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스케치

캄보디아 1편

삶이란 우리의 인생 앞에 어떤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존 호머 밀스-
 
여행은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모든 시름을 잠시 잊어버리고 생활에 찌들어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 여행이 가져다 주는 참 멋이 아닐까...
 
2006년 2월. 여행사 패키지상품이 아닌 자유여행으로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던 캄보디아 앙코르왓 여행을 떠났다.

트래블게릴라에서 출발 이틀 전에 항공권과 앙코르 유적을 설명하는 책자를 등기로 받았다.
이 여행은 떠나기 전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알차고 좋았다. 기억들이 더 흐려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 일기 형식으로 여행기를 남기며, 유적지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트래블게릴라에서 제공한 책자에서 발췌한 것이다.
 
2월 18일(토)-첫째날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K24 타이항공에서 짐을 부치고 탑승권을 받았다. 이번 여행 역시 T/C가 없는 여행이라 혼자서 출국수속(참고: 출국카드만 작성하고 입국카드는 없어짐)을 마치고 준비한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한다.
 
면세점을 한 바퀴 둘러 본 다음 방콕으로 향하는 타이항공 629편 비행기에 몸을 맡긴다.
오전 11시 20분.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약 3시간 30분 정도 비행하여 경유지인 홍콩(홍콩과의 시차는 -1시간)의 첵랍콕 공항에 내려앉는다. 1시간 반정도 지나서 다시 하늘을 나른 비행기는 2시간 30분을 더 비행하고 현지시간 17시 정각 태국(시차 -2시간)의 수도 방콕의 돈무앙 공항에 안착한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서 입국장을 빠져나와 미팅장소로 이동한다. 더운 공기가 숨을 막히게 한다. 현지에서 인솔할 인솔자를 비롯하여 다른 일행들과 첫 대면을 한다. 다른 일행들은 친구끼리, 연인끼리, 부부끼리, 가족끼리 동행하고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다. 내가 가장 연장자이고 혼자다. 미니버스에 분승하여 숙소로 향한다.
 
공항에서 30여분. 카오산 근처에 있는 뜨랑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하고 곧바로 방람푸로 향한다. 이곳은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카오산지역이다. 이곳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홍익인간, 동대문, DDM 같은 한국음식점과 홍익여행사가 배낭여행객들에게 여행정보와 휴식처를 제공한다. 길거리에서 즉석으로 갈아주는 과일주스(10밧, 약 300원)와 스프링롤(일종의 샌드위치 50밧)를 먹으면서 카오산 거리를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린다. 새로운 문화가 낯설기만 하다.
국적불명의 분위기에 취해 2시간 정도를 보내고 뚝뚝(쌈러)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켜니 태국 노래가 편안하게 귓가에 전해진다.
 
2월 19일(일)-둘째날
아침 6시. 모닝콜에 눈을 뜬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뷔페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7시 30분 체크아웃을 한다.
어제 오후 비행기로 밤늦게 이곳에 도착한 대구 박선생가족이 합류하여 일행은 16명이 되었다. 2대의 미니버스에 분승하여 국경도시 아란('아란야쁘라뗏'이지만 줄여서 '아란'이라 부른다)으로 향한다. 아직은 인사도 없고 모두들 서먹서먹하기만 하다.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하여 볼일을 해결하고 열대과일을 한 봉지 사서 혼자 먹으려니 집 생각이 난다. 혼자 하는 여행은 자유롭지만 때로는 외롭고 쓸쓸하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스노보드를 타다 넘어져 팔에 깁스를 하는 바람에 이번 여행은 혼자 떠나왔다.
 
고급 2층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온다. 이 버스는 카지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하여 방콕에서 국경까지 운행하는 버스로 요금이 100밧(약 3천원)이고 카지노 식당의 뷔페식사권도 제공된다고 한다.
드넓은 평야를 달린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산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3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드디어 아란에 도착했다. 방콕과는 다른 모습이다. 빈곤이 온통 거리에 묻어있다. 허름하지만 꽤 큰 시장이 있어 분주하다. 국경의 버스주차장에 차가 서자마자 맨발의 아들이 몰려든다. 아이들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눈길을  돌렸다.

가방은 꼭 앞으로 매고, 떼를 지어 다니며 구걸하는 아이들의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성영씨의 주의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태국 출국사무소로 향한다. 출국 도장을 받고 출국사무소를 나오자 캄보디아 국경의 탑문이 눈에 들어온다.

태국에서 갖가지 생활품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들이 국경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구걸하는 아이들과 관광객을 태우려는 택시, 비자 대행을 위한 삐끼들이 어울려 이곳은 참으로 북적거렸다.

거리 양쪽에 카지노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곳은 면세구역으로 대부분 태국인이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권과 비자비(1000밧)를 맡기고 다이아몬드 카지노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현지인 안내자가 비자와 캄보디아 입국신고서를 작성하여 건네준다. 입국신고대를 지나면 캄보디아 국경도시 뽀이펫이다. 한 나라의 국경을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게, 분단된 나라에서 살아가는 나그네로서는 흥미 있는 경험이었다.
승용차에 분승하여 씨엠리업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앙코르 유적이 있는 씨엠리업까지는 약 150km정도지만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고 포장도로도 상태가 매우 나빠 여행객들이 꺼리는 루트이다. 두고두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코스를 권하고 싶다.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평야와 흰 구름 수놓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멋진 풍광의  캄보디아는 과거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잔혹한 역사가 무색할 만큼 더없이 아름답고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길 저 끝 어딘가에 있을 정글 속에 숨겨진 앙코르의 신비와 사진으로 본 바욘의 미소를 떠올린다.
뽀이펫을 출발한지 1시간 30분. 한국인이 운영하는 종로휴게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기사가 쉬어 가잔다. 디카에 풍경 한 장을 담는 사이 동승했던 윤선생이 시원한 캔 음료수를 사서 주신다. 1시간 정도를 더 뽀얀 먼지를 휘날리며 달려 중간 휴게소(시소폰?)에서 정차한다. 이곳은 비포장 도로를 힘겹게 달려온 차를 세차해 주고 점검하는 곳이다. 이 사이 여행자들은 용변도 보고 값싸고 풍성한 열대과일로 간식을 즐긴다.
오후 4시 30분. 방콕을 떠난 지 10시간.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이 걸려 캄보디아 씨엠리업에 도착했다. 곳곳에 한글 간판이 눈에 띤다. 숙소인 앙코르다이아몬드호텔은  아늑하고 훌륭했다. 인솔자인 성영씨와 한 방을 쓰기로 했다.
방에 짐만 넣어 놓고 클로벌투어(지구촌가족-'리차드 권'이라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이곳은 한국 배낭여행객들에게  숙소와 식사 그리고 앙코르왓 투어 안내를 하는 곳이다)에 도착하니 정말 듣던 대로 벽에 조그만 도마뱀이 기어다닌다. 내일부터 3일 동안 사용할 승용차(팁과 장거리 추가요금 포함 23달러)와 압살라댄스공연(뷔페식사 제공 10달러) 및 똔레삽호수 보트(3달러)를 예약하고 비빔밥(3달러)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한다.
정보가 많은 젊은 친구들은 벌써 시내로 사라지고 윤선생부부와 박선생가족만 남아 자연스럽게 동행을 한다. 소화도 시킬 겸해서 도보로 센터마켓(중앙시장)으로 향한다. 곳곳에 눈에 띠는 한글 간판이 웬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중앙시장에서 누군가는 여행가방도 사고, 부채겸용 모자도 사고, 반바지도 사고, 기념품도 산다. 흥정하는 방법과 물건값을 깎는 방법을 알려주고 부르는 값의 절반도 안 되는 값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산 일행들은 모두 즐거워한다. 과일시장에서 파인애플과 망고스틴을 한 봉지씩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박선생이 숙소 야외 카페에서 맥주 한잔하자는 제의에 모두들 좋다고 화답하고 앙코르 맥주를 마시면서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운다. 캄보디아에서의 첫날 여정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여행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캄보디아 3편  (0) 2008.07.17
캄보디아 2편  (0) 2008.07.17
개골산 1편  (0) 2008.07.17
개골산 2편  (0) 2008.07.17
그 섬에 가고싶다. 제주도 2편  (0) 2008.07.17