에 새겨진 붉은 글씨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글이다.


무대바위를 지나면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 408호 옥류동과 만난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는 2710m 이곳에서 구룡연까지는 1104m. 안내문에 의하면 수정 같은 맑은 물이 누운 폭포를 이루며 구슬처럼 흘러내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담수의 넓이는 폭 630m2 , 깊이 6m, 이곳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길이는 580m라고 한다. 모두 얼어있다.


곧이어 아치형 철교를 건너면 더욱 멋진 비경이 펼쳐진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계곡과 담소들의 풍광이 인상적이다.

구슬처럼 아름다운 초록색의 담소가 비단실로 꿰어놓은 듯 연이어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련주담을 지나면 동면중인 비봉폭포의 웅장함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금강산 4대 명폭포인 비봉폭포는 봉황새가 날개를 펴고 꼬리를 휘저으며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는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구조대들이 빙벽을 기어오르며 훈련중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조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비퐁폭포는 왼쪽 산비탈에서 계곡으로 떨어져 내리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또 하나의 폭포가 있다. 봉황새가 춤추는 것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무봉폭포이다.


금강문에서 40분. 흔들 다리를 건너 무용교를 지나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연담교는 상팔담으로 가는 길이다.


곧이어 관폭정이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구룡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얼어붙어 있지만 그 위용만은 그대로 느껴진다.


관폭정은 삼국시대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일제에 의해 훼손된 것을 1962년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복구한 것이라 한다. 이곳에서 김일성이 주체 36년(1947년-주체는 김일성이 태어난 연도를 의미함)에 김정일과 함께 구룡폭포를 구경하였다고 한다.


구룡폭포는 개성의 박연폭포, 설악의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폭으로 유명하며, 폭포 아래쪽에는 금강산을 지키는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는 구룡연이 있고 폭포 위에는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내려오는 상팔담이 있다.


누군가는 구룡연의 물을 이렇게 노래했다. 떨어지면 폭포요, 흩어지면 계곡이요, 흐르면 비단필이요, 모이면 담소요, 마시면 몸에 좋은 약수니라.


폭포 오른쪽 바위에 새겨진 미륵불이란 엄청난 크기의 글씨 또한 볼거리다.


간식을 나누며 20분간 휴식을 취한다.

12시 정각. 대부분의 관갱객들은 이곳에서 하산하고 일부만 세존봉을 행해 발걸음을 옮긴다.

세존봉을 오르려면 미리 산행 신청을 해야 한다. 지난주에 산행을 하려던 팀들이 눈 때문에 실패했고 오늘도 어쩌면 도중에 하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일단 가보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고 15명이 출발한다. 조장 3명과 북측 구조요원, 환경요원 등 7명이 산행안내를 한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아이젠도 없이 장화를 신고 오르는 북측 안내요원들의 모습이 안스럽다.


가파른 산길 오르며 사방으로 펼쳐지는 금강산의 비경이 북녘 땅에 들어서면서 불편했던 마음을 봄눈 녹듯이 녹인다.

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이쁜정조장은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맨 뒤로 쳐지고 산행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늘 세찬 바람이 부는 이곳에서는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고 누운 상태로 가지를 뻗고 있다.


관폭정을 떠난 지 30분 사자목에 도착하자 세존봉이 눈앞으로 다가선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허리까지 눈 쌓인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와 뒤돌아보니 사자목 오른쪽으로 우뚝 솟은 사자봉이 잘 가라 손짓한다.


곳곳에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오른다.

뒤돌아보면 옥녀봉(1428m)과 왼쪽으로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1638m)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노래로만 듣던 금강산 일만이천봉우리와 웅장한 기암괴석, 옥빛을 간직한 폭포와 호수 등 곳곳에 펼쳐지는 절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관폭정에서 2시간. 세존봉 전망대에 닿는다. 세존봉(세존은 석가모니의 존칭이다)은 구룡연 구역과 선하 구역 사이에 높이 솟은 봉우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최고봉은 해발 1160m다. 세존봉은 주변 봉우리들에 비해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외금강 중심에 자리잡아 가장 좋은 전망대로 꼽힌다.


세존봉은 외금강 전망대로 유명할 뿐 아니라 그 스스로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로 이뤄져 있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상등봉, 관음연봉, 옥녀봉, 비로봉을 비롯하여 장군봉, 일출봉, 월출봉, 채하봉, 집선봉 등 외금강의 수려한 봉우리들을 손금보듯 볼 수 있다. 또 남강 하류의 고성평야와 푸른 동해바다도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점심식사를 하고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날씨가 흐려지고 가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하산길로 들어선다.


암벽에 붙은 매우 가파른 철계단은 남측 현대에서 자재를 제공하고 북측 인력을 이용하여 작년 11월 완공한 것이라고 한다. 모두 사람 손으로 운반하였다는 북측 구조대원의 설명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2박 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 들어와 우리보다 먼저 세존봉에 올라온 대구 팀 중에 한사람이  술에 취해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 바람에 철계단에서 심한 정체를 빚는다. 목숨을 담보로 이렇게 생각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너무 상식 밖의 일로 안내원들 보기가 부끄럽다. 나중에 여러 명의 북측 구조대원들이 이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어느 곳은 무릎까지 또 어느 곳은 허리까지 쌓인 눈길에 미끄러지며 넘어지며 빠르게 치고 내린다. 오른쪽 채하봉에서 흘러내리는 대하폭포는 깊은 동면 중인데 옥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세존봉에서 1시간 30분지나 철다리를 통과하면서 경사가 완만해진다. 20분 정도 내려서면  동석에 닿는다. 흔들바위를 의미하는 동석은 계곡에 자리잡은 그리 크지 않은 바위이다. 동석을 지나면 짚차가 다닐 정도로 넓은 길이 나타난다. 오른쪽은 계곡이고 길 양쪽으로 기암괴석과 암봉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17시 15분 동석동에 도착하면서 7시간의 산행은 끝이 난다. 기다리던 셔틀버스를 타고 온정각으로 이동한다.


숙소인 구룡마을까지는 주차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체크인하고 온정각 서관 관광식당에서 한식뷔페로 저녁식사를 한다. 한식뷔페는 10달러로 싱싱한 무공해 야채 쌈과 흑임자 죽이 맛있었다. 온정각 서관 오른쪽에는 꼬치구이와 북한 술을 파는 북한토속음식이 있고 그 옆에는 편의점 훼미리마트가 있다.

숙소인 구룡마을은 컨테이너 박스로 보통 4명이 사용하며 공동화장실과 공동샤워실을 이용한다.

세존봉 산행을 함께 하지 못한 일행들은 구룡연에서 내려와 금강산문화회관에서 평양모란봉 교예단 공연을 보았다고 한다.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각종묘기는 관람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고 한다. 오후 4시에 시작하며 공연시간은 90분간으로 관람료는 일반석 25달러, 특석 30달러이다. 공연을 보면서 나이 드신 분들은 세 번 운다고 한다. 한 번은 저 만큼 하려면 얼마나 고생을 할까 안쓰러운 마음에, 또 한 번은 역시 남과 북은 하나다 라는 생각에, 마지막 한 번은 너무 열심히 박수를 쳐서 손바닥이 아파서 ...


오후 8시 10분부터 금강산호텔에서는 금강산 가무단의 예술공연을 볼 수 있다. 요금은 10불.

간밤에 버스에서 밤을 지샜고 금강산 여행에 긴장감과 산행에 피곤함이 겹쳐 밤 9시 KBS뉴스가 끝나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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